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생생한 역사를 만난다
“과거와의 진지한 대화를 나눠요”

역사책에 실리지 못한 조선후기 민초들의 삶과 시대상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 동시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손색이 없는 대하소설 ‘객주’는 올해로 출간된 지 30년을 맞이했다.

토지, 장길산, 태백산맥과 더불어 국내의 대표적 대하소설 반열에 올라 있는 객주. 9부작에 걸쳐 보부상, 천봉삼을 매개로 이어지는 인물군상들의 이야기를 당시의 역사적 사실들과 한데 묶어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어낸 장대한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세도정치에 허우적대던 조선조 후기부터 열강의 침탈이 본격화되는 전근대까지의 시대적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소설에서 작가가 묘사해 놓은 당시 보부상들과 상단(商團)의 생활 및 활동을 보고 있으면 조선후기 자주적 상업발달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작가가 소설적 장치를 통해 역사의 일면을 눈앞에 그리듯이 재현해 놓아 독자가 이를 체험하듯 느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소설의 가치가 배어 나온다.

객주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볼거리는 다양한 인물들이 얽혀서 이루어내는 소설적 사건이다. 섬뜩한 음모와 배신을 일삼는 인물군상들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웬만한 ‘미드’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된 복선과 암시가 녹아있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애잔하게 펼치는 사랑과 이별의 로맨스는 다감한 독자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아울러 객주는 잊혀진 우리말을 소설 속에 아주 잘 살려놓은 작품이란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에서 벌이는 광대의 호객행위나 각설이들의 걸식 장면에서는 삶 속에 녹아 든 우리말의 해학과 골계미를 느껴 볼 수 있고 인물들이 주고받는 말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속담은 촌철살인의 깔끔한 묘미를 맛보게 한다.

역사의 행간을 메워 주는 보충물로써의 의미 뿐 아니라 독자에게 많은 소설적 감동을 주는 빼어난 문학작품으로 생각되어 객주의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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