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방문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바이지만 도심속에 잘 가꾸어진 공원과 목가적인 초원 등 그림과 같은 전원풍경을 접하게 되면 절로 감탄하게 된다.

비록 인간의 손때가 묻은 인공자연이지만 순수한 자연환경보다 더 아름답다. 환경은 단순하게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아니라 손질해서 가꾸는 것이 더 값진 것일까.

그래서 전통과 겉멋을 중시하던 영국이 가스산업까지도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길을 택했을까?(물론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금도 「브리티쉬가스(British Gas) 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40억파운드(약 8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가스의 생산과 도·소매에 이르기까지의 일괄적인 독점체제를 향유하면서 1,950만세대에 대한 독점공급권을 자랑하던, 그 화려했던 옛 영광은 사라진지 오래다.

특히 20%나 감소한 현재의 매출도 「누워서 떡먹기식」의 내부거래가 아니라 힘겨운 경쟁에서 얻은 결과라는 측면에서 영국 가스종사자들의 입에서 「아! 옛날이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모든 공급설비는 BG의 자회사격인 트렌스코(Transco)가 지금도 독점적으로 소유,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부문에는 3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고 PNG의 도매와 소매부문에서는 각각 40여社와 50여社가 난립하여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국의 가스시장은 춘추전국시대이다. 1986년부터 1997년까지 11년의 세월을 거쳐 완전시장경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과연 이러한 경쟁체제에서 영국 가스소비자들은 얼마나 많은 이득을 향유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지금 영국의 도시가스회사들의 광고를 보면 그 단면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 “우리 회사는 2002년까지 가스값을 인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가장 보수적이던 BG그룹 계열사가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산업용의 경우에는 다른 경쟁업체에서 수요처를 잠식당해 시장점유율이 20%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가정용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후발 소매업체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가스공급세대의 확장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아직도 BG그룹 계열사가 75%의 소매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BG의 관계자는 그 배경에 대해 “첫째 가정용시장에는 가격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둘째 서비스와 기술의 우월성, 셋째 BG상표의 인지도, 넷째 가스기기의 동시공급과 A/S등”을 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유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2년전 50개 업체가 면허를 받아 가스판매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금까지 활발하게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12~15개社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영국의 가스시장경쟁체제가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그러면 영국의 가스산업이 변천해 온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1. 영국 가스산업의 국영화시기(1959 ∼1973)

영국은 2차대전 후 황폐화된 국내 가스산업의 발전과 가스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Gas Act 1948을 발령, 가스산업을 국영화했다. 1,064개의 국내 가스업체를 12개 지역으로 분리, 그 지역의 가스위원회(Gas Board)가 소유·관리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가스심의위원회(Gas Council)라는 별도의 규제기구를 만들어 지역 가스위원회와 중앙 정부간 조정관(Liaison Group) 역할을 수행토록 했다.

이 기간중인 1967년 북해에서 최초로 천연가스를 생산함으로써 이를 계기로 1967년부터 기존의 가정용 연소기기를 천연가스 사용기기로 전환하는 10개년 계획 추진에 돌입하게 된다.

2. 영국가스공사의 설립과 전성기(1973 ∼1986)

1973년 가스심의위원회를 폐지하고 대신 British Gas Corporation를 설립함으로써 이후부터는 공영의 British Gas가 가스의 생산, 수송, 공급, 판매를 독점하게 된다.

1977년 Morecambe 등 새로운 가스전 발견과 함께 Frigg 가스전이 생산을 개시함으로써 BG는 황금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5년 뒤인 1982년 최초의 민영화법 「Oil and Gas (Enterprise) Act」이 통과되었고, 同法에 따라 정부가 British Gas Corporation의 자산을 임의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British Gas Corporation의 가스구매 및 대형산업 수용가에 대한 공급의무가 해제되었고 대신에 대형산업수용가들에게는 배관망 공동이용을 허용하게 된다.

그러나 가스생산자는 British Gas와의 계약관행 및 TOP 장기계약을 선호했고, British Gas도 막강한 시장독점력을 이용하여 까다로운 OAS 이용조건을 부과함에 따라 경쟁도입을 겨냥한 영국정부의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 법은 1986년에 시작된 민영화의 시초가 되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3. 영국가스공사의 민영화(1986 ∼1997)


○「Gas Act 1986」이 통과됨에 따라 본격적인 민영화 추진.

1986년 8월 British Gas plc가 British Gas Corporation의 모든 자산을 양도받고 그해 11월 정부가 British Gas plc의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일괄 매각하면서 가스시장내에 본격적인 경쟁도입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이와 함께 1986년 Ofgas(Office of Gas Supply)가 설립됐다. 이 기관은 내륙(on-shore)의 가스산업을 감시·감독하는 독립된 가스규제기관으로서 저장부문을 제외한 모든 가스사업자는 Ofgas로부터 면허를 취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해저생산 및 수송은 DTI(Dep. of Trade and Industry)가 담당하도록 했다.

○1987년 공정거래위원회(MMC)의 가스산업검토 1차보고서

British Gas plc가 새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전량을 구매하는 관행이 경쟁촉진의 장애가 된다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이후 가스생산자는 생산된 가스중 최소 10%는 British Gas plc 이외의 회사에게 판매토록 했다. 또한 British Gas plc가 산업용 수용가에 부과하는 가스요금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British Gas plc 3개 회사로 분리(1989. 5~1990. 4)

▲Gas Business in Great Britain : 수송, 저장, 국내시장 담당
▲Exploration and Production : 탐사 및 생산담당
▲Global Gas : 국제사업 담당
그러나 회계상 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3년 공정거래위원회(MMC)의 가스산업검토 2차보고서

British Gas plc가 판매와 수송사업을 통합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가스시장의 경쟁을 불가능케 한다고 지적한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정부는 1994년 Gas Business in Great Britain을 4개 회사(자회사 형태)로 분리하게 된다.(British Gas plc는 총 6개사가 됨)
▲Transco : 수송 및 저장업무 담당
▲Public Gas Supply : 국내가스시장 담당
▲Business Gas : 연간 250MBTU 이상의 수요자 공급
▲Service and Retail : 서비스와 소매시장 담당
그러나 역시 회계상의 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6년 Network Code 제정

이후 1997년 2월 British Gas plc는 법적으로 2개 그룹으로 완전분리되어 마침내 회계상 분리가 이루어진다.
▲BG plc : 수송, 저장, 탐사, 생산(Morecambe 가스전 제외), 국제사업, R&D
▲Centrica plc : 판매, 서비스, 소매사업, Morecambe 가스전 가스생산
이에 따라 규제기관인 Ofgas는 예전의 법적지위를 다시 확보하게 된다.

4. BG plc와 Centrica plc의 구조

○BG plc는 6개 회사로 구성

­Transco
­BG Storage : 1997년 10월 Transco로부터 분리
­BG Exploration & Production
­BG International Downstream
­Property Division
­The Leasing Group

○Centrica plc는 8개 회사로 구성

­Business Gas
­British Gas Services
­HRL(Morecambe 가스전 가스생산)
­British Gas Home Energy
­Energy Centres
­Scottish Gas
­Nwy Prydain Ynni Cartref
­Accord

이상으로써 영국의 가스산업구조개편 작업은 일단락되었다. 이를 소비자 측면에서 대별해 보면, 1990년부터 국내 대기업(대량수요처)이 가스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1992년부터 중소기업이, 1998년부터는 1천9백50만 소비자가 가스공급자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BG plc와 쎈트리카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고 있다.

99년 현재 주로 해외영업과 상류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BG plc는 8개의 子회사로 늘어났으며 국내영업과 하류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쎈트리카는 크게 4개의 子회사(BG England, Wales.Scottish Gas, Automobile Association, Goldfish)로 정리되었다.

예를들면 경영실적이 부진하던 에너지센터(가스기기전시판매)가 다시 BG서비스로 통폐합되는 등 정책미숙과 오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영국가스산업의 민영화와 경쟁체제도입이 완전하게 성공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도 이르다.

이웃나라인 독일과 프랑스가 EU협약에 따라 가스시장의 경쟁체제도입을 약속해 놓고도 아직까지 한발짝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를 우리도 이 시점에서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