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게 되지만 청명한 하늘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계절, 가을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좋은 계절, 가을을 맞아 여행과 함께 책 한권 지참해 봄은 어떨까.

치솟는 물가와 팍팍해진 경제사정을 고려해 웃음과 재미, 여기에 묘한 감동까지 남겨주는 일본작가 오쿠다 히데오(53)의 ‘공중그네’, ‘인터풀’, ‘면장선거’를 추천한다.

3권 모두 신경정신과의사의 상담내용을 소재로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 만나 볼 수 있는 고민이 등장해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소설의 시작과 중요 무대는 도쿄에 위치한 이라부 종합병원의 어두컴컴한 지하에 자리잡은 신경(정신)과.

종합병원이라는 화려함과는 정반대로 신경과의 위치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어둡고 칙칙하다. 더욱이 여기는 정신적인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신경과가 아닌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오랜 망설임 끝에 신경과의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육감적인 몸매의 간호사 마유미와 100kg이 넘는 육중한 체격의 의사 단둘이 있다.

의사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인상이다. 거기에 말투나 웃음은 아예 아이와 똑같다. 맘 같아서는 뒤돌아 나가고 싶지만 ‘의학박사 이라부’라는 의사명찰을 보니 의사임에는 틀림없는 듯싶어 일단 앉아본다.

그리고 방문객들은 반신반의하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다.

뾰족한 것이 무서운 야쿠자, 고소공포증이 있는 공중그네 선수, 집안의 가스밸브가 열려 있다는 착각에 집에 몇 번씩 들락날락해대는 회사원, 어둠이 두려운 재벌, 거식증에 걸린 여배우 등등.

조금은 유별나지만 우리 주변에서 한두 번쯤 만나봄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고민에 대해 의학박사 이라부의 처방은 어떠했을까?

우선, 주사 한방 맞고 상담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한다. 야구선수가 오면 같이 캐치볼을 하고 공중그네 선수가 오면 같이 공중그네를 탄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환자와 의사가 바뀐 것 아닌가?

짜증, 당황스러움이 이어지고 환자들은 의사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나가기 일쑤. 그런데 100kg이 넘는 육중한 의사가 열심히 야구를 하고 공중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마음이 열린다. 그리고 어느새 고민은 해결돼 있다.

고민이 고민을 낳고 또다시 고민이 쌓이는 요즘. 그 고민에서 한 발짝 벗어나면 의외로 고민이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싶다.

물가인상과 취업난 등 고민과 어려움이 보편화된 지금, 이 책을 통해 고민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져보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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