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가 마치 휘어진 칼처럼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어서 앉은자리에서 등만 돌리면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해바다의 끝마을 마량포구가 바로 그곳이다. 충남 서천 마량리에 있는 마량포구는 해돋이와 해짐이의 마을로 유명하다. 한자리에서 일몰과 일출을 함께 감상하며 자연의 신비함에 빠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남성적인 동해안 일출과 달리 애잔한 여성미가 돋보이는 일출은 이 곳의 자랑이다. 해돋이를 기다리다 보면 밤새 고기를 낚은 배들이 하나둘씩 포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동트는 여명 위로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나는 것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출을 감상하려면 1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곳 바다에서의 일출은 대략 11월 22일부터 다음해 1월 20일경까지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 같은 가을에 이곳을 찾으면 서해를 발갛게 물들이며 기울어 가는 일몰이 깊어 가는 가을 속으로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지금 이곳에 가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식가들의 혀를 자극하는 가을전어를 맛볼 수 있다.

마량포구 근처에 있는 흥원항에서는 9월 25일부터 10월 8일까지 전어축제가 열려 싼값에 가을 전어를 실컷 먹으며 가을의 낭만에 심취될 수도 있다.

또 서천의 마량리에는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숲이 있다. 이 동백나무숲이 있는 동백정 곁에는 이 지방 어부들이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내는 조그만 당도 남아 있다. 동백정에 올라서면 오역도와 연도가 푸른 바다에 둥실 떠 있다.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서천 마량포구는 동백정, 흥원항 외에도 춘장대 해수욕장과 서천해양박물관, 부사방조제, 한산모시관 등이 있어 사철 내내 가볼 만한 곳이다.

● 가는 길

서천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로 이용하다 서천IC로 나오면 서천읍이 있고, 읍에서 보령방향으로 가는 77번 국도를 따라가다 비인에서 좌회전해 15쯤 가면 마량포구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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