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蝕 투자에 대한 경영층 인식전환 절실
선진국의 경우 예방적 수준 넘어 예측적 기술개발


배관의 방식방법

지하에 매설되어 가스를 공급하는 배관은 주로 강 (steel)으로 만들어진다. 강은 자연적으로 원래의 상태인 산화물로 되돌아 가려는 경향을 갖고 있어서 토양 속에 배관이 직접 노출되는 경우 부식의 진행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배관의 주성분인 철의 부식은 철원자가 철의 이온상태로써 토양의 부식환경에 방출되거나 표면에 (수)산화물을 형성하면서 진행하게 된다. 최근 들어 도시가스사에서는 배관의 부식 위험성을 없애고자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의 배관에 폴리에틸렌 관을 사용하기도 한다.

배관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중의 하나는 배관이 토양과 같은 부식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전기적 절연성을 가지는 피복을 적용하는 것이며, 또 하나의 방법은 배관에 전기적으로 ‘음 (negative)’의 성질을 강제적으로 부여하여 철의 산화반응을 최대한 억제하고 강제적으로 환원반응만이 일어나도록 하는 음극방식 (혹은 전기방식)을 하는 것이다.

배관을 피복이나 음극방식의 어느 한가지로만 방식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완전한 방법이며, 두 가지를 병행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다. 즉, 배관에 적용된 피복은 토양 부식환경에 대한 물리적 장벽 역할을 함으로써 부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부여하고, 건설시 기계적인 충격이나 자연적인 결함 등으로 피복이 손상되어 토양에 노출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음극방식이 부식 진행을 억제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개념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것이다.

배관의 음극방식 방법에 있어서 도시가스사에서는 마그네슘 희생양극방식과 외부전원에 의한 외부전원방식 각각을 회사실정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마그네슘을 이용한 희생양극방식은 마그네슘을 철과 전기적으로 연결해 줌으로써 철보다 이온화경향이 큰 마그네슘이 산화되고 (이온화하고) 대신 철에서는 환원반응만이 일어나게 한다. 외부 전원방식은 정류기의 ‘-’단자가 배관과 연결되고 ‘+’단자는 배관과 멀리 떨어진 지점에 놓인 불용성 전극에 연결됨으로써 배관에 강제적으로 ‘음’의 성질을 부여하는 것이다. 한편, 70기압에 달하는 고압으로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 매설배관의 경우 건설초기에는 마그네슘 희생양극을 적용하여 방식하다가 배관건설이 완료되면 외부 전원식에 의한 방식방법으로 전환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음극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배관이 정상적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확인 작업이 배관의 전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음극방식전위가 황산동 기준전극을 기준으로 -850mV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방식조건을 만족하면 배관에서 부식은 진행하지 않아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음극방식의 현황 및 문제점

배관의 음극방식전위가 모든 배관에 걸쳐서 확보되면 일차적으로 배관의 방식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스설비 감독관리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는 도시가스사업법에 의거하여 가스배관의 방식전위 확보유무에 대한 감독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일부의 가스배관에서는 방식전위의 확보가 어렵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그네슘 희생양극 방식의 경우 넓은 면적의 배관을 오랫동안 방식하게 되거나, 가정으로 공급되는 배관이 건물의 기초 등과 접촉하게 되어 방식전류가 불필요하게 기초를 방식하는데 소모되면 점차 희생양극의 방식능력이 쇠퇴되어 추가적인 증설이 되지 않는 이상 방식전위 확보가 어렵게 된다.

피복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하거나 불완전하게 시공되어 있을 때는 피복층이 들뜨게 되고 들뜬 배관과 피복층 사이에는 방식전류가 충분히 유입되지 못하여 외견상 방식전위가 확보되는 것처럼 측정되더라도 이 지점에서는 부식의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전기적 절연성이 우수한 폴리에틸렌 피복과 같은 피복층이 접착력이 아주 약한 상태이거나 불완전하게 시공되었을 때 커지게 된다.

외부적인 전기간섭에 의하여 방해받을 때도 방식전위 확보가 어렵게 된다. 즉, 직류에 의하여 구동되는 전철운행 지역, 직류에 의하여 신호가 통제되는 기차역 부근, 타 전기방식설비 (방식전위가 차이 나는 배관, 외부 전원식의 양극 등)와 인접한 지역 등에 매설되어 운영되는 배관에서는 상대적인 전기적 강도의 차이로 인하여 간섭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전철과 인접하여 병행하는 지역에서는 그림1에서처럼 전철의 구동에 사용된 전류의 일부가 인접한 지하 가스배관에 유입되어 배관이 전류의 전기적 통로역할을 하게 되고 철로와 인접한 다른 부위에서 전류가 변전소나 철로로 귀로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직류 ‘미주전류’(stray current) 간섭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전류가 유입되는 지점에서는 배관의 방식전위가 낮아져서 배관의 방식문제에 커다란 위해 요소는 없으나 전류가 유출되는 지점에서는 배관의 방식전위가 방식전위 기준 값 이상으로 높아지고 이는 부식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관찰되었던 부식사례에 대한 사진을 참고적으로 그림 2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직류 미주전류에 의한 부식의 특징은 부식부위에 특별한 부식생성물을 생성하지 않고 비교적 깨끗한 표면을 갖거나 아예 광택을 보이는 상태로 부식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배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은 방식전위를 갖는 방식설비가 배관에 인접한 경우 전위가 높은 지점에서 낮은 지점으로 전류가 흐르는 특성으로 인하여 배관에서 전류가 빠져나가는 상황 (음극간섭)이 발생하면 역시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직류간섭에 의한 부식의 위험성은 비교적 오랫동안 관찰되고 연구되어 왔으며,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철에 의한 미주전류간섭에는 유입되는 전류량 만큼을 전기적인 통로를 통하여 철로나 변전소로 회귀시키는 방법 (배류법)이 적용되고 있으며, 타 배관과의 간섭에는 상호 유출입 전류를 역시 상호간섭이 무시될 수준이 되도록 적정한 크기의 저항을 상호간에 연결하여 줌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직류에 의한 간섭에 비하여 교류에 의한 간섭 (교류전철의 누설전류, 병행하는 송전선에 의한 유도전류, 접지를 통한 누설전류)은 최근까지 부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여 무시할만한 수준이라고 인식되어 왔으며, 단순히 작업자의 안전문제 관점에서만 취급되어 왔다. 그렇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독일 등지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상시로 배관에 유도되는 교류간섭이 부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실제로 교류는 방식전위가 방식전위 기준을 만족시키는 상황에서도 부식을 일으킬 수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방식전위의 측정은 순전히 직류 모드에서만 측정되므로 직류에 중첩되어 있는 교류간섭에 대한 강도는 별도로 교류성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간과되기 쉽다.

교류에 의한 부식이 비록 직류에 비하여 부식을 일으키는 효율이 현저히 낮은 것 (1% 이하)은 사실이나 현장에서 유입되는 교류간섭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교류에 의한 부식의 위험성은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교류에 의한 부식은 교류의 주파수가 작을수록, 교류간섭 강도가 클수록 부식진행이 빠르지만, 반면에 배관의 노출면이 넓을수록, 교류 주파수가 클수록, 방식전위가 낮아질수록 부식진행은 느려진다.

교류에 의한 간섭이 운영되는 방식전위조건에서도 부식진행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되면 배관에 접지물을 연결하여 줌으로써 배관에 유도된 교류전압을 낮추어 부식의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다. 다만 배관에 연결되는 접지물이 기존에 운영되는 방식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배관과 접지물 사이에는 교류전류만 흐르고 방식 (직류) 전류는 흐르지 않도록 하는 분극전지 (polarization cell)나 이러한 개념을 전기적 회로화한 장비를 설치해 주어야 한다.


배관안전을 위한 제언

배관의 안전에 위험이 되는 요소에는 부식, 타공사에 의한 손상, 지반이동에 의한 변형 등 세 가지가 있다. 이중에서 부식은 기술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사항이다. 위에서 소개한 피복, 전기방식, 미주전류에 대비한 배류 등이 적용되고 있는 방법들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이러한 방법들이 기술적 검증절차없이 무절제하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전기방식 분야에서도 십여년 이상된 설계ㆍ시공방법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미주전류에 대응하는 국내의 상황은 원시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배관의 부식방지를 위한 조치가 가스회사들의 수익증대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오히려 비용일 뿐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가스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배관이며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스회사 경영층의 부식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가스산업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사후 처리적 또는 예방적 관점에서의 부식방지 기술은 물론 예측적 관점에서의 기술을 개발하여 배관의 사용 가능성 평가, 수명예측까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에서는 배관의 부식방지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식된 배관의 사용가능성 평가가 가능한 프로그램 (COPAP)과 부식 이외의 결함이 발생한 배관의 안전성 확인 프로그램 (KOFAD)을 개발하여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진단기술, 방식설계기술, 평가기술은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술이다. 도시가스회사들도 이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배관연구센터 고영태 박사>

<가스신문사>
<200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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