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과 치밀한 구성에 몰입

집사람과 연애할 때만 해도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영화관에 갔지만 결혼하고 2008년에 첫 아이를 낳은 후로는 아직까지 영화관 근처에도 못 가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는 바로 2007년 개봉작인 ‘넘버23’이다. 영화 주인공은 짐 캐리인데 ‘케이블 가이’와 같은 코믹물 연기로 익숙한 짐 캐리의 내면 연기에 한 번 놀라고, 영화가 보여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치밀한 구성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영화다.

영화는 짐 캐리(극중 스패로우 役)가 아내로부터 넘버23이라는 책을 생일선물로 받으면서 시작된다. 책을 읽을수록 스패로우는 점점 숫자 23의 저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책 속 주인공과 자신의 삶이 똑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실제 23이라는 숫자는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숫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911테러 발생일의 날짜를 다 더하면 2001년 9월 11일(2+0+0+1+9+11=23), 인간의 체세포가 23쌍의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는 점 등이다.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던 스패로우는 넘버23이라는 책 속의 내용을 하나하나 찾아 나서고, 결국 책 속 살인사건의 범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알아가게 된다. 그의 아내도 그보다 앞서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사건의 전말을 덮고 남편을 지켜내려는 아내의 눈물겨운 노력과 반대로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려는 주인공의 사투가 이어진다.

책 속에 기록된 살인사건의 사체를 묻은 위치를 아내가 먼저 찾아가 숨기기도 했지만 스패로우는 사건의 모든 것을 확인하고, 13년 동안 그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있던 사람을 구해내기 위해 스스로 자수를 택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를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주인공이 자신이 범인임을 알았을 때 자신의 가정을 뒤로하고 사실을 밝히는 것을 택했던 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아는 것은 많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핑계를 대며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유가시대 에너지절약이 아닌가싶다. 운전습관만 바꿔도 20%이상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한 과속운전자가 되는 내 모습을 봐도 그렇다.

두 번째는 넘버23의 비밀이 하나 더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이라는 대명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영화 속 얘기처럼 세상이 23이라는 숫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라면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에너지절약 실천을 습관화해나간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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