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중국의 경제활성화와 개방정책이 가속화되면서 거대시장 중국시장에 대한 진출과 투자는 경제성장률 증가의 한계성에 직면해 있는 선진제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92년 한·중수교 이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가스관련 산업체의 중국 현지 생산공장 설립은 지난 93년 경동보일러, 귀뚜라미 보일러를 시작으로 현재 10개 사가 단독투자 또는 합작투자를 통해 법인을 설립 운용 중에 있다. 이외에도 상당수 업체들이 중국투자를 위한 시장조사와 중국 측 공동사업자 물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에 따라 투자목적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국내시장의 한계가 노출돼면서 기업성장의 정체성 극복을 위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국시장에 제품공급을 통한 매출 증대 △관리비 상승에 따른 해외 수출 경쟁력 약화를 국내 업체의 상표 인지도와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제3국 수출 활성화 △수입을 통한 국내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제고 등 현안문제에 대한 돌파구로 중국투자가 선택되고 있다.

특히 인력난을 심하게 겪고 있는 업체와, 중국의 기술 발전속도가 빠르고 앞으로 중국제품이 수입돼 국내시장에서 자사에 강한 영향을 미치거나 경쟁상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중국투자를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보다는 누구를 만나 언제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 것인가를 고심하게 된다.

이같은 가스기기제조업체의 투자확대에 힘입어 중국은 국내 가스기기시장의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가스기기생산공장 진출 현황과 목적, 배경, 문제점은 무엇인가 진단해 본다.


진출현황

업체별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경동보일러가 지난 93년 9월 연변 경동보일러유한공사를 설립한데 이어 95년 3월에는 북경 경동보일러유한공사를 설립했다. 97년 중국 품질안전마크(SQL)를 획득하고, 98년 5월 중국 순의현 마파향에 5만㎡의 공장을 준공한 이후 2001년 말 기준 연간 2만여대의 기름보일러와 가스보일러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세계적인 보일러 전문생산업체인 귀뚜라미보일러는 지난 99년 천진 귀뚜라미 보일러 유한공사를 준공, 2000년 4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중국 천진항 보세구역에 위치한 천진공장은 1만5천3백평 규모로 연간 가스보일러 60만대, 소형 트랜스 180만개, 전자 컨트롤 200만개, 정밀모터 3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 제1공장이 가동 중에 있다. 콘트롤박스, 엑셀파이프 등을 생산하게 될 제2공장은 올해 6월경 제품생산을 목표로 내부설비공사를 진행중이다.

배관이음자재 생산·유통업체인 구 승덕공업이 상호를 변경한 피엘금속은 지난 95년 11월 하북성에 배관자재로 사용되는 가단주철제 관이음쇠(KSB 1531)를 생산하는 승덕현창마강유한공사를 가동 중이다. 가스플랜트 건설, 고압가스 밸브와 LPG충전기 등 가스기자재 전문생산업체인 (주)MS이엔지는 98년 강소성 의정시에 LPG충전기 연간 500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의정원기연유한공사를 설립, 중국 내수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가스용 배관전문생산업체인 동성C-TECH는 2000년 7월 산동성 용구시에 연태중성배관유한공사를 설립해 지난해 5월부터 가스용폴리에틸렌관(PLP)을 생산 중국 내수시장 공급에 들어갔으며, 조정기 전문생산업체인 일신메탈은 2001년 7월 절강성 평호시에 대지 6천평 건평 2,270평 규모의 공장을 마련 지난해 5월부터 월 10만개의 LPG 가정용 저압조정기 생산라인을 가동중이다.

가스용폴리에틸렌 피팅류 생산 및 금형전문업체인 대연정공은 광대한 중국시장을 선점하고 제조비용 절감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1년 30억원을 단독 출자, 천진시에 대지 2천평 건평 1천평 규모의 천진대연모구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현재 금형을 갖추고 가스용폴리에틸렌(PE) 이음관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억여원의 매출을 달성한데 이어 올해는 15억원을 매출목표로 잡고 있다.

밸브업체로는 (주)세진피팅이 2년여 전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온 기존 거래업체에 지난해 자금을 투자해 절강성에 세진벌문유한공사를 설립, 가스용 밸브를 비롯한 각종 밸브류를 생산 중이다. 세제원료, PE파이프 및 배관자재 전문생산업체인 코스모산업도 극동도시가스와 함께 지난해 중국 강소성에 강소통달코스모프라스틱유한공사를 설립, 올해 3월 PE관 양산을 목표로 현재 설비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산업용 보일러 전문생산업체인 부스타보일러와 흡수식냉온수기 제조업체인 삼원기계, LNG·LPG선用 보냉재 생산업체인 강림보냉 등이 중국투자를 시도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상대업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업체들의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선진대열 진입과정이나 2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해문제나 가격경쟁력 제고, 시장개척을 통한 매출증대를 위해 생산공장의 해외이전을 추진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진입 단계에 도달해 있는 데다 환경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기존 2차산업의 경우 기술고도화 추진 필요, 3차산업의 확대과정 중이어서 국내가스기기 생산업체들의 중국투자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기대효과

가스기기 생산업체가 중국에 투자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게 현재 국내에서 당면하고 있는 경영애로사항 해소와 중국 및 해외공급을 통한 매출증가 등으로 구분지어질 수 있다.

먼저 당면하고 있는 경영애로부문은 보급단계를 넘어 교체수요로 전환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국내 가스기기시장에 대응한 매출증대와 신규사업을 통한 회사의 비전제시 필요, 인력난과 공장부지 확보 어려움, 제반 관리비 증가에 따른 경쟁력 약화, 동종업체간 치열한 가격경쟁을 통한 이익 감소로 경영여건이 악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도입할 경우 이러한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중국 및 해외공급을 통한 매출증가부문은 현지의 신속한 정보입수와 광대한 중국시장의 선점, 국내 업체의 상표 인지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합쳐 제3국시장 수출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기타로는 세제혜택이나 산업연수생 활용 등이다.


투자시 유의할 점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잘된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는 상당한 시일이 경과해야 알 수 있는 것으로 국내에서도 쉽지 않은 투자를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한 외국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업체도 있지만 90년대 초·중반에 투자한 업체 중 R보일러의 경우 국내 모사까지 부도가 나기도 했으며, 업소용 주물연소기를 생산하는 J사도 양사 합의로 자사 투자지분을 국내에서 구입한 설비로 가지고 들어갔으나, 중국 상대업체가 설비는 감각상각이 된다며 감가상각할 때마다 지분 축소를 요구, 사업을 철수한 사례도 있다.

C보일러도 2000년에 2개의 합작법인을 하나로 조정하는 등 큰 투자손실은 아니더라도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매출이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바 있다. S보일러 B사와 같이 중국 관계당국이나 업체가 투자조건에 대한 말 바꾸기를 계속하면서 몇 년 동안 공장설립도 못하고 사업이 표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합자회사를 운용 중인 한 업체 대표는 국내업체의 직접적인 중국투자 역사는 10년 이하로 현재 진출해 있는 업체도 대부분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차 중국시장을 이해하고 시장을 넓혀 나가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아직 자타가 중국시장에서 공인 받을 정도로 성공했다고 할만한 업체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중국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업체는 실패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한 시장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단독출자의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 기술누출 방지, 자의적인 투자와 수익관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체제와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질감, 직원들의 책임감과 주인의식 결여, 품질관리 수준이 낮고 특히 수금이 용이하지 않은 점 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도시와 농촌지역간 국가 기반시설 차이가 극심해 항만 물류를 고려한 신중한 입지 선정, 가급적 수요처와 가까운 지역에 공장 설립 등 생각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에 반해 합작투자회사의 경우 상호 신뢰할 수 있고 지속적인 협조가 가능한 상대업체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물류와 수요처를 고려한 공장 입지도 중요하지만 주로 국내 생산품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만큼 석탄가스에서 LPG, LPG+공기, LNG 등 다양한 가스가 공급되는 데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스와 열량, 압력 및 성분에 차이가 나거나 중국 내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나는 등 전반적으로 가스 품질이 국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스기기의 경우 A/S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중국진출 경험자들은 강조한다.


[인터뷰] 일신메탈 구연대 사장
신중한 투자로 시행착오 안거쳐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LPG 조정기시장의 대체시장 개발의 필요성 증대, 제조분야 현장 종사원 확보 어려움, 관리비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극복, 중국내수시장 진출의 교두보 마련과 제3국 수출 활성화를 통한 매출증대, 인력의 탄력적 운용 및 부담 최소화를 위해 합작공장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2001년 7월 소방용 계기와 차량용 LPG연료공급시스템 전문생산업체인 평호신인의표유한공사(平湖晨人儀表有限公司)와 합작투자해 절강성 평호시에 설립한 평호신인일신의표유한공사는 대지 6천평 규모에 건평 2,270평 규모의 LPG조정기 전문생산업체로 종업원 100명이 월 10만개의 4㎏/hr 용량의 가정용 조정기를 양산할 수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양 사의 합작방침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 공급은 중국측에서 생산 유통을 담당하고, 수출부문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정밀검사를 획득 해외 인지도가 높은 일신메탈 상표로 국내 공급과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장 등에 수출된다.

소비자에게 가장 관심사가 되고 있는 품질관리는 국내에서 공급된 검사장비로 한국가스안전공사 검사원이 중국 현지에 제품검사를 실시하고 통과된 제품에 대해 한국가스안전공사검사 필증을 교부받아 부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신메탈 직원의 현지파견을 통한 기술지도 및 품질관리, 평호신인일신의표유한공사 직원의 일신메탈 부산 본사 초청교육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일 수준의 조정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중국투자는 자사 진출 목적에 따라 자본금 전액을 출자하는 자회사 설립방식과 중국측 업체와 공동출자를 해 사업을 진행하는 합작회사설립을 통한 운용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합자회사는 신뢰와 상호협조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상대업체 선정, 도로망, 항만 등 물류관계를 고려한 신중한 공장입지 선택, 제품 공급 후 수금 관계를 사전에 면밀하게 관리했느냐 잘못했느냐가 사업 성공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신메탈은 내수와 수출판로를 중국 진출이전에 모두 확보하고 본사에서 제품생산을 계속 유지하는 등 장기간에 걸친 신중한 투자로 이제까지 시행착오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 왔습니다”

국내 LPG기기시장이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긴 하지만 일정규모이상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등 지속적인 시장의 유지 관리가 필요해 현재로서는 생산공장의 중국 이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구연대 사장은 장기적으로 부산 본사와 공장은 기술집약도가 높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 생산성과 효율을 제고하겠단다. 대신 중국 공장은 자국의 내수와 제3국 수출을 주로 하는 종합가스기자재 생산업체로 육성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진호 기자>



中國 천진 귀뚜라미보일러유한공사
2년만에 年매출 100억원 규모 성장

세계 1위의 보일러 전문업체를 꿈꾸고 있는 귀뚜라미보일러의 해외시장 공략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천진 귀뚜라미보일러 유한공사(대표 이동국)는 전세계 보일러제조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중국에서 그 명성을 더 높이고 있다.

99년 준공, 2000년 4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천진 귀뚜라미 유한공사는 각종 보일러 부품 및 완제품을 생산해 2년여만에 연 매출 1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귀뚜라미는 미수금이 없이 100% 선입금된 대리점에 대해서만 보일러와 부품을 판매하는 영업전략을 펴고 있지만 연말까지 가스보일러판매량만 1만대를 초과해 중국내에서도 최고수준의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귀뚜라미 천진공장은 중국전체에 대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각종 전시회 등을 통해 기술력을 홍보하고 있으며 공장 내에 A/S 교육장을 설치해 365일 서비스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 저변 확대는 물론 서비스맨의 확대로 소비자에게 더욱 질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 진행중인 이 서비스교육은 대리점 A/S 기사, 설비업자는 물론 보일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해 새로운 영업전략이 되고 있다.

중국 천진항 보세구역에 위치한 천진공장은 1만 5천3백평 규모로 제1공장이 지난 1999년 설립, 가스보일러 60만대, 소형 트랜스 180만개, 전자 컨트롤 200만개, 정밀모터 300만개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조직은 이상국 총경리와 관리팀, 생산팀(보일러 생산, 부품생산) 영업팀(영업관리, 영업 1팀, 영업 2팀, 북경사무소, A/S) 등 360명이 근무중이다. 북경, 상해 등 5개 지역에 총대리점을 두고 전국에 100여개 대리점을 두고 있다.

이외에 지난해 9월에는 제2공장이 준공돼 내부 공사를 진행중이며 우선 컨트롤 박스 등을 생산하기 위한 엑셀 파이프 생산시설이 들어섰다. 장기적으로는 귀뚜라미 청도공장과 유사하게 보일러 완제품 조립은 물론 모든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보일러 전문생산기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정욱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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