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그린카’개발이 마치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른바 ‘그린카’란 주행하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동시에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며, 다양한 저탄소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고연비 친환경 미래자동차’라 할 수 있겠다.

각 나라마다, 또 글로벌 자동차사들마다 왜 그린카 개발에 앞다퉈 총력을 기울이는 것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80%이상이 화석연료이며, 자동차 등 운송수단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석유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원유가격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적은 연료로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는 차량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인 게 당연하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주된 요인 중의 하나다. 유럽은 오는 2012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자동차의 절반 수준인 1㎞당 130g 이하로 낮춰야 하며, 미국의 경우에는 판매하는 전체 차량 중에서 무공해차의 비중을 12%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초기시장을 어떻게 선점하느냐가 관건으로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그린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저탄소 녹색성장’을 MB노믹스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며, 이를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강조하고 임기 내에 세계 그린카 강국 4위 진입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앞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할 자동차 기술은 하이브리드카에서 수소연료전지차로, 수소연료전지차에서 수소연료차로 단계별로 상용화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 가운데 선두주자는 전기모터를 연료엔진과 함께 탑재해 두가지 엔진의 힘으로 가는 하이브리드카이다. 도요타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고유가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43만여대가 팔렸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내년 7월 아반떼 LPG하이브리드 모델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고 보면 기술력의 격차가 크다.

차세대 그린카인 수소연료전지차의 기술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2010년부터 시범운행을 확대해 2012년 이후에나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해 조기 실용화에 나설 일정인데 반해 일본 혼다는 이미 전용모델을 양산 중으로 오는 11월부터 리스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카나 수소연료전지차가 그린카의 궁극적 화두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들만이 그린카의 전부는 아니다.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과도기적 단계로 가스차량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빠르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대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더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쟁대열에서 탈락한다면 더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선택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린카 개발은 단순히 어느 한 산업의 이슈가 아니다. 산학연이 발 빠른 협력체제를 갖추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는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구축될 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세계 그린카 강국 4위 진입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말 현대차와 삼성SDI, LG화학, SK에너지가 지식경제부, 자동차부품연구원과 함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총 1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세운 것과 정부가 올해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5년간 연간 80억원씩 총 400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세계 각국, 시장선점 위한 기술개발 총력

세계 유수 자동차사들은 10여년 전부터 그린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어오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일찌감치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선점하며 그린카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선보인 도요타는 내년에는 효율을 더욱 높인 제3세대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 시스템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도요타의 경우 하이브리드 관련특허를 650여건이나 획득해놓고 있는데 이들 특허는 초기시장 선점을 위해 타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크린카 양산의 최대 걸림돌이 도요타의 특허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혼다의 경우 소형차는 하이브리드, 중형차는 친환경 디젤이라는 두가지 방향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수소연료전지차 FCX클래러티를 리스판매하는 등 그린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내년 9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번 충전으로 160㎞를 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이 4인승 차량은 정부 보조금 지원으로 3000만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돼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유럽의 자동차사들은 대부분 친환경 디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푸조의 경우 가솔린엔진보다 조용하고 배기가스가 적으며 연비가 하이브리드보다도 뛰어난 디젤엔진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BMW는 기존 엔진에 수소를 연료로 쓰는 수소엔진차로 시장진출 전략을 차별화했다. 배기가스가 없고 물만 배출하는 수소자동차 하이드로젠7을 상용화해 리스형태로 정부기관에서 이를 구입하고 있다.

GM, 포드, 볼보는 가정용 전기로 충전해 모터 구동으로 100㎞를 달리고, 그 이상 거리는 기존 엔진을 사용해 연비를 높이는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카를 실용화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각국 정부의 지원정책도 다양하다. 국내의 경우 아직 보조금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있으나 일본은 보조금 지원과 함께 자동차세 경감, 취득가액 소득공제 등 전방위적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당 최대 3400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유럽은 하이브리드카와 경유차 가격차의 20%를 지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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