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가 수소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에 오픈한 LPG+수소 복합충전소 전경.
SK가스가 수소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에 오픈한 LPG+수소 복합충전소 전경.

미래차 보급 확대의 핵심은 사용자가 충전의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휘발유·경유·LPG차 등 화석연료 시대를 넘어 배터리전기차 또는 수소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수소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기존 가스기업들도 기회를 찾고 있다. 국내 LPG수입사인 SK가스(대표 윤병석)와 E1(대표 구자용 회장)은 기존 LPG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LPG수입사의 수소산업 준비상황과 진행 추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조명해 본다.

급변하는 수송용자동차 시장

최근 자동차산업은 모빌리티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기존에는 목적지까지 운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기여하는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뜻하며 보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졌다.

LPG자동차의 경우 2012년만 하더라도 240만 대를 기록하면서 연료를 공급하는 LPG충전소도 불패신화를 써 내려갈 만큼 활기를 띤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200만 대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겨졌던 배터리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예상보다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소전기차는 궁극의 친환경 모빌리티로 평가받고 있으며 충전시간이 짧은 장점이 있는 반면 충전소 구축이 시급하다.

물론 50년이 넘도록 운행된 LPG자동차의 시장규모와 이제 막 태동 단계에 들어선 수소전기차의 인프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최근 몇 년 간 LPG자동차는 매년 5만~10만대 가량 줄고 있는 반면 수소전기차는 5000대 가량 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자동차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향후 수소전기차와 배터리전기차 위주로 신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SK가스와 E1은 수송용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LPG가 친환경성을 앞에서 계속 사용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급변하는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동성이 커지는 수송용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공급사인 SK가스와 E1도 수소 맞춤형 전략을 고심 중이다.

국내 수소산업은 정유․석화 등 특정 지역의 산업체 수요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생수소 공급 기반으로 한정된 사업자만 참여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연간 200만 톤가량 수소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향후 10년간 수소 연료전지․발전소 수요는 물론 중대형 상용․ 특수 차량 중심으로 점진적인 소비가 증가할 전망이다. 부생 및 추출 수소 중심으로 신규 수소 수요에 대응하고 다수 에너지 사업자의 참여로 2030년에는 400만 톤까지 수소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소시대에 대응하는 양사의 전략

SK가스는 수소에너지를 전담하는 수소사업개발그룹을 신설했으며 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SK가스는 전국 489개 LPG충전소 네트워크를 보유한 장점이 있다. 원료 도입부터 소비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략적 위치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울산 내 가스발전터빈 사용 업체를 대상으로 수소 혼소 수요를 개발 중이며 동서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 실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는 연간 3만 톤의 부생 수소를 생산하고 있고 롯데케미칼과 조인트벤처 기반의 부생수소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SK가스는 롯데케미칼과 수소 조인트벤처를 통해 수소 충전소 약 100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SK가스는 LPG충전소를, 롯데그룹은 물류시설과 부지 자원 등을 활용해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한 울산에 위치한 자회사 및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수소배관망 구축을 위한 별도의 부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SK가스는 LPG충전소 내 수소충전소 건설 시 100평 내외의 부지가 필요하고 즉시 활용 가능한 충전소는 100곳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존 LPG충전소를 장기간 무사고로 운영한 역량이 있고 인천 논현 LPG·수소충전소 운영을 통한 노하우도 쌓고 있다. 기존 LPG충전소 시설을 비롯해 운영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운영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SK가스는 ‘탄소중립’사업에 2025년까지 2조 2000억 원을 투자하고 이를 통해 2030년에는 세전이익을 7500억 원까지 달성할 목표를 제시했다.

E1은 올해 3월 열린 주총에서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E1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3인 대표 체제로 변화를 주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내실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구자용 회장은 주력 사업인 LPG사업과 최근 E1에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 등을 총괄한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구동휘 전무는 수소 관련 사업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는다.

E1은 수소팀을 신설하고 수소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구 대표는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Korea H2 Business Summit 창립 총회에 직접 참석하는 등 현안을 챙기고 있다. 이 협의체는 ▲현대자동차그룹(정의선 회장) ▲SK그룹(최태원 회장) ▲포스코그룹(최정우 회장) ▲롯데그룹(신동빈 회장) ▲한화그룹(김동관 대표) ▲GS그룹(허세홍 사장) ▲현대중공업그룹(정기선 대표) ▲두산그룹(박정원 회장) 등 국내 10대 그룹을 포함해 15개 회원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2050년 3000조 원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수소시장을 선점하려면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E1폴을 단 LPG+수소 복합충전소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1은 서울 강서구 오곡동,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LPG충전소 3곳을 수소충전도 가능한 복합충전소로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 정책 맞춰 발빠른 전략 수립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 하더라도 수익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수소차는 넥쏘 모델 하나여서 파급효과도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LPG수입사들은 수소시장에 발 빠르게 나서는 것이 회사성장에 도움이 될지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민간사업자보다는 정부의 정책이 수소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부는 수도권 내 수소충전소 부지확보 등을 위해 E1, SK가스 등 관련 업계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의 기존 LPG충전소를 수소복합충전소로 전환하기 위해서이다. 자체 부지 발굴과 더불어 환경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추가 예산 150억 원을 확보하면서 민간보조사업도 찾고 있다.

그동안 수소차의 약 1/3이 수도권에 보급됐지만 부지확보의 어려움과 주민 민원 등의 이유로 수소충전소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LPG수입사는 보유한 부지중 적정부지를 발굴하여 LPG·수소 복합충전소가 구축될 수 있도록 사업을 준비하여 조기 구축이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 및 인접 지역의 수소 충전 여건이 크게 나아지고 점차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민간 및 관계기관 등과 협업하여 사업 특성별 적합한 추진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 수소차가 더 많이 보급되도록 할 계획이다.

그간 수소충전소는 높은 수소공급가, 전력비용 등으로 매년 1억 50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재정지원을 통해 운영비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소연료 구입비 차액을 한시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수소충전 연료량이 적은 충전소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충전 소당 최소 지원금액 지원(5000만 원 이상)도 당분간 필요하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바꿔가고 있다. 따라서 현재 SK가스와 E1은 기존 LPG인프라와 연계해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 수소시장의 대응전략에 따라 LPG수입사의 주식시세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소시장에 적극 대응한 SK가스는 9월 한때 주가가 17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E1도 SK가스만큼은 아니지만 수소산업 진입 뉴스 등으로 주식이 호조를 보였다. 10월 들어 전체적인 주식시장이 나빠지면서 다시 하락장이 연출되고 있지만, 지난 9월 양사의 주식시세는 올 초보다 60~70% 상승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게 됐다. 문재인 정권에서 수소경제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 구도에 따라 수소산업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과 관련된 인식이 해외에서도 당연히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수소산업이 특정 시기나 정권하에서 추진되는 일회성이 아닌 중장기적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 생태계의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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