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前으로 되돌아가 보자.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하게 등장하는 LPG유통구조 개편 얘기가 나오면 그 당시 적잖은 판매사업자들은 극도의 긴장감을 표시했다. 말은 거창하지만 LPG유통구조 개편은 궁극적으로 충전-판매소간의 구조조정을 뜻하며 이 경우 자본력이 앞서는 충전업계에 판매업계가 잡아먹힐(?)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반대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공동화 작업을 현장에 정착시킨 수도권 등지의 판매사업자들이 오히려 충전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통합 판매소가 공동투자를 통해 설립한 서경에너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경에너지는 설립된지 1년 만에 국내 최대 충전소가 됐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성급한 사람들은 자칫하면 충전업계가 판매업계에 오히려 흡수당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5∼6년 사이 LPG업계 내부에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이뤄진 것이다.

일부 앞서가는 충전사업자들은 이전부터 용기충전소가 대대적인 변화와 개혁을 하지 못하면 조만간 심각한 위기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 방법도 충전소 통폐합을 통한 숫자 줄이기, 직판 활성화, 공동충전장 설립 등 여러 가지가 논의됐다.

그러나 저변의 대다수 사업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고 앞서가는 사업자 역시 이를 행동으로 보여 주지 못했다. 아니 일부 사업자들은 여전히 가격을 후려쳐 물량을 뺏어오는 일에만 몰두했다.

“공동화는 곧 판매사업자들의 동업을 뜻합니다. 말은 쉽지만 우리나라에서 동업해서 끝까지 성공했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만약 통합이 제대로 정착하면 제 손에 장을 지집니다”

서울지역의 한 충전사업자가 한 말이 아직도 귓전에서 가시지 않는다.

<채덕종 記者>
<200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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