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온 산이 붉게 물든 가을단풍을 카메라에 담았다.

유명한 고산대첩(高山大疊)과 대양(大洋)을 정복한 사람들도 가끔 고향집 뒷산과 멱 감던 개울가를 그리워하고 떠올린다. 산하(山河)가 나를 짓누르지 않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웃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전북 순창에 가면 그런 산이 있다. 숲과 호수 계곡이 어울려 완벽한 삼박자를 이루는 강천산이 바로 그곳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리는 강천산은 해발 583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계곡을 낀 기암절벽과 폭포, 계곡마다 능선마다 우거진 숲, 산 중턱에 자리잡은 푸른 호수 등이 어우러져 있는 맛깔스러운 곳이다.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이같은 멋과 맛으로 1981년 국내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모두 나름대로의 풍광을 보여주는 이곳은 특히 가을단풍이 유명하다. 강천산의 단풍은 잎이 작고 색깔이 고우며 서리가 내려도 오래가는 수종(일명 애기단풍)이라 늦가을까지 장관을 이룬다. 4월 초순에 만개하는 산벚꽃도 한번 가본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안에 내용물은 또 알차다. 병풍바위를 비롯해 용바위, 비룡폭포, 금강문 등 이름난 바위와 폭포가 많다. 또 선녀계곡, 원등골, 분통골, 지적골, 황우제골 등 이름난 만도 10여 개나 된다. 강천산은 산 자체가 댐으로 만들어진 담양호를 끼고 있으면서 또 산 내부에 또 하나의 푸른 호수를 담고 있는 몇 안되는 산이다. 산의 8부 능선쯤 되는 300m 높이에 강천호라는 기다란 저수지가 있어 보는 이의 눈길을 빨아들인다.

여기에 강천산 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구름다리도 명물이다. 강천호 삼거리를 지나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길이 70m, 높이 50m의 출렁이는 현수교 위를 걸으며 아찔함과 상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가파른 벼랑을 기어올라 구름다리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수려한 강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밖에 호남의 대표적인 산성으로 평가받은 연대산성, 금성산성과 함께 신라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강천사, 조선 중종 때 폐비 신씨의 복위를 위한 상소문을 올리기 위해 3인이 모였다는 삼인대(三印臺) 등 사적지도 많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강천산이 있는 순창은 전국에서 고추장으로 가장 유명하다. 오직하면 대기업이 ‘순창고추장’을 상표로 사용할까.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추장 담기를 고수하고 있는 읍내의 고추장 집들을 특산단지를 만들어 한 곳으로 모았다. 산이며 주변이며 모두 고향냄새가 물씬 풍긴다.

●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IC로 나가 순창으로 가거나 백양사IC로 나가 담양을 거쳐 순창으로 간 후 담양방면 24번 국도로 2.8km, 이후 백산리에서 우회전 793번 지방도로로 6.5km 북상하면 된다. (승용차로 전주에서 1시간 10분 정도, 광주에서 30분 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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