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0개 시험소, 92년 ‘효율측정 규정’ 제정
외국자료 국내 접목時 수많은 실험, 검증 필요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리는 것보다 보는 것을 더욱 즐긴다. 내 취향은 인상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의 화가 르느와르 작품이다. 추상적인 작품은 심미안이 부족하여 별로 흥미가 없다. 아무래도 초보자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옛말에 ‘눈먼 봉사 코끼리 만지듯 한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사물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자기가 본 사물의 일부를 전부인양 생각하는 봉사들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가끔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몇 년전 정부에서는 가정용 가스보일러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가스보일러를 ‘효율등급’ 및 ‘고효율기자재’ 품목에 포함시켜 제도화 하였다.

지나친 효율의 강조는 난방과 온수의 본기능 확보보다는 가스를 사용하는 제품의 특성으로 안전성이 노출된 제품의 출시 등이 예상되어 우리 협회와 일부 업계는 이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제도는 시행되었고 시행결과 모든 제품이 1등급(80.6%)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사실상 등급구분의 의미가 없어짐에 따라 정부에서는 2003년 1월부터 최저 효율제도(80%)로 전환하였다.

따라서 올해부터 생산되는 제품은 최저효율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배척될 수밖에 없다. 이로서 국내가스보일러는 현재 KS규격기준(72% 또는 75% 이상)을 월등히 초과하여 엄청난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적은 가스제품의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국내 국내보일러 제품의 효율 수준은 선진국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제대로 된 사물을 보고 그리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협회는 2002년 5월 유럽시험소들의 인터넷망 협의체(LABNET)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유럽 가스보일러 효율시험에 대한 많은 보고서와 데이터를 입수하게 되었다. 이들 자료를 살펴보면서 그동안 가졌던 생각에 더욱 의문을 더하게 되었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은 전체인가, 부분인가 아니면 사실인가 거짓인가.

국내와 유럽규격의 차이

국내 규격(KS)의 시험방법을 유럽규격(EN)과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선 시험의 환경조건(온도, 습도등)이 다르고 사용하는 시험방법이 상이하다.

종합적인 내용을 검토해 보면 중요한 차이점은 유럽의 경우, 보일러 효율시험의 재현성 확보에 수 많은 노력을 하였으며 현재도 진행중 이라는 사실이다.

유럽도 에너지 절약을 위하여 효율 표시를 권고하고 있으나 아직 규정화하지는 않았다. 보일러 효율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럽은 British Gas, DGC, Gaz De France등 10여개의 시험소가 참가한 1990년 비교시험 결과 시험소마다 열효율값에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와 같이 재현성이 떨어지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우선 시험규격이 만족할 만한 재현성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세부적이지 않으며, 시험에 관계된(예: 대기온도등) 몇 가지 중요한 인자들이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시험에 사용된 절차(시험절차, 시험장비의 교정 등)들이 동등하거나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유럽의 시험소는 열효율시험을 정확히 하기 위하여 EU위원회의 지원 하에 1992년부터 정확한 보일러 효율 측정을 위한 ‘우수시험소 규정(Good Laboratory Practice)’을 만들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그 내용이 까다로워 생산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움으로 현재 유럽규격(EN)으로 등록된 것은 아니나 유럽의 시험소에서 정확한 시험을 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 내용중 열효율측정값의 부정확도(불확도)에 대한 연구를 위한 작업은 별도로 진행되어 보고서로 발표되었는데 이는 반복도, 재현도, 실험표준편차, 정규분포등 일련의 통계적 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일반 시험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상과 같이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여 재 실시된 1996년 3회 비교시험결과, 첫 번째 시험에서 시험소간 차이가 4%이상이었던 효율값은 세 번째 시험에서 2%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미 유럽의 많은 시험소들이 그들의 시험방법과 절차에서 많은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10여년전부터 유럽 내에 공동연구팀을 구성하여 운영하여 왔으며 이를 유럽규격과 시험방법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율측정에 대한 절차와 환경에 따라서 이렇게 많은 변수와 요인이 있는데 국내에서 적용하는 시험방법은 과연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 것인가를 스스로 자문한다.

현재 국내 보일러의 효율측정은 총부하에서 측정한 값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부분부하의 특성(대부분의 제품의 경우 부분부하에서 효율값이 높음)과 물 순환 펌프등에 사용되는 에너지에 대한 부분은 반영이 생략되고 있다.

유럽 BOLISM의 개발과정

이제 효율에 대한 문제를 확대하여 그려보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국가규격에서 정해진 시험방법은 공기, 온도, 습도 , 물량 등을 조정하여 시험하는 즉, 정형화된 장소에서 측정되어 실제 보일러가 사용되는 장소와 효율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제품생산 조건이 아닌 사용조건으로 측정하는 ‘연간효율’ 이라는 방법에 대하여 연구해 왔다.

그 결과 미국은 ‘가정용 중앙노와 보일러의 연간효율에 대한 시험방법’을 국가규격(ANSI 103-1993)으로 정하고 가정용에 대하여 시장판매 時 연간효율 80%이상의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연간효율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전 유럽에서 폭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조화된 방법으로 BOLISM(보일러 모의 실험)을 개발하였으며 현재는 소프트웨어로 일부에서 사용하고 있다.

유럽 BOLISM의 원리는 일반적인 보일러 효율시험과는 달리 연간효율은 하나의 고정된 작동조건에 근거를 두지 않고, 건물의 구조, 난방시스템 및 계절적인 영향등과 같은 여러 가지 조건에 근거를 둔다.

실제 연간 효율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일년 내내 보일러에 대한 측정을 시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실행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제한된 측정치를 기초로 하여 실제적인 연간 효율에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화된 계산방법이 요구된다.

주요 착안 사항은 작동조건이며 이들 조건은 보일러의 부하량, 사용하는 정도, 환수온도, 물량 등이며 또한, 보일러의 환경조건 이를테면 건축물의 구조, 설치형태, 거주자의 행동양식, 및 기후에 대한 정보 등이다.

이들 일반적인 작동조건들로부터 연간효율을 유도하는 것이다. 1년 동안 보일러의 작동을 나타내는데 사용되는 작동조건의 수는 세부적인 기후조건을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따라서 하나의 평균조건에서 매시간에 따른 수천개의 조건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변수들에 대하여 실제적인 측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이것이 유럽에서 보일러의 실험모델(BOLISM)을 개발한 이유이다.

개발된 효율시험 스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첫째; 사용 환경조건에 대한 연간 효율을 빠르게 구할 수 있으며,
둘째; 보일러의 주변환경(건축구조, 난방분배시스템, 기후등)이 연간 효율에 미치는 영향력을 바로 감지 할 수 있다.

미국의 연간효율 방법은 보일러의 형태, 사용조건(가동시간)등을 고려하여 데이터화 자료를 이용하는 반면 유럽의 연간효율 방식은 보일러와 주변의 모든 변수를 요인화 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함으로써 건물에 설치 시 연간효율에 대한 효과를 바로 확인 할 수 있으며, 낡은 보일러를 새로운 보일러로 대체함으로써 발생하는 에너지 절약 효과를 즉시 알 수 있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사항이다.

BOLISM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형식시험을 실시하여 얻어지는 시험데이터가 필요하다. 보일러 시험데이터가 없는 한 이 프로그램은 무용지물이다. 정확한 효율 값을 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시스템的 접근 중요

유럽에서 BOLISM을 확산하고저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설치된 또는 기존의 설치환경을 개선하고저 하는 경우(제어 시스템의 최적화등) 가장 적합한 보일러를 선정할 수 있다. 즉 설계자, 건축업자 등이 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제조업계에서는 이 프로그램으로 보일러의 열 손실에 대한 세부 사항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되는 보일러를 개선하는데 활용 할 수 있다.

보일러의 에너지 소비량을 절약하기 위하여 우리가 노력하여야 하는 것은 가스와 물, 설치 등 여러 가지 외부요인과 결합되어 작동되는 보일러의 효율개선은 제품에 대한 단순한 특성 파악보다는 선진국과 같이 기기가 설치되는 건물(지역)의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험소에서 형식시험(정밀검사)을 하는 과정에서 얻게되는 제품의 효율만 가지고 실제의 에너지 사용량을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제한적인 면이 있다.

유럽의 연간효율 측정방법에서와 같이 제품이 설치되는 환경에서 에너지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들 설치 형태 및 설계를 개선함으로써 커다란 에너지 절약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과 같은 연간효율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2001년 8월부터 도입된 가정용 보일러의 효율 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미국의 연간효율 방법에 대한 표준화 연구를 하였으며 2002년 KS 규격으로 정하였다.

아쉬운 점은 외국과 같이 많은 실험과 검증을 거치지 않고 외국의 자료를 토대로 국내 기술과 접목시키는 부분적인 연구였다. 따라서 규격 내용의 많은 부분이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유럽과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모든 KS 규격의 국제규격 부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머지 않아 국내 KS규격은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술을 국제규격에 반영 할 수 있는 것은 신뢰 있는 실험데이터(기술적 합리성)만으로 가능하다. 협회가 선진 외국단체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하기 위해서 노력할 부분은 많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기술수준과 현실은 어렵다. 협회의 인적·물적·경비 등 자원적인 면에서 한계성을 갖기 때문이다.

외국으로부터 국내 가스 연소기시장을 보호하고 선진국과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여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 관계기관, 업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무엇을 하여야 할까?

<한국가스석유기기협회 김성민 기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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