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 용기제조업체의 산업용 고압용기 생산라인.

원산지도 중요하지만 품질과 가격 차이 잘 따져 선택해야
엔케이, 하이프레실 등 국내기업은 CNG·점보용기에 주력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의 산업용 고압용기시장은 엔케이, 하이프레실, 화인텍 등 국산 3개 브랜드가 비교적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경쟁하는 양상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2009년 8월 새로운 고압용기유동업체인 글로벌가스텍이 중국의 북경천해공업(유)의 고압용기를 들여와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후 외국산 고압용기제조업체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입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후 소방기구 종합메이커인 한성소방이 중국의 진둔압력용기(유)의 산업용 고압용기를 수입, 판매하고 있고 또 국내 고압용기 유통업계의 양대산맥인 지티코리아와 천해고압용기가 중국 장시성 소재 지우장社에서 만든 고압용기를 차례대로 들여와 국내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티코리아가 국내 알루미늄몰드제조업체였던 MK테크놀로지의 중국공장인 MK실린더에서 생산한 용기까지 취급함으로써 무려 4개의 중국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본보는 이번 가을특집에 최근 한국시장에 상륙한 중국의 고압용기를 중심으로 품질 및 가격을 놓고 벌이는 국내 산업용 고압용기유통업체들의 판촉전을 대표자 인터뷰를 통해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고자 한다.

 

지난 1999년부터 3~4년간 국내에 중국산 고압용기가 집중적으로 공급되다가 2003년 지경부가 외국용기 등의 공장등록제를 시행하면서 다시 국산이 각종 경쟁력 측면에서 강세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이즈음에는 화인텍이 고압용기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가격이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후 국산이 중국산과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았으나 원관을 직접 생산, 공급하고 있는 중국이 원자재 공급난 등의 이유로 원관의 내수 및 수출가격을 차별화하면서 한동안 유지됐던 가격구조가 깨져 중국산이 원가경쟁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러한 틈을 타고 중국의 고압용기제조업체들이 차례대로 공장등록을 하기에 이르렀고 2009년부터 국내 고압용기 전문유통업체들이 마진이 좋은 중국산 고압용기를 앞장서 들여오기 시작했다.

 

국내기업들 대규모 설비투자 앞장

이로 인해 현재 국내 산업용 고압용기시장은 중국산이 국산 점유율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고압용기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산업용 고압용기제조분야는 이미 부가가치가 많이 떨어져 우리나라가 담당할 분야는 아니다”라면서 “국내 고압용기제조업체는 CNN차량용 용기, 점보용기 등 특화된 분야로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엔케이, 하이프레실, 화인텍 등 국내 3개 고압용기메이커들은 산업용 고압용기보다 CNG차량용 용기, 점보용기, 튜브트레일러 등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엔케이는 주문이 있을 때만 산업용 고압용기를 간헐적으로 생산하고 계열사 이엔케이를 통해 CNG차량용 용기, 점보용기를 생산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엔케이는 세계 수송용 연료시장이 오일에서 가스로 대이동한다고 판단하고 현재 기존의 타입-1·2 용기를 비롯해 최근 알루미늄재질의 타입-3 용기를 개발해 놓고 있다. 또 국내외 반도체용 특수가스시장도 크게 확대된다고 보고 한 번에 많은 양의 가스를 충전, 공급할 수 있는 Y톤실린더, ISO컨테이너 등의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엔케이는 사업특화전략에 따라 소화장치, 밸러스트수처리장치 등 선박용 기자재 중심의 사업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하이프레실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힘찬 도약을 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 중부산업단지 내에 무려 4만㎡(약 1만2000평)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매입한 하이프레실은 이미 각종 고압용기 생산설비를 발주, 설치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프레실은 점보용기, 대구경 CNG용기, Y톤용기 연마공장, 어큐물레이터 등 무려 25개 이상의 품목을 생산함으로써 향후 고압용기 종합메이커로 세계시장에 우뚝 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하이프레실 감곡공장에는 튜브트레일러, 스토리지(storage 1300ℓ), Y톤용기(440ℓ) 등 초대형 점보용기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설비투자를 감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에 신설하는 점보용기의 연간 생산능력은 7000개 규모이며 2014년부터는 연간 1만개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름 365㎜ 크기의 대구경 CNG용기의 생산라인도 추가적으로 갖춘다는 방침에 따라 20ℓ부터 80ℓ용량까지 총 7가지 제품의 연간 생산능력은 무려 15만개에 달한다.

이밖에 그동안 생산해온 지름 232㎜ 및 267㎜ 크기의 원관으로 제조하는 산업용 고압용기 및 소화용 고압용기도 각각 20만개씩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대폭 보강할 방침도 밝히고 있다.

화인텍은 현재의 산업용 고압용기 및 CNG차량용 용기 제조설비의 수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또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현장의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산, 품질 낮다”는 것은 옛말

▲ 품질의 향상으로 국내시장에 진입, 출시를 앞둔 중국산 고압용기.

한때 산업용 고압용기시장에서도 중국산이라 하면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산업자원부가 고압용기 등의 공장등록제를 실시한 이후 중국 제품의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 고압용기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실 과거에는 몇몇 중국 고압용기제조업체가 생산한 일부 고압용기에 결함이 나타나 가스안전공사가 수집검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정을 개선하고 품질관리도 잘 이뤄져 유통용기에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압용기유통업계에서는 “중국산이라 하여 품질이 모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며 제조사에 따라 품질이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제 중국산도 품질이 크게 개선돼 일부 유명제조사 제품은 국산의 품질을 능가하고 있다”며 글로벌시대에 국산만 고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고압용기 소비자인 산업용가스사업자들도 “무조건 저렴한 용기만 구입할 것이 아니라 고압용기의 품질과 가격 간의 관계를 잘 따져 선택해야 하는 안목이 필요하다”며 품질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재 국내 고압용기시장에서 40ℓ짜리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13만5000원 안팎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47ℓ는 5000원 내지 1만원 정도 높게 판매되고 있다. 또 중국산과 일부 국산과의 가격도 1만원에서 2만원 정도 차이가 있으며 같은 중국산이라도 제조방식, 용기의 무게, 품질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대를 형성하며 거래되고 있다.

 

유통업체들 2Way로 전환, 경쟁 치열

그동안 고압용기유통업들은 1개 용기메이커의 제품만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용기메이커의 제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영업을 함으로써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도 광주 소재 지티코리아의 경우 MK실린더 제품 외에도 국산으로 엔케이에서도 일부 품목을 공급받고 있으며, 부산의 본사와 경기도 이천에 수도권사무실을 두고 있는 천해고압용기도 중국산인 지우장社의 제품은 물론 하이프레실의 용기도 취급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 남양주 소재 글로벌가스텍은 북경천해공업의 제품과 함께 화인텍 제품을 받아 고객의 요구에 맞춰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국내 고압용기유통업체들은 2개 이상의 용기메이커 제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용기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외국산 용기도 이제는 그 품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가격 및 유통구조를 지닌 산업용 고압용기시장에서 당분간 중국산 고압용기가 국내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이며 지티코리아, 한성소방, 글로벌가스텍, 천해고압용기 등 고압용기 전문유통업체들이 향후 어떠한 영업 전략으로 산업용가스 제조·충전·판매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을 모으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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