국내 난방 연료는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으로 크게 구분된다. 여기에 경유와 전기를 난방으로 사용하는 세대도 있지만 에너지 보급 추이를 볼 때 그 비중은 매우 낮다.

최근 난방 연료로 빠르게 확대, 보급되고 있는 것은 단연 지역난방(집단에너지)이다. ‘집단에너지 지정 고시’를 통해 공급되는 지역난방은 정부의 신도시 조성과 신규 택지개발지구에 따른 주택보급 정책에 힘입어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도시가스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난방의 경우 온수를 난방으로 활용하면서도 취사용 연료로는 전기나 LPG보다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취사용 연료로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지역난방 세대들이 적정비용보다 싼 가격으로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등 사회적 편익만 누린다는 점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 내 조성되는 공동주택이 사용하는 난방연료는 지역난방으로, 이는 지역난방 세대와 도시가스 세대 간의 난방비 교차보조 문제를 야기시킨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지역난방 세대가 도시가스를 취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요금으로 부담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두 난방 세대 간의 교차보조 문제는 수도권에서 더 심각하지만 정작 해결 당사자인 지자체들은 요금 인상에 따른 민원을 우려해 제도개선을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스 사용 세대가 언제까지 지역난방 세대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인지, 또 이런 불합리성을 도시가스 사용자가 몰라주길 바랄 것인지. 수도권 지자체들은 난방 연료 간의 교차보조가 더 심화되기 이전에 하루빨리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난방 세대 3기 신도시까지 확대

전국적으로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공동주택 세대수는 2019년 말 기준으로 325만2320 가구에 이른다. 관련 사업자수는 39개사(병행포함)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세대수는 전국에 248만호(2015년 말 기준)에 그쳤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재개발과 제2기 신도시 완료로 세대수가 증가해 현재 325만호를 넘었다. 5년사이에 77만호가 신규로 지역난방을 사용하게 됐고,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허가(집단에너지 지정고시) 받아 앞으로 추가로 공급할 96만 호까지 고려할 경우 421만호에 이를 전망이다. [표1][표2] 그만큼 지역난방 공급 세대는 최근 5년 사이에 31% 이상 급증했다.

이는 도시가스 공급과 수요측면에서 보면 주택용 취사전용 세대만 5년 사이에 77만호가 늘어난 것으로, 도시가스 용도별요금의 적정성을 고려할 때 주택용 취사·난방(겸용)을 모두 사용하는 세대보다 사용량이 1/10 수준에 그쳐 수요자 간의 연료비 교차보조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적된다.

발생 원인은 취사전용 도시가스 요금이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차보조가 앞으로 집단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지역난방 세대가 증가할수록 더욱더 심화될 수 있는데다가, 그 피해는 수도권의 도시가스 주택용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우려되며, 이런 우려는 앞으로 지역난방 세대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난방은 과거 1989년 분당과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을 중심으로 조성된 제1기 신도시에 처음으로 공급됐고, 이후 2003년부터 제2기 신도시인 경기 김포(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구가 조성되면서 지역난방 세대가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추세이다.

여기에 문 정부 역시 수많은 주택보급정책과 함께 올 초 제3기 신도시 조성을 발표하고, 이 지역에 대한 난방연료로 도시가스가 아닌 지역난방인 집단에너지 공급대상 지역으로 지정고시를 지난 9월 27일 확정했다.

앞으로 추가로 공급될 지역난방 대상 지역은 무려 13개 지구로 대규모인 남양주 왕수 공공주택지구를 비롯해 시흥거모, 경기고양 방송영상밸리도시개발사업,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부천 역곡, 양주광석지구, 고양창릉, 부천대장, 남양주 양정역세권 등이다.

정부의 주택보급 계획이 추진되면 약 90만호가 추가로 지역난방 세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전국 325만호(지역난방) 중 서울지역에 56만5924호, 경기도는 173만9050호, 인천지역의 경우 26만0384호가 각각 지역난방 세대로, 이는 지역난방 전체 세대 중 79%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

이는 역으로 취사전용 도시가스 세대가 수도권에 집중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원가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취사전용 세대가 늘어날수록 서울·경기·인천 지역 주택용 도시가스 세대는 피해를 보며, 취사전용 요금의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주택용 간의 교차보조는 물론 난방연료 간의 형평성 문제까지 심화될 우려가 크다.

주택용 요금 불균형에 심각

결국 연간 도시가스 사용량이 적은 지역난방(취사전용) 세대를 위해 취사·난방용 세대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이런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도시가스 사용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지역난방 세대가 400만호를 앞두고 있어 그 비용부담이 너무 크고, 난방세대 간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또 주택용 도시가스 소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도시가스 공급자와 지자체는 알고도 취사전용 세대의 민원을 이유로 제도개선은 커녕 외면해 왔다. 이제는 지역난방이 도시가스보다 상위개념 연료로 평가받고, 많은 소비자들이 그렇게 인식하는 시대적 변화가 오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지역난방 세대가 원가 이하의 싼 요금으로 취사전용 도시가스를 공급받는 것은 부당하다.

현행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기본요금과 사용량 요금으로 이원화 구조를 근간으로 각 용도별로 요금이 다르게 적용되며, 현행 소매공급비용 산정기준은 용도별로 원가를 배분하는 기준이 아니라 총괄원가에 판매량을 나눈 형태로 요금체계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용도별 요금 간의 교차보조가 발생하며 이중 주택용의 경우 가장 심각하다.

서울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현행 기본요금(서울: 1000원, 경기도 850원)과 연간 사용량을 기반으로 주택용 취사와 주택용 난방간의 소매공급비용을 단순 비교분석해 본 결과 최소 3만원에서 최대 4만6000원 이상 원가비용 차이가 발생했다. [표3]

주택용은 타 용도와 달리 공급세대수가 1900만호에 이르며, 연간 사용량도 107억㎥(2020년 말) 이상으로 전체 가스소비량의 42%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중 취사전용 세대(325만호, 연 평균사용량 58㎥)의 사용량은 고작 1억8850만㎥ 수준에 그친다. 취사전용은 주택용 총 사용량 비중의 고작 1.76%인 셈이다. 동일한 수준의 투자비와 관리비가 소요되고 있으나, 취사전용 세대의 경우 적정비용을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채 더 싼 가격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도시가스 취사전용인 지역난방 세대는 주택용 취사·난방(겸용) 세대가 부담하는 원가의 33% 수준에 그치고, 나머지 비용은 다른 도시가스 사용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특히 주택난방용 세대에 집중된다.

이에 주택용 요금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요금산정과 함께 기본요금의 세분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기본요금은 도시가스 사용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발생되는 비용으로 공급관 감가상각비, 검침비, 고지서 발송비, 송달비, 지로수수료, 안전점검비, 계량기 교체비 등을 기초로 산정된다.

사용량요금은 원재료비에 기본요금으로 회수되는 금액을 차감한 공급비용을 판매열량으로 나누어 산정한다. 즉 취사전용인 지역난방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타 용도의 사용량 요금으로 전가되고, 기본요금 역시 현실화보다는 최대한 억제한 수준에서 산정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점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매년 전문기관을 통해 수행한 연구용역인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 산정 결과 보고서’를 통해 이미 몇 차례 지적됐다.

하지만 수도권 지자체들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 집단에너지 비고시 지역은 물론 지정 고시지역 확대와 제3기 신도시까지 지역난방 잠식으로 취사전용 세대가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 돼 애꿎은 도시가스 세대만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거나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택용 요금 중 취사전용과 취사·난방용(겸용) 간의 원인자부담 원칙에 맞는 적정원가 산정과 가스요금이 반영되는 제도로 개선이 절실하다.

특히 취사전용 세대에 대한 별도의 기본요금을 재산정 및 반영하는 기본요금 세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는 주택용 사용자 간의 요금교차를 막고, 원가이하로 공급되는 취사전용 요금의 현실화로 인한 난방세대 간의 교차보조 문제까지 근본적으로 해결하도록 수도권 지자체들은 요금체계의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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