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PNG 프로젝트 공식의제 거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가진 정상 회담에서 남·북·러 3국 특별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고 알려져 러시아 PNG프로젝트에 파란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너무 섣부른 기대감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커지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24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남-북-러를 잇는 1700㎞ 규모의 가스관을 연결해 연간 100억㎥의 가스를 공급하고 수요가 있으면 이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 PNG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PNG프로젝트가 곧 성사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수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는 전문가들의 ‘신중론’도 팽팽하다.

우선 이번 양 정상회담의 의미가 매우 크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많다. 지난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에 합의하면서 주목을 받은 PNG프로젝트가 큰 진전 없이 사실상 답보상태를 거듭해 온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북·러 양 정상이 ‘가스관 건설’이라는 주제로 처음 협의를 했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08년에 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은 가스공급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2009년 6월에는 공동연구협약(JSA)를 체결해 사업구상이 구체화되는 듯 했다. 지난해의 경우 양사 간 타당성 조사를 위한 공동연구를 통해 LNG 또는 CNG 공급방식에 비해 북한을 경유하는 PNG 방식이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즉 선박에 의한 공급방식보다는 육상경로를 통한 가스관 공급이 20% 이상 경제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가스배관이 북한지역을 경유했을 때 북한 측은 연 1억∼1억5000만달러 규모의 통과수수료를 얻게 돼 남·북·러가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도 부각됐다. 즉 러시아는 가스판로를 확보하고 북한은 가스경유 수수료를 챙기고, 남한은 LNG선박 운송방식보다 저렴하게 가스를 구입할 수 있으니 모두 ‘남는 사업’이라는 판단이다.

 

현실적인 악재 많아 부정적 시각도

하지만 신중론, 더 나아가 부정적인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걸림돌이다. PNG프로젝트가 제자리걸음을 한 중요원인이 남북관계 악화와 북핵 갈등에서 비롯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으로 만일 가스배관의 북한통과가 결정됐다 하더라도 북측의 일방적인 가스관 차단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는 가스관 건설의 경우 수요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약 30억달러로 추산되는 가스관 건설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관건이다. 남한이 건설비용을 부담한 후 남북관계 악화 시 가스관이 차단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남북관계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도 국내 여론이나 미국과의 관계를 볼 때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즉 러시아 PNG프로젝트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국내 여론 및 미국과의 관계, 남북관계 악화시를 대비한 정치·안보적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선행조건이라는 것이다.

다른 분석도 있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이 당장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서도 러시아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시위용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2009년 연간 700억㎥의 천연가스를 30년간 주고받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가격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즉 러시아로서는 중국이 계속 고집을 부릴 경우 중국 대신 한국에 가스를 더 팔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역시 이런 러시아 요구에 장단을 맞춰 줄 경우 더 많은 원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 및 가스공사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북한과 러시아 정상의 주요 의제 중 PNG 프로젝트가 주요 의제로 거론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의미심장한 부분이지만 북핵문제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개선되지 않는 점을 고려한다면 ‘낙관론’을 내놓은 것은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결국 추후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의 실무접촉 등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포함한 모든 제반상황을 다시 분석하고 다음 절차를 논의하는 장기과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이 과정에서 북한의 진정성과 추진노력이 엿보이지 않는다면 러시아 PNG프로젝트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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