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의 역사 및 전망

인류의 에너지 사용 역사는 고체에서 액체로 그리고 액체에서 기체로의 전환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고체 에너지는 나무, 석탄을, 액체 에너지는 석유를 의미한다. 기체 에너지에는 천연가스와 수소가 있다. 천연가스는 석탄, 석유 등 다른 화석연료와 달리 연소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기에 청정연료이자 미래 에너지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주택 및 산업 부문에서 난방용, 취사용, 공정용 연료가 석탄, 등유, 경유 등에서 천연가스로 대체되어 왔다. 시내버스 연료도 경유에서 천연가스로 전환된지 오래다. 발전연료도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대체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의 연료인 석탄도 천연가스로 곧 대체될 것이다.

천연가스는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 함유량이 적어 사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탄소중립을 추구하면서 이 장점보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라는 점이 더 부각되면서 퇴출까지 주장되고 있다. 다행히 유럽 및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초안에는 빠졌던 천연가스가 최종안에는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저탄소 에너지로서 다른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부분과 화석연료로서 재생에너지, 수소, 원자력 등의 무탄소 에너지로 대체되는 부분이 천연가스 소비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천연가스 소비 증감에 대해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천연가스가 가교 에너지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천연가스 도매시장에 참여한 포스코에너지.
천연가스 도매시장에 참여한 포스코에너지.

국내 천연가스의 역할과 전망

지난해 4월에 발표된 제14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1-’34)에 따르면, 도시가스용 증가세는 둔화되지만 산업용, LNG 벙커링, 수소차 등 수요가 증가하여, 도시가스 수요는 ‘21년 2,168만톤에서 ’34년 2,709만톤(연평균 1.73% 상승)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발전용 수요는 ‘21년 2,001만톤에서 ’34년 2,088만톤(연평균 0.33% 상승)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표1, 참조>

하지만 제14차 계획에는 지난해 10월 18일 확정된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제15차 계획에서는 수요 전망에 대한 조정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너지기구(IEA)에서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2025년부터 도시가스 개별보일러 판매금지를 각국에 권고했다.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등에서는 신축 건물에서의 도시가스 개별난방을 금지하였고, 영국은 2025년부터 개별보일러의 판매를 금지한다.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되거나 탄소세가 도입된다면, 천연가스를 직접 이용하기 위해서는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IEA가 예상하는 배출권 가격은 2025년 75불, 2030년 130불, 2040년 205불, 2050년 250불이다. 배출권 가격이 오른다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전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에,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산업부문에서 급격한 전기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 또한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의 이행을 위해서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표2, 참조> 신규 LNG 발전소는 과거와 달리 30년 동안 운영되기 어렵고 가동률도 떨어질 수 있기에, 좌초자산화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제14차 계획에서의 전망과 달리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아니, NDC 및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

물론 천연가스 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분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국제 배출권 시장에서 선 구매한 후 천연가스 가격에 반영하는 이른바 탄소중립 천연가스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올라 다른 연료와 비교할 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 활용과 탄소세 전망

천연가스 활용을 둘러싸고 앞으로 제일 중요한 이슈는 탄소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말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 기본법에 명시된 기후대응기금에 탄소세 세입이 전입되는 것으로 되어 있기에, 탄소중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여야를 떠나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 탄소세 세수를 복지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표3, 참조>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들의 평균 세율은 톤당 33불이며, 일본은 톤당 3불이다. 탄소세 세율이 현재 입법 발의되어 있는 톤당 8만원 또는 11만원으로 정해진다면, 도시가스는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가스신문의 지난 10월 가을특집 보도에 따르면, 톤당 8만원의 탄소세가 부과되면 도시가스 요금은 약 29% 인상된다. 이렇게 되면 천연가스 수요는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다.

앞으로 탄소중립 강화로 고효율 열병합발전의 중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탄소중립 강화로 고효율 열병합발전의 중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도시가스 사업의 변신 필요성

고효율 열병합발전에 대한 탄소세 부과와 관련하여, 영국은 면제, 핀란드 및 스웨덴은 대폭 감면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할지 아직 불분명하지만 유사한 방식을 취한다면, 결국 도시가스 사업자는 집단에너지사업과 관련된 변신 혹은 겸업을 고민해야 한다. 2018년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 70%를 넘긴 덴마크에서, 집단에너지사업이 견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올라가면 빈번한 출력제한(curtailment)을 시행하게 된다. 덴마크의 집단에너지 사업자는 평소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다가, 재생에너지 유휴전력이 발생하면 이를 활용하여 열을 생산한다. 즉 흔히 얘기하는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 또는 P2H(power-to-heat)를 실현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주된 역할이 전력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변한 것이다.

결국 미래에는 무탄소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혹은 유휴 재생에너지를 원활하게 소화하여 다른 유형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P2X(power-to-X) 섹터커플링 사업자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하여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용가에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상당히 유의미하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이를 차근차근 계획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에 필요한 초기 투자는 작지 않은 반면에, 시장이 성숙하고 비용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는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는 길이다. 따라서 지금은 투자에 필요한 체력과 실탄을 비축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투자에 따른 세액 공제, 기후대응기금의 직접적인 지원 등을 정부에 요청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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