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 = 유재준 기자]문재인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표방하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탄소중립정책이 실제로는 실현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한편 민생 압박요인도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 기획위원회(위원장 원희룡) ‘기후·에너지 팀’이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한 결과, 2021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에 비해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원전은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 소폭 증가와 LNG 발전 16% 급증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 온실가스정보 종합정보센터는 이와 관련, 2022년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1.3% 이상 늘어나 총 6억85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연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에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은 사실상 이와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2010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을 낮춘 2017년의 경우 2.5% 증가, 2018년 2.3% 증가세로 반전했으며 원전 가동률이 높아진 2019년 –3.5%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7.5%로 감소한 바 있다.

한편,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원전의 발전량 감소로 인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3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년간 원전 발전량이 줄고(3%p), 기존 설비의 평균 이용률도 줄어들어 (10.1%p) 재생 에너지, LNG발전 등 원가가 높은 타 발전원으로부터 전력 구매를 늘렸기 때문이다.

탈원전에 따른 한전의 추가 비용 발생 원인을 세분화하면, 정비일수 증가 등으로 인한 원전 평균 이용률 저하로 추가구매분 8.1조원이 발생했고 이외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로 1.5조원, 신한울 1,2호기 준공의 5년 지연으로 3.4조원 등 지출하지 않아도 될 4.9조원을 추가 지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로 인한 한전의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전기료 인상 부담을 대부분 다음 정부로 전가, 한전 부채의 급증과 더불어 갈수록 커다란 민생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7차례 전기료 인상,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누진세 개편으로 전기료 인하 후 임기 말인 2022년 4월 1일 소폭 인상)

한전의 부채는 2016년 49.9조원에서, 2021년 68.5조원으로 18.6조원이나 늘었는데, 전력 구입비 추가 지불만 없어도 부채를 69.9% 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12조원이었던 한전의 영업이익은 2021년에는 5.9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문 정권 출범 당시와 비교할 때 17.9조원의 영업이익 악화를 초래했다.

이 같은 상황과 더불어 2050 신재생 에너지 비중 70% 등 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계 당국은 내다봤다. 이는 월평균 350 kwh의 전기를 사용, 47,000원을 내는 4인 가구가 물가상승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2025년 53,000원∼56,000원, 2030년 64,000원∼75,000원, 2035년 78,000원∼100,000원의 전기요금을 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의 경우 전기료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더 라도 지금보다 5배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담은 전력 부문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로도 가중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KDI가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 2030년까지 연평균 0.7% 포인트의 GDP 감소 영향을, 2050년까지는 연평균 0.5% 포인트의 GDP 감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 측면에서도 전기료 인상을 비롯, 탄소 가격과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상승 압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인수위 기획위원회(원희룡 위원장)는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목표인 탄소 중립에 한국도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러나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정책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잠정 결론”이라고 밝혔다. 특히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를 비롯,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온 탄소중립은 그 추진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여러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 팀 (팀장 김상협 상임 기획위원)은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 다섯 가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구체적 방안을 담은 전략보고 서를 작성해 당선인에게 직접 보고할 계획이다. 다섯 가지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 수요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구성과 이를 뒷받침 할 전력시스템의 혁신이다. 여기에는 ‘기술중립(technology neutrality)’의 원칙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늦어도 8월까지 그린 택소노미(K-Taxonomy)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정비가 수반되며 올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방향이 반영되도록 사회적 의견 수렴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둘째, 녹색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R&D 체계의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이다. 여기에는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로드맵에 SMR을 통합하는 것을 비롯, 글로벌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과 산/학/연 최고 전문가와 지자체가 참여 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지원을 비롯, 에너지 혁신 벤처와 녹색 유니콘, 글로벌 인재 육성이 포함된다.

셋째,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확대, ESG 경영의 연계, 세제 보완 등을 통한 녹색금융의 본격화이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과 연계자금 제공, 세금 혜택 등 실질적 지원 강화와 더불어 ‘그린 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엄격한 룰 세팅과 민간 주도의 사전 사후 검증 방안도 검토된다.

넷째, 미국을 비롯,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과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이다. 여기에는 파리 기후변화협정 6조를 활용한 온실가스 해외 감축분의 구현과 자원 및 기술 스왑 등이 포함된다. 또한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GCF(Green Climate Fund)와 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의 적극적 활용 전략도 강구된다.

다섯째,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의 전략적 재구성이다.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이끌어온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위원 구성의 편향성과 효율성 결여 등의 문제가 모든 관련 부처에서 제기되었다.

기획위원회는 기후에너지 자문그룹의 작업결과를 종합,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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