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폭풍전야의 평온지속

국경이 없어진 유럽의 가스시장은 새로운 질서에 대응하기 위하여 부심하고 있다.

2년전 완전경쟁체제를 도입한 영국이 주변국들에게 압박을 가하면서 독일과 프랑스의 고민은 점증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EU체제의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새 에너지법(New Energy Laws)를 채택하고 제도를 정비중에 있다. 이에 따라 2000년 1월1일부터는 가스산업도 완전경쟁체제를 도입하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령과 세부추진일정은 아직도 「연구 검토중」이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태풍전야의 평온함이 지속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독일의 경우, 가스수출국이 아닌 소비국이란 측면과 대부분의 가스기업들이 오래전부터 민영화(외국자본참여 포함)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만나본 독일 가스관계자들의 대답 역시 아리송했다.

분명 위기의식은 느끼는 것 같은데 「급격한 구조개편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라고 애써 태연한채 하는 모습을 역력하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쟁체제가 도입되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놓고 지금도 끊임없이 도상(圖上)훈련을 하고 있는 것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선두가스기업으로 남겼다는 것과 격변기를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시간끌기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독일의 에너지소비구조는 석유 40%, 천연가스 24%, 석탄 및 유연탄 23%, 원자력 12%, 기타 1% 순이다. 그러나 난방용은 천연가스가 단연 우세하다.(가스 41%, 석유 33%, 석탄 8%, 전기 6%, 지역난방·기타 12%)

2. 루어가스(Ruhr gas AG)

루어가스는 국제시장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해서 독일(국내시장 점유율 80%)뿐만 아니라 주변국가들에게까지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독일 최대의 가스회사이다.

지금으로부터 73년전인 1926년, 독일 루어지방의 한 중소도시의 가스공급회사에서 출범(창업자:Albert vogler)한 민간기업으로서 오늘날의 자본금은 22억마르크에 이르고 있다.

초창기에는 코크스가스를 원료로 사용했으나 약 40년전 네덜란드에서 유럽 최초로 가스田이 발견된 이래 1963년부터 PNG를 공급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1998년 현재 연간 가스판매량 509억㎥(45.4mtoe), 주배관의 총길이 10,361㎞, 종업원수 2,681명, 총 매출액 128억2천만마르크의 거대기업이다.
이 회사의 지분구조는 좀 복잡한 편인데 이를 크게 4개의 그룹으로 나누면 베르제만(Bergemann GmbH) 59.76%, 브리지타 에르트가스(Brigitta Erdgas)와 에르돌(Erdol GmbH) 25.0%, 슈베르트(Schubert KG) 등 15.0%, 기타 회사 0.24%이다. 이 4그룹의 내부컨소시엄은 다음과 같다.

Bergemann GmbH
voting pool:
·Gelsenberg AG
(Deutsche BP Holding AG)
·RAG Beteiligungs-GmbH(RAG AG)
·Mannesmann AG
·Thyssen Krupp AG
·RWE-DEA AG
·VEBA AG
·other companies
Brigitta Erdgas und Erdol GmbH
(ESSO AG/Deutsche Shell AG)
Schubert KG and others
·Schubert Beteiligungs-GmbH
(Mobil Oil AG/Preussag AG)
·Elwrath Erdgas und Erdol GmbH
(ESSO AG/Deutsche Shell AG)
·Gelsenberg AG
(Deutsche BP Holding AG)
other companies
(※영국에서는 회사명에 plc가 붙으면 상장회사를 뜻하며, 독일에서는 AG가 상장회사이며 GmbH는 유한회사를 뜻한다)

루어가스의 가스 구매전략은 오래전부터 자유시장진입과 경쟁원리라는 큰 틀속에서 계속 발전돼 왔다. 그 결과 루어가스는 유럽내에서 가장 많은 가스도입처(생산 및 수입사)를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스공급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서유럽의 가스생산이 줄어드는 2010년 이후를 대비하여 노르웨이 회사와는 2029년까지, 러시아 회사와는 2020년까지 장기도입계약을 마쳤다.

현재 루어가스의 천연가스도입선 분포를 국별로 보면 러시아 35%, 노르웨이 23%, 네덜란드 21%, 독일자국산 18%, 덴마크·영국·기타 3%이다.

루어가스가 도입하는 천연가스는 80%가 PNG형태이고 LNG는 20%에 불과한데 워낙 도입선이 다양하다보니 가스의 열량이 제각각(대별하면 4종류)이다.

이 4종류의 가스를 26개의 압축기지에서 혼합해서 고객(도시가스회사, 산업체, 발전소 등)이 원하는 열량(9,700~12,300㎉)의 가스를 50~100bar의 압력으로 송출하고 있다. 지하저장기지는 12개가 있는데 이중에는 특이하게 소금을 캐낸 염광(Salzdom)를 개조해서 이용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압축기지(Station)는 가스분석실과 자가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잉여전력은 매전(賣電)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기지의 운전은 본사에서 원격적으로 콘트롤하고 있으며 비상시에만 기지내의 근무자가 조작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에쎈市에 있는 루어가스 本社는 「가스박물관」이 있는데 규모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퍽 인상적이다.
1802년 스코틀랜드의 한 자영업자가 석탄을 건류해서 가스등불을 밝혔던 시점부터 오늘날의 NGV에 이르기까지 가스기기의 발전사는 물론이고 가스田 개발기술, 가스배관 및 방식기술의 변천과정을 흥미롭게 전시해 놓고 있다.

또한 두이스브르그에 위치한 한 무인공급기지의 SA시스템도 매우 특이했다

화재나 충격시 알루미늄이 불에 약한 점을 착안, N2가 충전(7bar)된 얇은 알루미늄관을 주요시설물의 천정에 부설해 놓고 이 도관이 먼저 손상을 입는 순간 가스밸브를 자동으로 차단시키는 안전시스템이었다.

3. 에쎈시영기업AG(stadtwerke Essen AG)

우리가 방문했던 에쎈市의 도시가스회사 이름이다. 市전역에 걸쳐 천연가스 공급(가스소매), 식수공급(상수도사업), 하수도관리, 폐수처리, 지역난방 등 다섯개 분야의 에너지·서비스사업을 함께 담당하는 시영형태의 상장회사이다.

루어가스의 주배관으로부터 4개의 밸브기지(40bar~14bar→3.8bar)에서 PNG를 공급받아 16개의 지역정압기와 2천㎞의 환상배관망을 통해 4만5천세대(가스계량기 설치숫자는 8만8천개)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가스평균소비량은 12만㎥/h이며 판매압력은 산업용의 경우 50~ 780mmbar, 가정용은 22mmbar에서 관리된다고 한다.

한적한 도심의 공원안에 위치한 무인가스공급관리소와 각 공급소 이상여부를 감시하는 중앙통제센터를 견학한 후 본사를 방문했다.

배관연결, 가스공급 및 고객관리, 가스가격 결정구조, 마케팅 등 4개 분야의 담당메니저들과 관심사항에 대해서 열띤 질의응답을 벌였는데 그 요지는 별첨 합동인터뷰와 같다.

4. 해외기획 연재를 마치면서

천연가스는 유럽의 에너지공급에 있어서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비결은 천연가스가 환경친화적인데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가스회사들의 시장지향적인 가격정책과 믿을 수 있는 장기계약 그리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서 찾을 수 있다 하겠다.

대부분의 가스회사들이 단순히 가스를 파는데서 탈피해 고객들과 광범위한 상담 및 부대서비스 제공을 통해 성공적인 서비스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가스회사들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라 생각된다.

특히 가스수요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이를 원활하게 수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수송망체제와 공급기술은 끊임없는 R&D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만 지금 유럽의 가스산업은 EU체제가 몰고 올 희망과 불안이 함께 교차하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며칠전에 「가스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이 확정되기는 하였지만 그렇게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가스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 경쟁체제도입이 보편적으로 되었을 때 그 장점만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판단된다.

아직도 소개해야 할 기업과 사례들이 많지만 본보의 지면배정상 여기서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그동안 이 기획연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과 열렬하게 호응하여 주신 독자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 합동인터뷰 ◆

▲루어가스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밸브기지의 시설관리주체는

­도시가스社가 모든 책임을 진다. 밸브와 계량기를 직접 설치하고 부취제도 여기에서 자체적으로 혼입한다. 다만 계량기는 도매회사인 루어가스에서 지정하는 계량기를 사용하며 5年마다 한번씩 정기성능검사를 받고 있다.(계량오차 : 0.5%선)

▲가스의 도매가격 및 소매가격의 결정은 누가하나

­도매가격은 국제油價에 연동하여 루어가스와 협의해서 결정한다.
소매가격은 정부에서 상·하한가격은 정해놓고 있지만 도시가스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보통 10% 정도의 이윤이 보장되는 수준이다.

▲수요예측 방법은

­회사내의 독립된 부서에서 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모든 데이터와 향후 계획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가을철에 도매회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한다. 계약물량이 남거나 모자랄 경우에는 엄격하게 페널티가 적용되기 때문에 도시가스회사의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그러면 피크시의 긴급수요는 어떻게 감당하나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1~2月이 피크이고 7~8月이 비수기이다. 겨울철에 기온이 급강하하면 대량수요처에 전화를 해서 타연료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에 대한 공급조건은 계약서에 미리 정해져 있다.

▲고객의 가스사용량 검침 주기는

­대량수요처는 1개월에 1회씩 검침하고 있으나 가정용 등의 소규모 고객은 1년에 1회만 한다. 이를 12개월로 나누어 매월 요금을 청구하고 연말에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신규고객의 도시가스 신청절차 및 공사비 부담은

­전화신청, 방문신청, 설비회사를 통한 수요개발 등이 있는데 현장을 방문해서 견적서를 내고 공사비를 산정한다. 보통 한세대당 5천DM(마르크) 정도인데 1천DM은 소비자가 내고 4천DM은 도시가스회사가 부담한다.(소비자가 10년간 가스를 사용한다는 조건. 단 배관의 소유권은 도시가스회사로 귀속된다) 우리 회사에는 14개의 설비업체가 등록돼 공사를 발주하고 있다.

▲지역정압기 및 배관망 관리는

­공급소의 이상여부는 중앙통제소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알람이 한번 울리면 서류상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 기록이 남도록 돼 있고 그 데이터는 3개월간 정밀보관후 이관 관리된다. 가스배관(2천㎞)과 상하수도관은 200명의 인원이 점검 관리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가스안전관리는

­계량기 이후부터는 고객의 문제이다. 고객이 별도의 안전점검회사와 계약을 맺고 2년 1회 정기점검을 받고 있다. 현재 에쎈에는 22개의 가스안전센터가 있는데 이 회사는 도시가스회사에서 허가를 받고 활동하고 있으며 안전점검 수수료는 고객에게 직접 받는다. 이들은 고객들과 대면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허가요건 : 업계 3년 이상 종사, DVGW규정의 숙지여부, 보험가입 등. ※DVGW…독일의 안전규정 제정기구)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신뢰, 계약이행, 공평성, 공명정대성의 공익기업 의무를 다하면서 서비스의 영역을 점차 광범위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우수한 에너지상담원들이 연립 및 개인주택의 집주인들의 상담에 성심껏 응하면서 가스사용, 기술적·경제적인 문제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하고 가스안전센터와 시공회사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00년 경쟁체제도입에 대한 소감은

­걱정스럽다. 아직 배관이용료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령은 없지만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다각도로 준비중에 있다. 그러나 이론상의 방안이 꼭 실체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는 단순하게 「천연가스는 무공해 에너지」라는 점만을 강조하며 선전해 왔으나 앞으로는 우리 회사의 특징과 위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홍보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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