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과 맞닿은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단풍놀이로 가까운 산을 찾기에 좋은 계절이다. 산을 오르는 묘미란 험준한 지형을 넘어지지 않고 조금씩 헤치고 나아가는 데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쉽게 넘어지고 쓰러지는 도시의 사람들을 보면 산이 가르쳐주는 산(生)지식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단풍이 물드는 속도가 북쪽에서부터 하루 25㎞ 속도로 남하한다고 하는데 하루 수백킬로를 먼저 내려가 단풍들 자리를 미리 살펴보기도 하고 겨울 칼바람 속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산이 싫어질 때 인생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뜻 아닐까요?”

에너지관리공단 산악회 총무로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컨설팅지원실 박종연 대리의 말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들어진 산악회는 신년부터 소란스럽다. 연례행사로 신년 첫주 금요일, 업무를 마치고 소백산 야간산행으로 새해를 연다고 한다.

“춥고 눈이 좀 내려야지 겨울 산타기 맛이 나죠. 나뭇가지에 한 움큼 매달린 상고대도 백미지만 특히 가쁜 숨을 고르다 만나게 되는 일출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죠”

야간산행을 즐기는 공단 산악회 회원들은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LED전등만 있으면 그만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가 담긴 보온병과 발에 맞는 아이젠만 추가하면 산허리를 차고 올라오는 금빛 일출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소백산,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 등 전국곳곳의 명산들을 찾아 평균 12시간 이상 넘는 산행을 하고 산 아래 잘 마련된 음식점에 들려 파전, 도토리묵, 동동주를 먹고 있노라면 주중에 업무로 쌓여 있던 머릿속 먼지들이 말끔히 씻겨 나가는 기분입니다”

구성진 육자배기를 읊듯 박 대리는 산타기의 매력을 설명했다.

공단 산악회는 특히 나이가 들수록 산을 잘 탄단다. 김대규 수요관리 본부장을 비롯해 산타기, 마라톤, 술(?) 등 철인 3종 경기로 단련된 정수남 실장, 이원갑 실장 등의 고참들이 선두에 서면 젊은 치들은 뒤처지기 일쑤다. 특히 고참들은 개별적으로 매주 산을 타러 전국을 돌아다니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열혈남아들이 펼치는 뒷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폭우가 쏟아지는 산행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발견한 정수남 실장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의 응급처치를 신속하게 발휘해 선행을 베풀었다. 이밖에도 그해 최저로 기온이 뚝 떨어진 소백산 산행에서 동상이 심하게 걸려 한 동안 고생을 해야 했던 산사나이도 있었다.

국정감사 기간으로 연일 야간근무에 지친 에너지관리공단의 산악회 회원들은 빠른 시일 안에 배낭을 챙기고 금빛 일출이 손짓하는 봉우리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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