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LNG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수요 증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겨냥한 다수의 LNG 생산 프로젝트 규모는 수요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맺어진 몇 건의 아시아 지역 LNG 공급계약은 기존 거래관행을 크게 바꾸어 가격이 낮아지고, 거래조건이 구매자에게 유리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산업 구조개편과 경쟁도입으로 LNG를 포함한 발전용 연료 수급불안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일회적이며 일시적인 것이라기보다 장기적인 시장구조 변화를 예고하는 조짐들이다.


공급과 수요

아시아 태평양 시장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LNG가 거래되어 소비되는 범위를 포함한다. 따라서 공급측면에서는 중동과 호주, 그리고 일본에 공급되는 알래스카 LNG 생산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수요측면에서는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지역이 포함된다. 물론 중동에서 생산되는 LNG의 일부는 스페인 등 유럽 지역에 공급되지만, 대서양 연안 LNG시장과 직접 연계되어 있지 않은 시장이다.

아시아 태평양 시장 LNG 수요는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을 합하여 2001년 7,560만톤이었다. 2010년까지 현재의 수요는 최대 2배 가까이 증대되어 1억4,130만 톤에 이를 전망이며, 2015년에는 최대 1억7,610만톤까지 늘어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의 경우 2001년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LNG를 생산하는 설비 규모는 9,220 만 톤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여기에는 중동에서 유럽에 공급되는 LNG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생산설비 규모와 잠재적으로 공급 가능한 규모를 모두 합하면 2015년 최대 수요 약 1억8천 만톤을 훨씬 상회하는 2억 톤 규모이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는 LNG 생산 프로젝트 모두는 성사되기 어렵다. 그만큼 구매자를 향한 생산자 경쟁이 격화되는 셈이다.




가격과 거래조건

이 같은 LNG 생산자간 경쟁을 반영하여 LNG 거래의 전통적인 계약 방식이 구매자에 유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체결된 몇 건의 LNG 계약에서는 LNG 가격이 실질적으로 크게 낮아졌으며, 거래 경직성 역시 크게 유연화되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체결된 중국 광동성, 복건성 양 지역에 공급될 LNG 계약은 입찰방식 계약으로 LNG 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전통적인 LNG 가격 산정 방식은 LNG 가격을 유가에 80~90% 정도 연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이 체결한 두 건의 LNG 계약에서는 유가 연동 비율을 30%로 크게 낮추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고유가에서는 LNG 가격이 전통적인 가격산정 방식에 비해 20% 이상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지난해 봄 일본 전력, 가스회사가 체결한 계약에서는 전통적인 장기 Take or Pay 계약과 함께 일정 주기로 재계약되는 단기 계약을 포함시키고, 계약에 참여한 일본 구매자간 물량 교류 및 제 3자 판매 등을 허용하는 유연한 계약구조를 만들어 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 계약에서 대략 10% 정도인 감량권이 일본 계약에서는 정기적 재계약되는 단기계약으로 최대 20~40% 정도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계약에 참여하는 공급자, 구매자의 특성마다 다르겠지만, 점진적으로 LNG 시장의 유연화가 진전될 전망이다.


수급불안 우려

신규로 LNG 구매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계약 종료 후 재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구매자에게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기존 계약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미 이번 동절기 한국과 일본의 발전용 연료 수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 문제는 LNG가격에 반영하는 유가연동이 현물유가와 몇 개월 시차를 가지기 때문에 발생했다. 일본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 정비기록 결함이 발견되어 발전소 가동이 중지되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이와 같은 문제는 하류 시장 경쟁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이 확대될 경우 주기적으로 나타날 위험이 있다. 이는 하류 시장 자유화로 다수 사업자가 등장하였으나 가격을 통해 수급을 조정하는 시장기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은 한국, 일본 등 발전 경쟁이 확대되는 지역에서 연료 수급에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가격제도가 먼저 논의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시장 국제거래에서 하류 시장 수급상황이 반영되는 거래제도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기업 사업구조

상류시장 공급과잉과 하류시장 경쟁 확대는 아시아 태평양 LNG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의 역할과 사업범위를 조정할 것이다. 이미 중국의 석유가스기업은 지난 LNG 구매계약을 통해 상류 부분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고, 일본의 전력·가스 회사들은 유연화되는 LNG 거래관행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LNG 수송선 보유를 추진하여, 장기계약과 더불어 체결된 단기 LNG 계약 거래에 참여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한편 하류 에너지 시장 자유화는 전력, 가스, 석유 등 에너지 업종별 구분을 모호하게 할 것이다.
상류와 하류로 구분되고, 석유, 가스, 전력 등 에너지원별로 분류되며, 환경과 에너지가 각각 독립적 사업영역이 되는 현재의 에너지 기업 구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시대가 등장할 것이다.


에너지기업의 적응

아시아 시장 생산자 경쟁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거래 방식이 바뀌고 있는 점, 이와 함께 하류 판매시장에서 발전용 등 앞서서 경쟁이 도입되는 부문에서 수급조정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점 등은 개방·경쟁형 시장구조가 등장하면서 나타나는 변화이다. 에너지 기업이 활동하는 시장무대가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한편으로 수급불안 위험을 가중시키고, 미래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할 것이다. 미국, 영국 등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시장 자유화가 진전될 경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에너지 기업은 재무적인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시장 변화는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사업모형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기업에게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 역시 미국, 유럽의 에너지기업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개방·경쟁형 시장구조의 진전이 국내외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면 이러한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 기업으로 기업구조와 경영방식을 바꾸어 나가는 것만이 소비자와 투자자로부터 선택되는 길일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가스경영연구소 이동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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