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우리 고위공직사회는 어디까지 썩어 있는 것일까. 요즘은 TV와 신문보기도 겁이 난다. 검은 돈이든 구린 돈이든 돈이라면 무조건 먹어치우는 「돈 불가사리 나으리들」이 매일같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고관(高官)부인들의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으로 온 나라안이 떠들썩했는데, 엊그제는 한창 잘 나가던 경기도지사 부부가 거액의 뇌물스캔들로 구속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119(소방본부)마저 썩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또다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21일, 불량장비가 장착된 소방차를 구입해 주는 대가(對價)로 업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챙긴 소방간부 13명이 무더기로 구속·입건됐다.

이 중에는 6명의 전·현직 소방본부장들이 포함돼 있어 그동안 119를 신뢰하고 성원을 보냈던 국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수사결과 어느 소방본부의 경우 지난해말에 구입한 고가 사다리차 2대가 구난용 게이지 미설치, 내부 유압호스의 파손 등으로 고장나 아예 소방차 1대는 먼지가 쌓인 채 창고에서 잠자고 있고, 다른 1대는 정비공장에서 수리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4억1천만원을 주고 구입하면서 본부장이 3천만원이나 챙겼다니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라 하겠다.

화재 또는 재난시 이런 장비를 가진 119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또한 바로 다음날인 22일에는 서울의 어느 소방서장이 화재진압현장에서 순직한 부하직원의 조의금 2천만원을 빼돌렸다가 들통이 나서 구속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건도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하위직 공무원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대로 먹고 살만한 월급을 받는 고위직들이 아닌가. 과연 우리 사회가 그동안 무엇을 개혁하고,무엇을 구조조정했는지 의문스럽다.

이렇게 돈만 보면 환장을 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청산되지 않는한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각종 유혹을 뿌리치며 청렴하게 근무하고 있는 대다수 공무원들을 위해서라도 고위공직사회의 숙정(肅正)작업은 강력하게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새정권이 들어선지 1년반이 지났지만 세상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썩은 인물들이 집권세력권으로 옮겨와서 그대로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려(나중에 삭제 당함)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공무원 비리가 생기는 이유」라는 제목의 어느 하위직 공무원의 글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장관·도지사·국회의원은 집안에 돈을 쌓아 놓는데 왜 우리에게는 월급만 갖고 살라 합
니까”먼저 윗물을 맑게 만드는 역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엄숙하게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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