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음 체육대회 등 노사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구축을 통한 상생방안모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갈등요인도 산재…사전협의 통해 해법찾아
그동안 꾸준한 성장·분배 통해 무난한 노사관계 구축
구조개편·경쟁도입·항아리 구조 등 분쟁요소 상존

도시가스업계의 노사관계는 그동안 비교적 무난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이는 전체적으로 가스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으며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바탕으로 매출 및 이익증가에 맞춰 종사자들의 임금 및 복지수준도 꾸준하게 늘려오는 등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여러 가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위기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도시가스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기 힘든 가운데 가스산업구조개편 등으로 인한 경쟁체제 도입, 기업들이 효율성을 강조한 경영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가스분야의 지속적인 노사상생·협력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갈등요인에 대한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업계 내부에서도 노사 모두 상호 신뢰관계 구축에 애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이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다.

노사관계 실태 및 현주소

증권선물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올해 상반기 월평균 임금순위에서 대한도시가스와 부산도시가스는 월 516만원(임원 제외)으로 전체 상장사 중 공동 12위를 차지하는 등 상당수가 대기업과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에 복지수준 역시 노조의 유무와 크게 관계없이 대다수 도시가스사가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 도시가스사의 임금 및 복지수준이 향상된 것은 지속적인 사업성장으로 도시가스사가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도시가스 34개사 중 노동조합이 결성된 곳은 16개사 가량이며 나머지 회사의 경우 대부분 노사협의회 등이 대화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잖은 수의 노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도시가스업계의 노사갈등은 그리 많지 않았던 셈이다.

실제 2000년 이후 일부 도시가스社가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주장하며 잠시 파업을 벌인 것 외에는 물리적인 충돌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지금까지는 노사 양측 모두 대립과 대결보다는 대화를 통한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는 의미가 된다.

향후 갈등현안 무엇이 있나

최근 도시가스분야의 성장세가 눈에 띠게 약화되고 있다. 보급률이 90%를 넘어선 수도권은 물론 지방권 역시 도시가스 수요가 성숙단계가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95년을 전후해 도시가스사 직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근래 들어선 수년간 신입 직원을 뽑지 못한 도시가스사가 상당수에 달할 정도다. 결국 국내 도시가스업계가 저성장시대와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인해 조만간 인력운용 및 배치 등에 점차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산업구조개편 및 경쟁체제 도입 등으로 인해 향후 도시가스사가 강한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이 여파로 효율성 추구와 경쟁력 강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경영층이 인력구조조정에 중점을 둬 추진할 경우 고용안정이 흔들릴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IT산업 및 기술발전으로 인해 안전 및 검침 등에 첨단시스템이 속속 채택되면서 향후 안전규제가 풀릴 경우에도 고용안정을 헤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당장 업계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대폭적인 완화를 건의하고 있는 배관안전점검원제(15km 당 1명 의무채용)가 핵심 사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갈등, 이렇게 극복한다

“초기 도시가스사를 인수한 이후 소위 말하는 점령군을 전혀 데려 오지 않았다. 불투명한 거취와 급여 동결 등으로 침체돼 있는 직원들에게 고용안정을 통해 힘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였다.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직원들의 요구에 앞서 경영진이 먼저 임금 등 그들의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준다. 앞으로도 한 사람의 오너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전 직원의 존경을 받는 사장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부권의 한 도시가스 사장은 CEO 겸 노조위원장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영지원부서에는 ‘머슴론’을 설파했고, 가족들에게까지 일일이 편지를 보내 회사 상황을 알리는 등 가족중시경영도 펼쳤다. 노조가 필요없는 이 회사는 지금 도시가스업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월 1회 팀별 미팅을 비롯해 직급별 디너미팅, 생일자 축하모임, 월 1회 가족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임원단위로 월1회 팀별 소주미팅과 가정의 날, 동호회 모임 참석, 인사담당자 타부서 모임 참석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영남권의 한 도시가스 사장은 요즘 너무 바쁘다고 하소연한다. 모두 Great Workplace(위대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다. 노사간에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고 서로 신뢰가 다져져야만 직원들이 의욕적·자발적으로 변화, 미래비전과 지속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향후 도시가스업계의 노사관계가 상생·협력적으로 간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사업환경 변화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양측이 갈등요인을 냉철하게 분석,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면 지금보다 더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고용인은 대체적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 많다. 이 경우 자기 고생한 생각을 우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사고다. 노동자 역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같이 동참하겠다는 희생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국내 한 도시가스사 사장이 노사 양측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말이다. 많은 노사문제 전문가들은 진리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한 번 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면 해법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이 우리가 찾는 바로 그 해법이지 않을까?


[인터뷰] 충남도시가스 한봉근 상무

“노사상생 밑바탕돼야 사업다각화 가능”
불신의 벽 허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가동

 

“개인기업에서 부도-화의-M&A 등의 과정을 거치며 고용불안 등의 일부 갈등요인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같은 노사간의 일부 오해와 불신을 완전 해소하고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양측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노사관계발전프로그램 재정지원사업자로 선정된 충남도시가스는 올해 노사 간에 벽을 허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도시가스에 이어 업계 두 번째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4:1에 달하는 경쟁을 뚫고 선정돼 올 한 해 동안 4천만원을 지원받는다.

노무 등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한봉근 상무는 충남이 다양한 노사발전프로그램에 착수한 것은 자칫 오해로 인해 노사가 삐끗하게 나갈 수 있는 것을 바로잡아 상생과 협력적 노사관계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각각의 속마음과 비전, 요구사항 등을 숨김없이 내놓고 밀도있는 토론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워크숍(노사간부 및 전직원 2차례)을 비롯해 공동체마인드 형성을 위해 모두 8개 과정의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백두대간 종주라는 힘든 여정을 같이 하면서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과 신뢰를 쌓고 있어요”

한 상무는 노사 간의 신뢰는 서로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월간 경영회의에 노조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 경영현황설명회, CEO와의 대화 등을 통해 경영정보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있다.

올해 노조가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옮기는 등 갈등의 소지도 적잖던 충남도시가스에 이처럼 화합무드가 조성된 것은 나성화 사장 등 경영층이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같지는 않지만 한 길을 간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으로 경영층이 먼저 마음을 열면서 직원들 역시 CEO에게 스스럼없이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얘기다.

“도시가스사가 단순한 가스의 공급·판매에서 벗어나 집단에너지 등 사업다각화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결국 경쟁력 강화 및 새로운 사업구상을 펼쳐나가기 위해선 노사가 따로 갈 수 없으며, 노사상생이 밑바탕이 돼야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노사협력이 가장 잘되는 회사는 노사구분이 없는 회사라며 개인대 개인, 조직대 조직 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이 없으면 방어적이 되는 만큼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켜야 미래비전 달성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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