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이 부족해 용접 등의 조업을 중단한 모습.
탄산이 부족해 용접 등의 조업을 중단한 모습.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선선한 가을철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탄산시장에서의 공급 부족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020년에 나타났던 탄산 수급 대란으로 인해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계는 봄부터 가을까지 탄산을 구하기 위해 애를 태워 왔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에 최악의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졌으나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고압가스업계에서는 탄산의 수급 대란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가격, 물량 등 비교적 거래조건이 좋은 반도체 세정용 탄산과 드라이아이스(D/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여기에 최근 국내외 경기마저 심각하게 곤두박질치고 있고, 원료탄산을 공급하는 석유화학사나 정유사들의 가동률마저 크게 떨어져 탄산의 공급 부족 현상은 고압가스업계의 큰 근심거리로 남는 분위기다.

특히 석유화학 및 정유사들의 정기보수 등의 일정이 한꺼번에 몰리는 봄과 가을에는 탄산의 공급 부족 현상이 여지없이 나타나고, 여름철에는 드라이아이스가 탄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당분간 탄산의 공급 부족은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본지는 지속되는 탄산의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탄산을 많이 사용하는 용접, 열처리, 주물 등 뿌리산업 중심으로 공급 중단되는 등 심각한 수준에 와있고, 내년에도 중소기업들이 운영하는 공장의 조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탄산(H₂CO₃)은 이산화탄소(CO₂)가 물에 녹아 생기는 산으로, 우리 생활 주변이나 산업현장에서 매우 밀접하게 사용되며, 모자라면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타격이 되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탄산이 용접, 열처리, 주물 등 공업용으로 사용함은 물론 식음료, 의료, 농업, 소화약제, 포장 등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반도체 웨이퍼 세정가스로 대량으로 사용되는 등 없어서는 안 되는 등 사람에 있어 공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듯 산업에서는 탄산이 필수불가결한 품목이라 할 수 있다.

태경케미컬, 선도화학, 창신화학, 어프로티움, 신비오켐, 동광화학, SK머티리얼즈리뉴텍, 한국특수가스 등 국내 탄산메이커들의 하루 총 생산능력은 2700톤 내외이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석유화학사, 정유사 등의 가동률이 50~70%에 그치고 있어 탄산의 수급 대란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규모 조선사도 탄산이 없어 조업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하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3월부터 탄산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 5월에 들어서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사업자들이 아우성을 치자 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팀이 나서 탄산과 관련한 분야의 업체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의 회의를 열고 다각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는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에도 산업부가 우선적으로 내놓은 방안이 중부지역에 대규모 탄산저장탱크를 설치, 공급 부족 시 출하하겠다고 하나 탄산업계에서는 투자 및 운영의 주체와 관련한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고, 투자비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시원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탄산메이커 증설계획은 많지만

지난해 선도화학의 탄산플랜트 증설에 이어 현재 탄산플랜트를 신설 중이거나 향후 탄산메이커들이 신증설하려는 계획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신일가스의 자회사로 설립된 신비오케미컬이 충남 서산시 대산의 현대오일뱅크로부터 원료탄산을 공급받기로 함으로써 내년에 예상되는 탄산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비오케미컬은 현대오일뱅크에서 받은 오프가스에서 수소를 정제해 하루 600톤(연간 20만톤) 생산규모의 탄산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총 6000톤 규모의 저장설비도 갖추는 이 회사는 내년 3월 경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여름철 탄산 수급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동광화학도 지난해 3월 울산의 에쓰오일과 부생가스를 활용한 탄산사업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CCU를 통해 부생가스에서 탄산을 정제하는 방식이며, 동광화학의 탄산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10만톤에서 2배로 늘어나게 된다.

탄산메이커들 가운데 태경케미컬의 탄산플랜트 신설계획이 사업성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회사는 충남 서산시 대산 소재의 LG화학에서 수소를 제조할 때 나오는 탄산을,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하게 된다. 하루 600톤 생산규모의 탄산플랜트 건설계획을 발표한 이 회사는 오는 2024년 상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며, 이 회사 주력 제품인 탄산의 총 생산능력도 기존의 620톤에서 1420톤으로 대폭 증강함으로써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탄산메이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4일 덕양에서 사명을 변경한 어프로티움도 연간 10만톤 생산규모의 탄산플랜트에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울산 용연부곡지구 산업단지에 이산화탄소 포집시설과 액화탄산플랜트를 건설하기로 했으며, 내년 하반기에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매각설이 돌고 있는 한국특수가스 또한 여수 금호석유화학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연간 7만톤 생산규모의 CCUS 설비를 오는 2024년까지 구축하기로 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전북 군산시에 있는 대흥산업가스의 자회사로 신규 설립한 대흥CCU는 120억원 투자, 새만금산단 2공구 1만5000㎡의 부지에 탄산 및 드라이아이스 생산설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전북도, 새만금개발청, 군산시, 농어촌공사 등과 액화탄산 및 D/I 생산을 위한 탄산플랜트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대흥CCU는 OCISE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중 탄산을 포집, 저장하는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생산의 한계성 있다는 특성 지녀

사실 산업용 탄산이라는 품목은 석유화학사, 정유사 등 원료탄산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는 데 사업성 및 경제성 충족해야 한다. 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탄산을 발굴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처럼 탄산은 생산하고 싶다고 해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의 한계성이 있다는 특성도 탄산플랜트 신증설 시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국내 탄산시장에서 수급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는 반도체 웨이퍼 세정용 고순도 탄산과 D/I의 수요를 탄산의 한정된 물량으로 해소하기 힘들다는 것도 공통된 견해다.

최근 탄산업계에서 가장 매력 있는 수요처는 바로 삼성전자, SK하이니스 등 반도체회사들이다. 반도체용 세정가스로 고순도 탄산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즈음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용 세정가스로 쓰이는 고순도 탄산의 물량이 크게 늘어 이곳을 대상으로 탄산을 공급하는 탄산메이커들의 경영실적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가격의 차별화를 갖춘 고순도 탄산을 반도체시장에서 대량으로 공급하는 시대가 왔으므로 해당 탄산메이커들은 앞으로도 고속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이아이스시장도 급팽창 중

이처럼 부족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탄산이 남아돌아 일본에 수출까지 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조선사에서 탄산을 대량 사용했으나 국내 시장에서 탄산이 넘쳐 가격이 형편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신선식품 등을 택배로 구매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D/I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2020년에는 몇몇 조선사와 대규모 온라인유통회사 등을 중심으로 중국 등지로부터 액화탄산 및 D/I를 수입하기도 했다.

5년 전만 해도 D/I는 탄산메이커들의 전유물이었다. 탄산메이커들과 D/I 대리점으로 이뤄진 D/I시장이 최근에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신선택배 등의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D/I 시장에서도 다양한 규격의 제품으로 공급받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D/I만 전문적으로 제조, 공급하는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최근에는 고압가스충전소들도 중소형 규모의 D/I제조설비를 들여놓기 시작했으며,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의 충전소에 이어 제주지역에도 설치하는 상황이다.

부직포로 포장되는 드라아이이스.
부직포로 포장되는 드라아이이스.

D/I제조설비 공급권 경쟁도 치열

이뿐 아니라 쿠팡, 마켓컬리, 쓱닷컴 등 대형 온라인유통회사가 자회사 등을 통해 D/I제조설비를 갖추고 자급자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품관련업체들과 D/I제조설비공급업체들도 D/I제조설비를 갖추고 직접 공급하거나 OEM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D/I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기존의 탄산메이커들도 블록으로 이뤄진 D/I 외에 너겟, 펠릿, 부직포 등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제품의 제조를 위해 최신 설비를 추가로 들여놓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곳이 많아졌다.

D/I는 이미 대형 유통회사들이 온라인판매망을 통해 박스의 형태로 묶어 판매하기 위해 인터넷 웹사이트에 상품을 띄워 놓고 있다. 향후 유통망 확대를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편의점 등에서 D/I를 구매, 사용하는 시대도 올 것이란 전망이다.

D/I시장의 눈에 띄는 성장에 힘입어 D/I제조설비 공급업체들도 덩달아 신이 난 모습이다. D/I제조설비 공급업체는 국내에 서너 곳이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산을 들여와 설치까지 해주는 업체도 생겨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D/I제조설비 공급업체들은 너겟성형기, 필렛제조기 등의 D/I 설비 및 장비 외에도 드라이아이스세척기, 초임계 CO₂ 스노우젯 세정시스템 등도 취급하고 있다.

최근 D/I제조설비 설치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등 D/I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예측은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했다. 반도체 세정용 탄산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 탄산시장은 당분간 메이커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3년 사이에 탄산메이커들이 서로 앞다퉈 플랜트 신증설을 한다고 하더라도 탄산의 공급 부족은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여 당장 수급에 가장 큰 애로를 겪고 있는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사업자들의 수급 전략 등이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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