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가스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울산지역의 산업단지 전경.

자가소비직수입 희망사업자 쇄도, 가스시장 개편 불가피

도·소매 공급비용 인상…부작용 막기 위해 ‘안전장치’ 필수

지식경제부가 도매시장의 경쟁도입을 유도하고 직수입자의 시장 진출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지난 7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이 도매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인데다, 도매시장의 경쟁도입은 곧 소매시장의 개방과 구조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 32개 도시가스사인 소매업계에도 지경부의 행보에 신경이 곤두섰다.

이번 특집호에서는 정부의 개정령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도매시장에 이어 소매시장까지 미칠 파장을 분석하고, 시행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들을 살펴본다. 

 

논란의 핵심인 개정령안

정부는 이번 도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기 이전인 지난 2009년부터 도매시장의 경쟁도입을 위해 도법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왔다. 개정 당시 정부는 직수입자의 도매시장 진출기회를 주면서도 도매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가소비용직수입자의 천연가스수출입법의 등록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이는 현행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제3조(천연가스수출입법의 동록요건)에서 자가소비용직수입자의 경우 사업개시연도의 천연가스 자가소비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양과 액화한 것을 기준으로 10만㎘ 중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갖추도록 명시했다.

즉 도매부문의 시장개방을 허용하되 자가소비용직수입자의 난발을 막기 위해 30일분과 10만㎘ 중 많은 양을 저장하는 시설물을 갖추도록 해, 도매부문의 안정적인 구조 아래 시장개방을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재 논란의 핵심 키인 도법 개정령안은 30일분의 저장시설만 갖추면 누구나 자가소비용직수입자가 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취지는 자가소비용직수입자에게도 도시가스사업자(도법 시행령 제3조 1항)와 동일하게 개정해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가스업계는 없다.

이렇다보니 현재 저장시설을 추진하거나 임대하려는 GS와 중부발전 등에게 저장시설 투자비용을 줄여주기 위한 정부의 편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등록요건이 30일분으로 확정될 경우 이는 그때그때 사용량이 달라지는 국내 에너지시장 구조에서 그 양을 갸름하기 쉽지 않다.

당초 정부가 명시한 자가소비용직수입자의 등록요건인 10만㎘(약 55만톤)의 저장시설은 약 6억9000만㎥∼7억㎥의 LNG량이다. 반면 30일분은 이보다 최소 20%이상 적은 만큼 5억㎥수준으로 분석된다. 또 10만㎘→30일로 변경되면 저장시설에 투입되는 비용 또한 30%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그만큼 정부가 특정기업을 위해 기존의 안정적인 도매시장 개방이라는 정책방향을 우회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는 대목이다.

 

 

너도나도 직수입자로 전환

입법예고된 개정령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도매시장에 자가소비용직수입자들의 진출은 세도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는 대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등록요건인 30일분(저장시설)에 따라 연간 5억㎥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도 자가소비용직수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커다.

이미 포스코와 SK가 국내 1호로 직수입을 하고 있고, 중부발전의 경우 올 4월에 스위스 Vitol사(에너지 Trading사)와 2015년부터 40만톤(옵션 15만톤)으로 10년간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GS칼텍스 역시 세브런(Chevron) 호주 Gorgon프로젝트와 도입계약을 체결해 2015년부터 50만톤, 20년간 도입키로 했다.

여기에다 SK에너지도 올해부터 25만톤∼61만톤 규모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SK E&S 역시 2014년부터 집단에너지사업과 발전사업장에 주원료로 사용할 LNG를 약 162만톤 이상의 물량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노조측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에 한국가스송사가 아닌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 의해 국내로 수입될 LNG량은 최대 363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분명한 것은 이들 기업 외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등 발전자회사들도 얼마든지 직수입에 관심을 갖고 있고, 연간 5억㎥이상 사용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자가소비용 직수입자로 유턴할 수 있어 2015년 이후 자가소비용 LNG물량은 450만톤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여기에다가 도매시장이 활성화 될 경우 각 지방마다 산업단지내 대량수요처들도 해외시장에서 가스공사보다 싸게 LNG를 수입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직수입자로 전환은 봇물처럼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가에너지 수급문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도매시장의 흐름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발전용과 도시가스용으로 나눠진 현행 도시가스 요금체계에도 분명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도매시장의 경쟁도입은 여러 가지 장단점이 분명 공존한다.

국내 LNG수급문제를 한국가스공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세계 에너지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발전용의 주 수요처들은 고공행진을 거듭한 LNG요금 때문에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연간 1억㎥ 이상을 사용하는 산업체에서는 도매요금이 10원/㎥만 올라도 연료비 추가비용은 10억원을 더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연간 사용물량이 많은 곳은 자가소비직수입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가스공사 노조 측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매부문에서 발생될 수 있는 이탈물량은 단기간에는 SK와 중부발전의 물량인 278만톤, 여기에 발전자회사와 산업용수요처가 최소 499만톤 최대 1300만 톤까지 이탈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한국가스공사의 연간 총 공급물량 중 발전용 70%, 산업용 40%가 각각 이탈될 경우 도매공급비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우려되는 도매 공급비용 인상은 발전용의 경우 단기적으로 ㎥당 2.69원/㎥, 장기적으론 최대 24.21원/㎥ 인상될 수 있다고 한다. 도시가스용도 3∼18.67원/㎥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도매요금 인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매시장 역시 대량수요처의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전국 32개 도시가스사 중 산업체 비중이 30% 이상인 곳은 경동도시가스, 인천도시가스, 경남에너지, 영남에너지서비스(포항, 구미), 중부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대륜 E&S 등 15개 이상이다.

여기서 SK E&S(7개사)의 계열사와 GS계열사(2개사)를 제외 한다고 하더라도 산업체 비중이 높은 도시가스사는 절반에 가깝다.

지난해 32개 도시가스사의 총 판매물량은 229억5148만㎥이다. 이중 대량수요처 물량인 산업용은 79억4681만㎥로 전체 34.6%, 집단에너지와 열병합발전용은 8억7615만㎥로 전체 3.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시장구조개편으로 소매시장의 대량수요처도 이탈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매 공급비용 인상 불가피

소매시장 내 대량수요처의 이탈은 곧 소매공급비용 인상으로 이어지고 가정용 도시가스요금은 총괄원가 요금구조에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대용량 수요처의 비중이 높은 K사의 경우 지난해 23억8249만㎥의 판매량 중 산업용만 19억5024만㎥에 이르며 전체 판매량 중 81%의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공급권역 내 이미 자가소비직수입자로 도매시장에 진출을 꾀하고 있는 SK측의 물량만 6억㎥가 넘는다. SK측의 물량 이탈은 시간문제이며, 향후 산업단지 내 업계 간에 컨소시엄을 통해 자가소비직수입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이 발생될 경우 현행 소매공급비용은 최소한 10원/㎥ 이상 오를 수 있다. 

창원과 김해 진해 등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K사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연간 8억5000만㎥의 판매실적을 보이는 K사도 산업용 비중이 전체 46%인 3억8955만㎥에 이른다. 이곳도 대량수요처의 이탈로 우려되는 소매공급비용 인상분은 ㎥당 최소 3∼5원/㎥정도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32개 도시가스사 중 산업체가 많은 공급사의 경우 동일한 양상을 띌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도법 개정령안이 원안대로 시행된다면 소매시장 내에서는 연간 3천만㎥에서 5천만㎥이상 사용하는 산업체가 장기적으로 자가소비용직수입자로 얼마 던지 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소매시장은 지각변동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불가능해져, 이로 인해 총괄원가 구조인 소매요금체계의 붕괴로 이어져 가정용 등 민수용은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처럼 정부가 추진하려는 현행 도법 시행령안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단행될 경우 도매요금처럼 소매요금도 전국적으로 현행보다 최소 3.09원/㎥에서 최대 18.67원/㎥정도 인상될 수 있다는 분석이 과장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뢰 정책과 안전장치 필수

정부가 도법 시행령안을 통해 자가소비용직수입자의 도매시장 진출을 완화하고 나아가 도매시장의 경쟁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에 확신성을 갖는다면 무엇보다 정책에 신뢰성을 갖도록 관련업계에 믿음을 줘야 한다. 따라서 이번 도법 시행령안을 단행하기 앞서 대량수요처의 이탈현상 등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명시화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미래에 요동칠 수 있는 현행 도시가스요금도 안정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가소비용직수입자의 도매시장 진출만 허용한 채 발생되는 부작용은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가 떠 앉아야 할 것이다.

예방조치로 정부는 먼저 ‘자가소비용’이라는 용어정의를 명확하게 내려야 한다. 재판매의 허용여부와 컨소시엄을 통한 산업체들의 자가소비직수입 허용여부, 이로 인한 이탈문제 등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절실하다.

또한 현행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에 명시된 ‘자가소비용직수입 천연가스의 처분’에 대한 3개 조항 중 마지막 조항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3항을 살펴보면 자가소비용직수입자(가스제조시설·가스배관시설·가스사용시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경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처분이 가능토록 되어 있다.

이는 여러 각도로 해석이 달리 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논란의 대상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왜냐면 SK, GS, SK E&S, 발전자회사 등 자가소비용직수입자를 희망하는 사업자가 도법 시행령 제6조 3항을 이유로 얼마든지 향후 계열사나 자회사 또는 관계사에 도입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3항의 효율적인 운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자가소비용직수입자의 난립을 막고 이들이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별도의 운영지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에너지시장의 올바른 방향을 이끌기 위해 정부가 장기적인 에너지정책을 펼치겠다면 반드시 신뢰성을 갖고 추진해야만 관련업계도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를 것이다. 이점을 정부는 다시한번 되새겨봐야 할 것이며, 국내 도·소매시장의 안정적인 개방과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안전장치도 마련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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