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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국 가정용보일러 시장 전망

② 세계 가스보일러 규제 정책과 대응 전략

대성쎌틱에너시스의 중국 현지 법인 ‘천진열능과기유한공사’ 공장 전경.
대성쎌틱에너시스의 중국 현지 법인 ‘천진열능과기유한공사’ 공장 전경.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전 세계는 산업 전 분야에서 탈탄소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서는 보일러, 라디에이터와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난방에서 벗어나 전기 히트펌프 보급을 늘려가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11개 주요국(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에서는 전기 히트펌프 판매량이 2012년 24만5,900대에서 2018년 38만3200대로 6년만에 55%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고자 하는 EU 전체의 움직임과 비례한다. 영국은 이에 더해 2025년부터 신축 주택에 가스 및 기름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가스보일러 금지 정책은 2019년 초 필립 해먼드 당시 영국총리에 의해 발표되었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전기히트펌프(EHP)를 구입하는 가정에 대해 5천 파운드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영국 내의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이 계획에 찬성하지 않았다.

영국, EHP 지원…여론조사에선 반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0일까지 Express.co.uk 구독자 5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0%의 유권자는 향후 5년간 히트펌프 구입 의향이 없다고 했다.

유권자들은 히트펌프가 단열이 잘되어 있는 주택에서만 유용하다는 점을 밝히며, 전체적으로 낭비에 가깝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스보일러 금지 정책에 대해서도 84%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여론의 반응을 반영해 영국의 에코트리시티(Ecotricity)는 데일리 익스프레스와 함께 ‘가스보일러 보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은 풀 등을 이용한 그린가스를 통해 충분히 탄소저감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스보일러 및 가스연소기기에 대한 이러한 탄압은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뉴욕시 의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신축건물에서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7층 이하의 신축 건물은 오는 2024년부터, 그 이상의 고층건물은 2027년부터 가스를 이용한 난방·조리기구 등을 설치할 수 없다. 단, 병원, 식당, 세탁소 등 일부 건물을 제외된다.

뉴욕시 기후 및 지속가능성 사무국 발표에 따르면 현재 뉴욕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 이상이 건물에서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환경주의 싱크탱크는 이 법이 시행되면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약 210만톤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다른 도시들도 가스사용 규제에 나서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버클리시는 2019년 신축 건물에 가스 연결을 금지했고, 샌프란시코, 산호세 등 캘리포니아 42개 도시도 가스 사용 규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 북동부 지역 겨울철 평균 난방비는 전기 사용시 1538달러로, 천연가스 이용시 865달러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주민들은 가스난방제한이 사람들을 추위에 떨게 할 것이라 우려한다.

한편 미 연방 의회에는 가스 사용 규제 찬성측과 반대측이 로비를 벌이고 있다.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 및 가스 관련 로비 자금은 8200만 달러이며, 이에 반대하는 에너지 업계 로비 자금은 2300만 달러에 달한다.

수소보일러, 연구결과 경제성 부족

가스보일러 사용 금지의 대안으로 유럽의 대형 보일러 제조사들은 수소연소보일러를 개발하고 있다. BDR Thermea와 우스터 보쉬(Worcester Bosch)는 2020년에 이미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 가동을 하고 있다.

다만,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어떤 기업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기존 가스 공급망에 최대 20%의 수소를 혼합해 혼소시키는 방법을 준비 중에 있다. 80%의 천연가스와 20%의 수소를 연료로 쓰는 보일러를 ‘수소 준비 보일러’라고 부른다. 100% 수소를 연료로 쓰면 그것은 그냥 수소보일러가 된다.

영국 정부는 2026년까지 수소가 영국의 가정 난방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확고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3가지 단계로 전환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새로운 보일러가 천연가스로 작동하지만, 100% 수소로 작동하도록 쉽게 개조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제조되는 것이다. 이 기준의 보일러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공급될 것이라고 한다.

2단계는 기존 가스공급망에 20% 수소를 혼합해 기존 보일러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20% 수소 보급은 빨라도 2028년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3단계는 100% 수소 공급으로 수소보일러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지만, 2040년대 중반까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의 최대 원인은 모든 영국 국민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수소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또한 최근 한 보고서에서는 수소를 난방에 사용하는 것이 왜 어렵고, 비싸고, 비효율적인지를 설명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보일러로 난방하기 위해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것은 재생에너지로 구동하는 열펌프보다 에너지 효율이 거의 6배 낮으며, 1차 에너지 발전량을 150%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수백만 가구와 건물의 은폐된 파이프 구조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는 난방용 그린수소가 46%의 에너지 효율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그린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재생에너지 100kWh 당 가스 생산·저장 및 운송에서 에너지 손실로 인해 건물 열이 46kWh만 생산된다는 것이다. 반면, 히트펌프는 270%의 에너지 효율을 가지고, 재생에너지 100kWh당 270kWh의 열이 생산된다고 말한다. 더불어, 기존 가스파이프 대부분이 벽과 바닥 아래에 가려져 있는 상황에서, 파이프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수소 생산에 드는 비용과 배관 교체, 기기 전환 비용 등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가까운 미래에 현재의 가스기기와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귀뚜라미의 중국 톈진공장인 ‘귀뚜라미 천진유한공사’ 전경.
귀뚜라미의 중국 톈진공장인 ‘귀뚜라미 천진유한공사’ 전경.

국내 제조사들, 수출 비중 늘려가

선진국들의 정책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세계 가스보일러 시장은 당분간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메이가이치(석탄개조)사업, 러시아의 가스공급 및 가스생산 확대, 미국 시장 내에서의 난방 시장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더불어, 유럽의 콘덴싱보일러 판매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에 있다. EHI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의 콘덴싱보일러 판매는 2012년 300만대를 넘었고, 2018년에는 440만대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바이오메탄, 바이오LPG 등을 연료로 사용해 콘덴싱보일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세계 시장 변화를 보며, 국내 제조사들도 영업전략을 짜고 있다.

대성쎌틱에너시스(주)는 2003년 중국, 2016년 미국, 2019년 러시아 현지에서 브랜드를 런칭했다. 대성은 미국에서는 ‘VESTA’라는 브랜드로 입지를 굳혀나가면서, 판매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중대형 유통업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보쉬써모테크놀로지와의 대규모 수출 계약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미국 내의 ‘연중무휴 서비스센터’도 개설했다.

경동나비엔 미국법인 ‘나비엔 아메리카’ 전경.
경동나비엔 미국법인 ‘나비엔 아메리카’ 전경.

경동나비엔은 북미에서 콘덴싱 온수기·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러시아에서는 벽걸이 가스보일러로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지역별 난방 환경을 반영한 현지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지역별 온도 격차가 극심한 것을 감안해 제품 개발을 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주거공간 개선 니즈가 커졌고 경동은 이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중국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4월 27일 중국 산동성 제남시에서 열린 ‘JINNOC 국제난방전’에 참가해 자사의 보일러, 온수기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귀뚜라미는 지난 1999년에 톈진시에 제1공장을 준공한 뒤 현지 생산을 이어가고고 있다.

린나이코리아 역시 해외 수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유럽 및 러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 보일러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내수시장은 한해 130만~150만대로 일정하지만, 중국·러시아 등은 점차 커져가는 추세”라며 “국가와 지역환경별 맞춤 전략을 수립해야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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