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영향이 가스보일러업계라고 다를리 없다. 올해 보일러시장은 규모 축소와 함께 판매물량을 유지하려는 각 제조사와 대리점들의 판매물량 확보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제조사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개보수 시장의 경우 보일러제조사 책임으로 밝혀지지 않은 사고사례 등 경쟁사 비방자료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배포하는 것은 물론 보일러가격 경쟁에 그치지 않고 백화점 상품권이나 금반지를 사은품으로 내거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A보일러제조사가 B보일러제조사 소속 직원이 허위 자료를 배포하는 장면을 비디오에 담아 이를 개선해 줄 것을 내용증명으로 보낸 일까지 발생했다. B제조사는 A제조사에서 먼저 악성 루머자료를 만들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만든 자료라며 반박해 일이 불거질 뻔 했으나 다행히 서로 자제하자는데 동의해 일단락 됐다.

또 최근에는 가스안전공사가 CO 중독 등 가스보일러와 관련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구축한 도시가스보일러 설치현황 자료도 당초 목적과는 달리 새로운 보일러제조사간 분쟁을 야기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도시가스보일러 누계설치대수가 가장 많은 제조사가 대리점 영업자료로 이를 배포했고 이에 대해 나머지 제조사들이 보급시작시기는 무시한 단순 설치누적대수를 영업에 악용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업체들이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금의 시장여건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부분 보일러업계 종사자들은 보일러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할 때라고 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경쟁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내가 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남이 하면 부도덕의 극치로 받아들여지는 영업형태는 결국 보일러시장 전체를 멍들게 할 뿐이다. 이제 더 이상 얼마까지 가격을 낮추고 언제까지 타사 제품을 비방할 수 있겠는가? 보일러 제조사들이 살아나가려면 이제는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