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가 부산물 LPG를 직판한지 5년 만에 국내 생산량 중 25% 가량을 차지하고 판매에서도 전체 수요의 7%를 공급하는 등 국내 LPG공급사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생산과 판매물량(추정치)이 각 50만톤과 35만톤을 돌파해 정유사 중 현대와 인천정유를 제치고 4위급으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사실상 수입·정유사의 독과점 체제인 국내 LPG공급분야에 새롭게 참여하면서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이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이 과정에서 충전을 비롯 집단공급사업자 등이 큰 혜택을 봤으나 상대적으로 수입·정유사는 그만큼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그러나 이제 석유화학사들의 생산 및 판매물량이 거의 정점에 달하면서 수입·정유사와도 일정부분 연계를 시도하고 있으며 시장도 안정을 찾아가는 등 여러 곳에서 새로운 변화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험난했던 직판 성사과정

이전까지 독자적으로 LPG를 공급하지 못하고 수입·정유사를 통해서만 판매가 가능했던 석유화학사가 부산물 LPG의 직판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6월부터다. 석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석유제품 판매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자 관련 업체들이 산자부에 허용을 촉구했고 산자부 역시 이를 막을 명분이 없다며 후퇴하면서 그동안의 족쇄가 풀린 것이다.

석유화학사들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직판을 요구했으나 수급 및 시장안정에 저해된다는 수입·정유사의 팽팽한 반대의견에 부딪혔다. 정부 역시 계속해서 수입·정유사 손을 들어줬다. 품질문제에 있어서도 석화사 LPG에 포함돼 있는 유화제 등으로 인한 조정기 또는 자동차 부품류의 손상 등에 대한 우려가 완전 가시지 않은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화학사는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98년 삼성종합화학이 집단공급조합과 프로판 공급계약을 맺어 석유화학사들의 직판이 최초로 시작됐다. 이후 다른 석유화학사들도 하나 둘씩 직판에 동참하면서 확대됐다.


판매증가‥공급라인도 다변화

직판 초기에는 석유화학사들 프로판에 치우쳐 98년에는 직판 물량이 3만2,000여톤에 불과했다. 그러나 석화사들이 대학 연구소에 연구용역까지 의뢰하는 등 생산량이 많은 부탄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판매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99년에는 프로판 5만9,000여톤 부탄 3만8,000여톤 등 9만8천여톤으로 증가했고 이어 2000년에는 부탄이 프로판을 초과해 17만5천여톤의 판매량을 기록해 전년대비 두배에 달하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후 2001년에는 26만 8,000톤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추정치)에는 생산량 51만톤(P 10만6,000톤 B 40만5,000톤)과 판매량 35만톤(P 7만5,000톤 B 27만8,000톤)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공급라인 역시 초창기 대리점을 통한 판매대행 일변도에서 벗어나 直공급을 늘려나가고 일부에서는 간접적인 형태로 충전소 확보도 꾀하는 등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판매대리점 역시 기존의 한 곳이 아닌 다양한 업소에 가스를 공급하면서 자연스러운 영업강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특히 일부 석화사의 경우 다양한 충전소들과 직거래를 꾀하면서 수익성 강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정유사 ‘울상’ 충전소 ‘콧노래’

석화사의 LPG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기존 공급망이 전혀 없는 석유화학사가 수입·정유사에 비해 저렴하게 가스를 공급하면서 수요처 쟁탈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충전소들은 몰래 값싼 석유화학사 물량을 공급받기 시작했고 수입·정유사는 물량을 뺏기지 않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式으로 충전업계에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는 등 과거에 비해 공급조건이 나빠졌다. 결국 석유화학사 LPG공급으로 자영 자동차충전소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입었으며 반대로 수입·정유사는 이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가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 수입·정유사 공급체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무폴 충전소가 곳곳에 생겨났다. 현재 전국적으로 10여개에 달하는 무폴 충전소 대부분이 석유화학사로부터 가스를 공급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모두 석유화학사 등장 이후 생겨난 LPG유통구조의 변화상이다.


수입·정유사 기류변화

지난해 9월 삼성종합화학은 SK(주)와 월 3,000톤 가량의 부생 LPG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현대정유에도 월평균 프로판 100톤 가량을 판매하고 있다.

석유화학사의 직판이 허용된 이후 그룹 계열사인 정유사를 통해 물량을 판매하거나 일부 회사별로 단기적인 거래가 있기는 했으나 연관이 없는 석유화학-정유사간에 공식적으로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사례는 없었다. 이는 그동안 LPG직판을 놓고 줄곧 대립점에 놓여 있던 석유화학사와 수입·정유사간에 일부 화해무드가 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 측은 추가 생산물량을 판매함으로써 비축물량 초과 문제를 해소한 것은 물론 공장의 정기보수時 부족한 LPG를 정유사와 교환물량(SWAP)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십분 활용했다. 여기에 석유화학사 역시 직판(直販)보다 판매가격이 높고 정유사도 수입사 매입가격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상호 윈윈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석유화학사들은 수입·정유사와 지속적인 대립보다는 수익성은 물론 안정적인 공급측면에서 적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으로서 향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 석화사-정유사간 거래가 석유화학사의 직판 자체를 중단하는 형태까지 전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입·정유사는 내심 이번 거래를 점차 확대, 석유화학사의 모든 물량을 흡수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석유화학사는 직판 루트는 유지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고품질 LPG생산과 역할분담

석화사 LPG직판이 허용된 지 얼마 안돼 일부 석유화학사 LPG에서 유분(油分)이 검출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이는 결국 이전부터 제기돼 온 석유화학사 LPG의 품질문제로까지 번지면서 결국 국내 LPG품질기준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또 이 일로 석유화학사들은 자체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불순물 제거공정을 추가하는 등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LPG품질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다.

초기 석유화학사의 LPG 직판에 대해 수입·정유사들은 ‘무임승차론’을 피면서 맹비난 했다. 그동안 시장개척 및 충전대리점을 늘리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온 상황에서 석화사들의 물밑 침투는 수입·정유사 입장에서 매우 억울하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여기에 최근까지도 석유화학사의 비축의무 인정을 놓고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제도에 대한 의견충돌 같지만 내부적으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샅바싸움의 성격이 짙었다.

석유화학사들은 그동안 LPG생산 및 판매가 급격하게 증가했으나 앞으로는 현재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물론 판매에 있어서도 거의 정점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만큼 양측이 과거에 비해 대립하는 사안이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양업계 모두 동일한 시장을 놓고 싸울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한 공동발전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뷰] 삼성종합화학 화성고객지원팀 정을수 팀장
“품질완벽 검증, 추가增産 없다”


“그동안 석화사들이 팔 수 없도록 막아 자체연료로 사용해오던 LPG를 판매함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은 물론 엄청난 수입대체 효과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석유화학사 LPG 판매의 첫발을 내디딘 삼성종합화학 화성고객지원팀 정을수 팀장은 직판이 허용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고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LPG를 시장에 공급하는데 일조한 것을 자부심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출력 등이 좋다는 이유로 삼성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일부에서 아직 품질문제를 제기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흠잡을데가 없으며 이소부탄 함량이 높아 일부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고 봅니다”

정팀장은 삼성종합화학만 해도 초기부터 지금까지 품질확보 및 고객만족을 위해 자체 및 외부연구를 꾸준히 해왔으며 앞으로도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 완벽한 제품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他사의 경우 아직 완벽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정부가 정유사는 출하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데 반해 석화사는 자체연료로 사용하는 LPG에까지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입·정유사들이 석유화학사 LPG로 인해 달갑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을 끝으로 판매물량의 추가 생산이 전혀 없는 만큼 수입·정유사와도 긍정적인 관계설정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정팀장은 수입·정유사와의 관계개선과 관련 앞으로 대립관계가 아닌 화해와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적잖은 물량을 정유사에 공급하고 있는 등 과당경쟁을 자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공급자와의 약속이 있는 만큼 물량 전체를 수입·정유사에 공급해 직판물량을 중단할 수는 결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