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춘천 칠전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에 1㎾ 연료전지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우리 집에 냉장고 같이 생긴 제품이 있는데 거기서 전기랑 온수가 나와. 신기하지?” “말도 안 돼! 그런 게 어디 있어?” “있어, 연료전지라고.”

어찌 보면 어린이 만화에서나 들을 법한 대화체지만 실제 연료전지를 사용하고 있는 가정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사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연료전지’라는 단어는 낯설게 느껴진다. 태양광이란 단어를 들으면 태양이, 풍력이란 단어를 들으면 바람이란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막상 연료전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마땅히 떠오르는 그림이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연료전지에 대한 관련 업계의 지속적인 홍보와 함께 지난해 연료전지가 정부의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을 통해 일반 가정에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연료전지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그린홈 100만호 중 연료전지 1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내년까지 3년간의 시범보급기간을 거치는 그린홈 연료전지보급사업. 그간의 과정을 비롯해 실제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의견 및 보급 활성화를 위해 개선돼야 할 사항 등을 취재했다.

 

2010년, 그린홈 연료전지 보급 ‘첫 발’

지난 2006년부터 ‘가정용 연료전지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제작된 1㎾ 연료전지시스템이 총 3차년에 걸쳐 실내외 환경에서 모니터링 과정을 거쳤다.

이후 2009년 첫 발을 디딘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을 통해 일반 가정에 연료전지가 보급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당시 지식경제부에서는 아직 모니터링 단계 중이라 지속적인 실증데이터를 확보한 후 일반 보급에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면 보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연료전지를 보급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이듬해 연료전지가 신규 지원대상에 포함되며, 2012년까지 3년간 시범보급형태로 진행된다. ㎾당 최대 80%의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10%)까지 더하면 민간 부담금은 10% 정도가 된다.

그린홈 사업을 통해 보급할 수 있는 연료전지 제품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제품검사 및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설비인증을 받아야 하며, 국내 환경에서 1년 이상 실증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한 시공업체는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등록 △전기공사업 등록 △기계설비공사업, 난방시공업(1종, 2종), 가스시설시공업(1종, 2종) 중 1개 이상의 공사업 추가 등록 등의 기본 요건을 만족해야 보급사업 참여신청을 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연료전지부문 시공업체로 퓨얼셀파워, 삼천리, 해양도시가스 등 3개 기업만이 선정됐다. 여러 연료전지 제조사 및 도시가스사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위의 신청요건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스회사라는 특성상 전기공사업 등록이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도 연료전지부문 시공업체로 선정된 퓨얼셀파워는 자사의 제품을, 삼천리와 해양도시가스는 GS퓨얼셀과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GS퓨얼셀의 제품을 설치했다.

한편, 그린홈 사업의 일환으로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 10가구 이상의 마을단위에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설치하는 그린빌리지 사업의 경우 광역지자체별로 신재생에너지센터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결과 연료전지분야에는 서울, 경기, 강원 등 3개 지역이 선정됐다.

3개 시공업체의 2010년 그린홈 보급사업 물량을 보면 퓨얼셀파워 103대, 삼천리 49대, 해양도시가스 30대로 퓨얼셀파워가 가장 많은 물량을 보급했다.

그 결과, 2010년 총 보급대수 182대에 대해 85억3300만원의 정부 보조금이 지원됐다.

약 115억원의 정부예산이 지원되는 올해 그린홈 연료전지 보급사업에는 퓨얼셀파워, GS퓨얼셀, 효성, 삼천리, 해양도시가스, 대한도시가스, 예스코, 대성에너지 등 8개사가 시공업체로 선정됐다.

퓨얼셀파워, 대한도시가스, 대성에너지는 퓨얼셀파워의 제품을 보급하며, GS퓨얼셀을 비롯해 삼천리, 해양도시가스, 예스코는 GS퓨얼셀의 제품을, 효성은 자사의 제품을 보급한다.

이와 함께 올해 지자체 그린빌리지는 서울 63㎾, 경기 30㎾, 광주 30㎾, 전남 42㎾, 부산 20㎾ 등 5개 지역에 총 185㎾가 선정됐다.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상·하반기로 나눠 예산을 배정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반기에 모든 예산을 배정키로 했다. 이들 업체들은 이달 31일까지 신재생에너지센터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연료전지, 실제 가정에서 사용해보니…

그렇다면 실제 연료전지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선 제품가격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는 고객들이 많았다. 워낙 제품단가가 고가(高價)이다 보니 정부 및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해도 소비자가 수 백 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보다 제품 사이즈가 크다는 의견을 비롯해 발열 및 소음이 발생한다는 문제점도 일부 지적돼 향후 신제품개발 시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혔다.

반면 연료전지의 가장 큰 장점인 에너지비용 절감효과를 톡톡히 본 가구도 많다. 연료전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전기를 많이 사용해 누진제를 적용받는 가정이다. 지난해 설치된 가구를 보면 대형 평형인데다 기존에 매월 수 십 만원의 전기료를 납부하는 가정이었다. <표1>은 지난해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삼성웰리스아파트에 연료전지를 설치한 23세대 중 5곳의 가정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간 사용한 에너지비용을 전년도 비용과 비교한 것이다.

연료전지가 설치된 23세대의 5개월간 에너지비용절감액은 평균 27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매달 전년 동월대비 에너지비용이 절감된 가구도 있는 반면, 아무리 대형 평형주택에 설치되었어도 평소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가구에서는 오히려 연료전지사용에 따른 도시가스요금 증가로 에너지비용이 상승하기도 했다.

현재 1㎾ 연료전지는 시범보급기간이기 때문에 설치 가구의 에너지사용패턴 등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위해 제조사에서 설치가구의 연료전지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초창기에는 설치세대 중 노인가정도 많아 사용미숙에 따른 오작동으로 가동중지현상도 많이 발생했다. 제조사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설명을 하기도 하고, 매뉴얼을 적어 시스템에 부착해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거나 귀찮아서 자세히 읽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소비자들 또한 올바른 연료전지사용을 위해 작동법을 충분히 숙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예기치 못한 난관에 시행착오 겪기도

지난해는 그린홈 보급사업 첫해이다 보니 신재생에너지센터도, 관련 업체들도 예기치 못한 문제들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모니터링 사업과 달리 일반 가정에 연료전지를 설치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모니터링 사업에서는 주로 실외에 설치되다 보니 설치공간제약을 받는 일도 드물 뿐더러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설치작업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그린홈 보급사업에서는 대부분이 기존 주택에 연료전지를 설치하는 것이라 입주민들의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는 발전설비라 전기사업법에 따라 설치 후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단독주택은 ‘사용 전 점검’을, 공동주택은 ‘사용 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사용 전 점검’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수수료가 나가기 때문에 연료전지 설치신청자가 별도의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용 전 검사’는 신청자가 검사 수수료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가정에 설치되는 연료전지는 지난해 첫 보급이라 관련 검사기준이나 수수료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당시 전기안전공사는 자가용 연료전지 발전설비에 대한 검사업무처리방식을 결정하고, 정부가 소용량 연료전지 수수료를 승인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현행 태양광발전설비 수수료(기본료 8만5000원, ㎾당 요금 192원)를 준용키로 했다.

사용 전 검사는 신청 시 첨부해야 할 서류가 상대적으로 많은데다 절차가 복잡해 시공업체들이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제출해야 할 서류 중 감리원 배치 확인서 및 전기 안전 관리자 선임 등이 있는데 감리비용에 연료전지시스템 단가(약 6000만원/대)를 포함시켜 많게는 1㎾ 연료전지 1대당 100만원의 감리비용을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감리비용이 불합리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한국전력기술인협회 측에서는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1㎾ 연료전지설비 시공기준도 지경부가 승인한 연료전지 설치기준에는 FF방식의 연료전지는 환풍기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제시한 연료전지설치기준에는 소비자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환풍기 및 가스누설경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조항이 있어 시공업체에 적잖은 부담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추가 사업접수기간 및 사업신청 후 설치기간을 좀 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소비자들이 연료전지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수 백 만원이란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구매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추가 접수 기간은 기껏해야 3~4일에 불과해 사실상 소비자들을 설득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신청 후 설치기간도 현행 3개월에서 5개월로 연장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연료전지 시공업체 관계자는 “연료전지를 설치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설치 후 여러 기관으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검사기관과 일정을 잡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좀 더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향 제시돼야

▲ 그린홈 연료전지보급사업 시공업체인 삼천리의 한 관계자가 제품 설치 후 가동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그린홈 연료전지 보급사업에 참여하는 업체 모두 처음에는 의욕을 갖고 시작했지만 막상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과연 이게 맞는 길인가?’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하소연이 많다.

‘시범보급’이라는 이름을 달고, 보급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상은 기존의 타 신재생에너지원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준가격의 최대 80%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실제 올해 8곳의 그린홈 시공업체들 가운데 80%를 지원받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물론 여러 항목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각 업체별로 등급을 매겨 그에 맞는 지원비율을 반영한 것이지만 동일한 연료전지제품을 보급함에도 불구하고, 시공업체 간 지원받는 보조금 단가가 최대 400만원이나 차이나 연료전지제품을 시공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사도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심지어 어느 곳은 마이너스 수익구조로 인해 경영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상황이다.

타 신재생에너지분야와 달리 연료전지는 관련 업체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지금의 몇 안 되는 연료전지업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돼 사업존폐 위기를 맞게 되면 결국 연료전지산업 또한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연료전지는 모두가 알다시피 경제성 및 내구성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이를 위해 관련 업계에서도 시스템 가격인하, 내구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재 시장진입 초기단계인 연료전지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업체들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구하는 한편, 업계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고, 서로 소통함으로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