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열심히 역사공부를 했거나 아니면 눈꺼풀의 무게를 못 이겨 졸음을 청한 분들도 한번쯤은 정약용의 저서나 그의 업적을 외웠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조선시대 학자인 듯하며 그의 저서인 ‘목민심서’ 등은 기억할 것이다. 특히 정약용이 실학자로써 당대에 이름을 날렸던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간간히 학창시절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그의 행적을 연도로 외우거나 그가 집필한 저서의 내용도 모르면서 열심히 외웠던 것 같다.

우연찮게 직장 동료의 집에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탓에(망각의 동물인지라 잘 까먹음) 바로 손이 갔다.

지하철을 오가면서 읽다보니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한 번쯤 왜 학창 시절에는 이들의 인물관계(영조 및 정도와 정약용의 관계, 그리고 그의 형제들)를 전혀 알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를 외우기식이 아닌 구성과 스토리 중심으로 학창시절에 배웠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실과 역사 속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선 이 책은 말 그대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중심으로 당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과 정약용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사고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다.

여러 역사서적을 많이 접했지만 이덕일이라는 작가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아주 담백한 글 솜씨에 기자인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그의 저서 중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과 아주 밀접한 책은 ‘사도세자의 고백’이다. 아마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작가가 사도세자의 고백이라는 책을 썼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가슴 아픈 점은 정약용의 업보라고 할까(?). 그를 둘러싼 모든 인물들이 똑똑하고 몇 시대를 앞서가는 정신, 그리고 깨어있는 철학을 가진 당대 지식인 중 으뜸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단명을 했다는 점이다. 우선 그의 이복형인 맏형 정약현, 둘째 형인 정약전, 셋째 형인 정약종 그리고 그의 여동생까지 한마디로 암울한 시대에 희생양이 되었다.

비록 이복형인 정약현은 정약용의 형이라는 낙인자로 찍혀 출세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며, 둘째 형인 정약전은 학자지만 천주교로 인해 유배생활을 했고, 그의 동생인 정약종은 결국 비참하게 참수형을 당한다. 그의 여동생은 젊은 나이에 병마와 싸우다 죽는다.

이들 형제와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천주교이며, 정약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정조이다.

재주 많은 정약용은 자신의 재능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펼치길 바랐고 마침 그를 품어줄 성군 정조를 만나서 막 펼치려던 이상의 날개를 무참하게 꺾이고 만다. 혹자들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의 일생이 암흑의 시대에 불을 밝혀줬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가 본 관점은 불사조 보다는 악연과 업보 그리고 기득권자로부터 겪는 희생양이라고 본다.

정약용의 형제를 비롯해 사위와 자손들 모두 죽거나 노비가 되었고, 후손의 벼슬진출이 막히는 등 멸문지경이 되었다. 또한 권세를 잡고 유지하려던 세력들의 원한은 정약용을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대 새로운 생각과 행동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시대의 혁명가이면서도 개혁가인 점은 100% 공감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임금과 신하라는 주종관계를 떠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이념과 사랑 그리고 서로를 신뢰하는 믿음은 배울 점이다.

또 만약 정조가 요절만 하지 않았다면 시대가 어떻게 변했을지도 매우 궁금하다. 요즘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책을 통해 한번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그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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