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중의 하나로 ‘중산층의 몰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가스업계 역시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의 퇴조현상이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절호의 찬스(?)를 자본력과 정보력에서 앞서고 있는 외국기업들이 그냥 놓칠 리가 없다.

일반고압가스시장은 이제 대부분 외국기업들의 수중에 다 들어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어프로덕트(美), 프렉스에어(美), BOC가스(英), 에어리퀴드(佛)가 분할점령한 액가스 제조부문은 두 말 할것도 없고, 메싸(獨)와 메티슨(美)은 유통부문까지 진출하고 있다.

도시가스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SK와 합자한 엔론(美)이 이미 부산도시가스 등 5社의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고, 한진도시가스는 벨기에계의 트렉트벨社로 넘어갔다.

그러나 엔론의 도시가스시장 잠식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경영기반이 취약한 또다른 다섯개의 지방도시가스社에 대해서도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시가스시장도 외국계 기업들의 ‘싹쓸이 쇼핑무대’가 될 판국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엄살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우리는 변화를 수용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외국기업들의 국내 진출을 무조건 사시적(斜視的)인 시각으로는 보지 않는다.

반도체를 팔고 자동차도 수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빗장도 열어야 하고, 선진국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우리의 산업체질과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이러한 외국기업들이 한국의 가스산업 발전을 위하여 선진경영기법의 도입, 가스안전관리를 위한 신기술의 전수, 종업원에 대한 처우개선, 미래를 이끌어 갈 가스인의 양성 등에 깊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가스업계 우려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진출기업의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큰 그림속에서 국지적(局地的)이라 할 수 있는 한국시장을 놓고 외국기업끼리 전략적 제휴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자본의 논리에서 본다면 IMF때를 이용, 헐값에 국내기업을 인수한데다 달러화 역시 고평가였기 때문에 지금 당장 되팔고 떠난다 하더라도 엄청난 양도차익과 환차익을 거둘 것이 분명하다 하겠다.

우리 사회는 IMF이후 ‘외자유치만이 살길’이라는 기세에 눌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비난하면서도 외국기업에 의한 특정분야의 경제력 집중은 너무 관대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앞으로 외국계 기업들이 가스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승적 차원으로 경영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 또한 가스업계의 판도변화가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그러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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