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사회도 부식(腐蝕)에 대한 인식이 상당 수준 향상되어 방식기술교육의 필요성을 홍보한다거나 배관 등의 부식문제 분석과 해결방안 해설 등의 신문보도는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단계까지 이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본인이 1993년 국내 최초로 부식방지전문기술연구소를 설립, 운영할 때만 해도 가스배관의 부식문제를 공론화하는 자는 누구나 이 분야의 관계자(정부 에너지 담당 공직자, 가스수입, 공급 및 안전진단기관, 도시가스 사업자 등)들의 따가운 논총에 몸을 잔뜩 사려야만 했었다.

다행히 가스신문사가 이들 움추린 자들의 의견을 용기있게 대변해 줌으로써 짧은 기간에 부식에 대한 사회 인식을 오늘날과 같은 단계에까지 이끌어 올렸다고 보기에 나는 신문사 임, 직원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발전에는 나름대로 상당한 아픔을 안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사회의 부식에 대한 인식 향상,기술개발 및 보급에선 1994~1995년 사이 순식간에 많은 인명을 앗아 갔던 두번의 대형가스 폭발사고 그리고 연이어 발생한 교량과 백화점 붕괴사건 등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기에 나는 지금까지도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또한 이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나 나름대로 다짐하는 게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기부식방지대책위원회의 부활운동이다.

본 위원회는 두 번의 대형가스폭발사고 이후 1995년 8월 정부가 가스폭발사고 예방을 위해 의욕적으로 입법화하여 전국 시, 도에 운영토록 지시한 것인데 그 설립취지와 임무는 이렇다.

즉, 지하철이 운행되는 도심의 지하 매설배관들은 지하철 레일로부터 흘러나오는 누설전류의 영향으로 부분적으로 심하게 부식되어 짧은 기간에 쉽게 파공될 수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본 위원회의 주 임무이다. 정부관계자들은 이웃 일본이 1933년부터 전국적으로 전식방지 대책위원회를 두어 가스폭발사고에 대처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본인이 일본의 전식방지대책위원회의 조직과 운영지침을 근거로 정부에 입법화를 건의 했을 때 법개정 담당관이 전식(電蝕)의 뜻을 전화로 문의해 왔었고, 누설전류에 의한 부식현상이라고 설명했더니 얼마후 전식방지대책의원회를 전기부식방지대책위원회로 명칭을 바꾸어 입법화하고 공포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이러한 숨은 비화까지 이야기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즉 현시점에서 대도시의 가스폭발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해서 운영해야 할 본 위원회가 입법화되어 공포된 이후 지금까지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가 본 위원회의 본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위원회 구성을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간 운영실적이 저조했다는 것을 빌미로 위원회 자체를 폐기처분하자는 안까지 국회에 올려서 통과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본 위원회의 설립을 정부에 처음 건의할 때의 기분으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그간 법제정, 공포 및 폐기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다행히 서울시의 가스 관련 관계자 가운데는 아직도 본 위원회의 필요성을 나와 같이 주장하는 자가 있다는 얘기가 들려와서 동지를 만난 기분이지만 한번 폐기된 법을 다시 부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기부식방지위원회가 부활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임무는 도심 지하매설가스배관에서 전식 발생부를 찾아내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며, 다음은 현재 전식방지를 목적으로 건설한 배류기장치 가운데 강재배류기는 전면적으로 운전을 중단한 후 전문진단을 받은 다음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관 관리자 및 감독자에 대한 철저한 기술교육으로 전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스폭발의 아픔을 뼈저리게 경험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음은 이상에서 언급한 전기부식방지대책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본 글을 읽는 자는 가스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가스폭발사고가 나자신을 포함해 가족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전기부식방지대책위원회의 부활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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