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불

한 겨울
고요하고 거룩한 밤
등잔불의 그림자가 다할 때
인두로 잿빛을 다둑거리던 할배의
이야기 보따리는 끝나고
긴 곤방대에 깊은 한숨이 연민을 태워버린다.

화로불은 깊어만 가고
어느새 꼬끼오~
하얀세상
검둥이 뛰놀던 뜨락
눈사람과 썰매타는 아이들.


한참 우리는 화롯가에 모여앉아 꽁꽁 언손을 녹이며
숨겨둔 감자, 고구마를 구워 배고픔을 달래고
긴 겨울을 보낸다.

설날 아침
화로불은 이글거리고 생선 익는 소리 밤 튀는 소리
떡살 익어가는 냄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안가득 향수에 도심에 찌든 가슴의 떼를
지우고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먼 전설에 화롯불로 가득한
화로인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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