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예산위에서 가스안전공사에 대해 상당한 폭의 기구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公共部門을 개혁하여 저비용 고효율의 조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뜻에 기본적으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가스안전」의 문제만큼은 단순히 「경영」이나 「행정효율성」 차원에서 접근되거나 실적중심의 형식논리로 이해한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는 점에서 당국의 주의깊은 접근이 요구된다 하겠다.

현재 정부의 기구축소 요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가스안전공사의 조직과 기능의 문제는 현시점의 업무양태만을 기초로 이해돼서는 안된다.

가스가 국민연료로 이미 자리잡고 있고 앞으로도 그 활용도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현재의 가스안전의 문제점을 적출하고 선진국 수준의 높은 안전도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문제를 살피고 가스안전공사의 「당위적 모습」을 그려내는 각도에서 접근돼야 할 것이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아직 해결해야 될 큰 과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해야될 일은 제쳐놓고 지금의 일거리만을 기준으로 조직축소를 얘기한다면 자칫 「矯角殺牛」의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둘째 국가적인 안전관리의 총량개념에서 상황을 인식하여야 한다.

외국의 안전관리의 경우 정부와 민간기관 사이에 적당한 업무분장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야별로 누가 그 주역을 하던 최종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안전관리의 투입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역할이 큰 歐美型에 있어서나, 관련 團體나 協會法人 등이 주역을 맡고있는 日本型에서나 그 배경에는 정부·학계·업계의 오랜 경험과 축적된 기술이 안전관리에 집중 투입되게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형편은 이같지 못하여 안전공사를 중심으로 기술개발·제도연구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총괄적 임무가 부여되어 있는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 외국제도의 外型만을 보고 모방하게 된다면 이 또한 큰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셋째 정부의 뜻이 진정 규제완화와 경쟁력 강화에 있다면 우선 안전관리를 위한 Code부터 개발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시행령·시행규칙의 상당부분은 외국의 Code에 준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이 모두 적정한 기술적 검토를 거쳐 현실적인 기술Code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 Code는 민간관련전문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구축돼야 한다. 이 작업 역시 현상태에서는 안전공사가 주축이 되어 정부와 학계·업계가 힘을 모아 추진해야 할 사업인 것이고 이 사업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20여년 동안의 안전공사의 사업실적 만큼이나 큰 에너지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넷째 안전관리의 최전선에 해당되는 우리 지방행정기관의 가스안전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의 한계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다.

가스안전관리는 크게 두기둥으로 되어있다. 하나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가 이를 구현하는 행정집행능력이다. 그러나 기술적 뒷받침이 부족한 행정력, 가스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과 포괄적 이해가 결여된 행정력은 부당한 규제요 간섭으로 이해된다는 현실을 명백히 이해해야 한다.

안전관리의 Code가 상세히 구축된 이후 이를 효율적으로 다루어나가는 체제가 완성되기 전에는 가스안전공사의 기술력과 지방행정기관의 행정력이 결합되는 현재의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어떤 시도도 큰 위험성을 안게 될 것이다.

다섯째 안전관련 업무만큼은 잠시라도 휴식·휴지기간이 있어서는 안된다.

사고 하나하나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메시지를 안고 있다. 사고방지를 위한 노력은 이들 메시지를 분석하여 빠르게 기술적으로 또 제도적으로 보완책을 만들어가는 노력의 과정이다. 따라서 안전관리의 제도적 틀과 주체는 안정적이고 연속적인 업무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조직을 여기저기 떼어부치거나 업무를 가감변형시키게 되면 현장은 더욱 흔들리게 되고 이것은 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관계자들이 충분히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여섯째 가스안전공사도 조직축소론에 대해서 단순히 과거의 상황논리만으로 대응해서는 충분히 당국을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당위적 모습과 장기적 경영방향 그리고 구체적 실천계획을 내세워 당국을 설득하는데 충실하고 충분히 근거있는 論理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말로 가스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리고 정말로 인명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다면 가스안전공사와 정부는 보다 신중한 자세로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윤인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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