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산화탄소 분해해 수소 얻을 수 있어

스페인, 미국, 스위스 등 구미지역 이미 연구 진행

에너지기술연구원, 니카타대학과 공동 연구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과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연구와 상용화 기술 개발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어 있는 태양열발전과 태양열을 사용한 수소 생산이 주목받고 있다. 아직 태양열이 온수 및 냉난방용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스페인, 미국, 스위스와 호주 등은 일찍부터 태양열을 이용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온의 태양열을 활용하는 연구는 태양열을 모으는 방식에 따라 크게 타워형, 접시형, 빔다운 형의 3가지로 분류된다. 이외에 구유형과 프레넬 선형 방식 등도 있으나, 작동온도(집광온도)가 상대적으로 저온인 반면, 앞서 분류한 타워형, 접시형, 빔다운 형들은 1500℃ 이상의 고온의 열 에너지를 얻을수 있다. [그림 1]

[그림1] 방식에 따른 고온 태양열 집광 장치 (중앙집중 타워형, 접시형(Dish-type), 빔다운형(Beam-Down type))
[그림1] 방식에 따른 고온 태양열 집광 장치 (중앙집중 타워형, 접시형(Dish-type), 빔다운형(Beam-Down type))

이러한 고온의 태양열 집광 장치 또는 시설들을 사용하여 물을 끓이고 증기를 생산, 터빈을 구동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열발전(Concentrated Solar Power, CSP) 기술이 먼저 제안되었으며 2008년 스페인에서 최초로 상용화 가동이 시작된 이후, 미국 등 태양열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에서 운영이 되고 있다.

태양열발전(CSP)은 태양광발전(PV)과 차이가 있다. 태양열발전은 태양에너지의 ‘복사광선’을 고밀도로 집광한 후 발전 장치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반면, 태양광발전은 태양 ‘빛’이 태양전지판에 도달한 후 발생하는 광전효과를 이용한다. 따라서 태양열발전의 경우 태양에너지의 복사광선을 집열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국내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유형 집광기술 개발이 시작됐으며 접시형 집광 및 발전시스템 개발, 타워형 발전 요소기술 개발 등 상당한 범위와 수준의 핵심기술 개발을 수행해오고 있다. 2009년에는 대구에 200kW 타워형 태양열발전시스템이 설치돼 성공적인 실증실험을 마쳤다. [그림2]

[그림2] 아시아 최초로 실증 실험을 수행한 대구 200kW 타워형 태양열 발전소
[그림2] 아시아 최초로 실증 실험을 수행한 대구 200kW 타워형 태양열 발전소

태양열 물분해 수소 생산

태양열발전은 태양광발전에 비해 시스템효율이 더 높고, 대규모 발전이 가능하다. 또한 축열기술과 접목이 가능하여,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야간에도 발전이 가능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태양열발전 및 냉난방 등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타 신재생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적이며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이나 태양열발전의 경우, 전기를 생산하게 되면 이를 수요처에 공급하기 위한 그리드망의 구성이 필요하고, 에너지의 이동과 저장이 쉬운 방식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림3] 고온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태양열 발전과 태양연료 생산의 차이.
[그림3] 고온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태양열 발전과 태양연료 생산의 차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고온의 태양열을 활용한 수소 생산이 제안되었다. [그림 3]는 태양열을 이용한 태양열발전과 태양연료(수소)생산의 차이를 설명한다. 태양열을 사용하여 수소 등의 태양연료를 생산한다면 이를 수요로 하는 다른 지역(타 국가등)에 쉽게 이동과 저장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이는 태양열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실현이 가능하다.

특히 고온 태양열을 사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은 태양연료라고 명명되며 많은 연구들이 제안되어 왔다. 태양열로부터 가용한 열에너지의 온도와 화학반응의 종류에 따라 몇가지 태양연료(수소)생산 방식이 [그림 4]에 요약되어 있다.

[그림4] 태양에너지로부터 화학 반응을 통한 태양연료(수소)의 생산 루트
[그림4] 태양에너지로부터 화학 반응을 통한 태양연료(수소)의 생산 루트

그림의 다양한 수소 생산 방식 중, 현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분야는 이단계 열화학 싸이클 물분해(Thermo-chemical water splitting cycle) 수소 생산 방식이다. 이단계 열화학 싸이클 물분해 수소 생산은 고온의 반응 조건에서 금속산화물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하여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화학반응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그림5]

[그림 5] 금속산화물 MOx를 매개체로한 태양열 열화학 싸이클
[그림 5] 금속산화물 MOx를 매개체로한 태양열 열화학 싸이클

먼저, 화학 반응의 매개체로서 산화-환원 반응성을 가지는 금속산화물(MOx) 반응체(화학촉매)를 고온의 태양에너지를 집광하는 태양열 반응기에 위치시킨다. 이단계 열화학 싸이클 물분해 수소 생산 반응의 첫 번째 단계로, 집광된 태양에너지는 고온의 열에너지 (1200~1600℃)를 반응물에 전달하고, 금속산화물은 고온의 반응환경에서 환원 반응 통해, 본 화학구조체를 구성하고 있던 산소(Ox)가 산소 분자 형태로 떨어져 나오게 된다. 충분한 온도와 반응 시간을 통해 산소를 잃은 금속산화물은 질소 등의 운반가스를 통해 태양열 반응기 내부의 산소를 모두 배출하고 환원(MOx-y) 상태로 되어 다음 화학 반응 단계에서 다시 산화 과정을 거칠 준비가 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운반가스에 물을 수증기의 형태로 반응기 내부에 공급하면서 산화 과정를 유도 할 수 있는 상대적 저온 (800~1100도) 의 태양열 운전 조건으로 전환해 준다. 수증기와 접촉한 환원된 상태의 금속산화물은 강한 산화 반응을 통해 물을 분해하고 다시 산소를 얻는 (MOx-y → MOx) 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물이 분해된 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단계 열화학 싸이클 반응은 이와 같이 금속산화물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하며, 반응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태양에너지를 통해 공급함으로서 에너지 전환(Energy conversion)이 이루어지고, 화학에너지의 한 형태인 수소를 생산 할수 있게 된다. 또한 환원-산화 반응을 싸이클(반응 전 후 금속산화물의 변화는 없음) 형태로 작동함으로서 여러번 반복이 가능한 장점을 가진다. 때문에 높은 반응성을 가지는 금속산화물과 적절하게 설계된 태양열 집광시설 및 태양열 반응기를 통해 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하고 더 큰 규모에서 더 많은 양을 생산하고자 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2013년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일본의 니가타대학과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태양열 물분해 수소 생산 및 메탄 개질 수소 생산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에 이어 5번째로 이 기술을 개발해왔다. 특히 2015년에는 금속산화물 산화세륨(CeO₂)을 매개체로 한 이단계 열화학 싸이클 물분해 수소 생산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동안 실험실 규모의 소량의 반응물 및 인공광원을 사용한 기존의 해외 사례와 달리, 세계 최초로 실제로 태양열을 사용하여(Full scale solar demonstration) 수소를 성공적으로 수십회의 싸이클 동안 생산한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림 6]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태양로
[그림 6]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태양로

[그림 6, 7]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태양로(Solar furnace) 와 열화학 싸이클 수소 생산을 위한 태양열반응기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림 7] 태양열을 이용한 열화학 싸이클 수소 생산을 위한 태양열 반응기 I, II (한-일 국제 공동연구 결과물)
[그림 7] 태양열을 이용한 열화학 싸이클 수소 생산을 위한 태양열 반응기 I, II (한-일 국제 공동연구 결과물)

수소 생산량 증가를 위한 고 반응성 금속산화물의 개발

이와 같은 금속산화물을 사용한 태양연료(물분해 수소 생산 및 물/이산화탄소 분해 합성연료)의 생산 기술은 산화-환원 반응성의 금속산화물이 기술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따라서 해외 및 국내에서는 같은 온도와 시간에서 더 많은 양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고반응성의 금속산화물을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CeO₂(산화세륨)이 가장 많이 연구가 보고되었고, 반응성을 더 높이기위한 방법으로 다른 전이금속을 도핑(Doping) 하여 산소와의 결합에너지를 조절하려는 시도가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Fe, Ni, Mn 등의 금속을 CeO₂ 에 도핑하는 등의 연구가 최근 보고되고 있다. [그림8]

[그림 8] 고 반응성 금속산화물을 개발하기 위한 Fe, Mn 도핑 CeO2 연구
[그림 8] 고 반응성 금속산화물을 개발하기 위한 Fe, Mn 도핑 CeO2 연구

이상으로 고온의 태양열을 사용한 태양열발전 및 태양열을 이용한 물분해 수소 생산 기술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해 서술하였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탄소 중립과 수소 산회로의 전환을 위한 저탄소 연료 또는 수소의 생산에 대한 많은 기술적 수요가 큰 주목을 받는 지금의 시점에서, 태양열을 이용한 물분해 수소 생산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2018년부터 호주 정부의 주요 연구 과제 중의 하나로 일본과 연계하여, 태양열 수소 체인 실증 연구가 진행중이다. 일본의 고반응성 금속산화물과 정교한 반응기 설계기술을 도입하고, 호주의 풍부한 태양에너지 자원의 환경에 구축된 태양열 집광 시설의 운전을 통해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큰 규모(500kW 타워 시스템)의 실증 실험 연구이다.[그림9]

[그림9] 호주 에너지연구소(CSIRO)의 500kW 타워형 태양열 집광 시설
[그림9] 호주 에너지연구소(CSIRO)의 500kW 타워형 태양열 집광 시설

 

이와 같이 최근의 수소 생산은 국가의 장벽을 넘어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특징을 함께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앞으로 더 많은 신진연구자들의 참여와 정부 및 관련 기업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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