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가스 시장 점유율 12%, 유통경로 다원화
포스코 공급가격 인상…메이커 견제기능 약화


그동안 잉여가스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며 본격화됐다. 이는 지난해 10월경 대구의 고압가스판매업소인 대우종합가스가 설립한 고압가스충전소인 한신가스산업이 포스코 잉여가스 대리점인 동해가스산업에서 가스를 공급받아 영업에 착수하고, MS종합가스가 천안영업소에 충전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결국 잉여가스를 공급하는 포스코가 시장에서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고압가스연합회의 요청을 수용, 금년 4월부터 공급하는 잉여가스의 가격을 포항제철소는 N㎥당 105원에서 130원으로 23.80%, 광양은 95원에서 125원으로 31.57% 인상함으로써 일단락 됐다.

이번 포스코의 가격인상으로 잉여가스의 가격이 고압가스메이커 공급가격과 비슷해져 잉여가스의 가격견제 기능은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메이커의 시장지배력이 대폭 확대됐다. 따라서 메이커에서 공급가격을 인상할 경우 대리점인 충전소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가격인상분을 전가시킬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메이커가 일방적으로 공급가격 인상을 요구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잉여가스 생산규모

국내에서 잉여가스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포스코의 포항제철·광양제철소, 동국제강, 한국철강, 한보종합철강, INI스틸의 포항공장·인천공장, HPC, LG금속 등 7개 업체가 있다.

잉여가스의 생산 목적은 판매용보다는 자사 주력 상품인 철강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가 소비용으로 가스를 생산, 사용하고 남는 물량을 고압가스메이커와 고압가스충전소 등 대리점을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공급업체의 여건에 따라 공장정비기간 중에는 전혀 가스가 생산되지 않는 등 공급시기가 불규칙적이고 생산량도 예측하기 어려운 반면 가격이 다소 저렴한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잉여가스를 공급받는 업체들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운송비와 탱크와 같은 장비지원 능력, 원활한 수급문제 등을 고려할 때 고압가스메이커 공급가격과 30% 정도는 차이가 나야 어느 정도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압가스메이커와 잉여가스생산시설 보유업체의 생산능력은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간 당 액체는 산소 8만1천톤, 질소 8만4톤, 아르곤 4만톤이며, 기체는 산소 87만2천N㎥, 질소 102만5천N㎥로 생산능력 면에서는 잉여가스제조업체의 능력도 만만치 않은데 고압가스시장에서 잉여가스가 차지는 비율은 대략 12% 정도로 추정된다. 이 잉여가스 가운데 상당수가 고압가스메이커와 대리점 관계가 체결된 고압가스충전소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의 기능과 역할

그동안 고압가스시장에서 잉여가스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외국자본에 지배되고 있는 고압가스메이커의 일방적인 가격인상을 견제하는 것이다. 시장은 주로 부산, 경남, 울산, 전남, 경북 등 잉여가스가 많이 생산되는 남부권을 중심으로 형성돼 거래가 이루어져 왔다.

일부의 주장처럼 과연 잉여가스가 고압가스시장을 교란해 왔는가에 대해서는 보는 입장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대개 2001년 동국제강의 잉여가스를 공급받는 동인산업가스가 설립된 이후 부산가스의 물량이 분산되고 가스공급에 변화가 생기면서 잉여가스의 가격견제기능이나 저가공급이 제약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처한 위치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충전업계 단체인 고압가스조합연합회는 잉여가스를 공급받는 충전업체들의 저가판매 폐해가 심해져 기존 업체들의 피해와 시장 교란이 심각한 수준이며 특히 영·호남지역은 그 폐해가 다른 지역보다 심해 잉여가스 사용업체와 기타 업체들의 출혈경쟁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잉여가스를 공급받는 업체들은 그동안 고압가스메이커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을 받음으로써 경영에 도움이 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덤핑을 통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것은 낭설로 사실이 왜곡됐다고 반박한다.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잉여가스의 1차 대리점과 2차 대리점에 고압가스메이커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현재 잉여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충전소도 동해가스산업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거의 전 업체가 고압가스메이커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해 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분참여 충전소와 직영충전소를 포함 전국 13개 충전소를 통해 가스를 공급해 온 MS가스의 경우 취급하는 제품은 고압가스메이커에서 공급받는 가스물량이 75∼80%, 잉여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망

국내 고압가스시장은 고압가스메이커의 경우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요처인 제조업체에 직접 공급하기도 하고, 대리점인 충전소에 동일한 가스를 공급하면서 장비지원이나 결제 조건, 운송 방법 등을 고려한 차등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충전소업계의 경우도 잉여가스 대리점인 충전소 뿐만 아니라 고압가스메이커 대리점간에도 딜러로 통용되는 업체의 경우 탱크로리로 타 충전소에 가스를 공급하는가 하면 대리점인 판매업소, 산업체에 직접 가스를 공급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같은 가스인데도 수요처에 따라 20% 이상 차이가 발생하는 품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시장구도가 제조업체 대리점 소비자로 이어지는 일반상품의 유통경로와는 달리 다원적이고 중첩적인 미분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덤핑이 주로 문제가 돼 온 것은 신규 충전소 준공이나 기존 충전소의 인수후 초기시장 진입기에 주로 나타났다. 남부권의 가스가격이 낮은 것은 잉여가스보다 97년이후 신설된 35개 가량의 충전소 중 대부분이 남부권에서 설치돼 수요증가는 둔화되고 있는데 공급시설만 확장된 것이 주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잉여가스를 공급하는 대표 업체 중 하나인 포스코의 가격인상으로 잉여가스의 가격 견제기능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더욱이 포스틸 공개입찰 여부를 검토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는 전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사실상 고압가스메이커의 가격인상 억제를 위한 견제 역할이 주어지게 됐다는 게 대부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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