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허가제였던 산업용 보일러 사업이 사업자 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는 신고제로 바뀌었다.

이같은 허가제 폐지로 기존 60여개 업체가 있었던 시장이 몇 년 사이에 3백여 업체로 증가해 업체간의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졌다.

피해를 입은 건 당연히 기존의 산업용 보일러 업체들이다. 허가제 폐지로 등장한 신규 업체들은 수요개발 차원에서 저가공세를 펼쳐 과당 경쟁의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낮은 가격으로 수주한 만큼 제품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결과. 부품부터 싼 것으로 구입을 하게되고 또한 인력을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A/S에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자료를 내 놓을 수는 없지만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납품한 제품에서 언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고려보일러의 부도도 과당경쟁과 방만한 경영 탓이라는 說이 파다하다. 영세한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품질보다는 저가격을 앞장 세우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또한 관계자들은 "그동안 정부가 억눌러 왔던 각종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좋고 잘한 일이지만 적어도 안전과 관련된 부분까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완화는 필요하다. 다만 시장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안전부문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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