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소방서 전세중 예방과장

지하탱크와 맨홀에서 맨몸으로 작업하다가 가스에 질식되는 사고가 많다. 맨홀 속에서 쓰러진 사람을 구하러 내려갔다가 함께 변을 당하기도 한다. 질식사하는 현장에 장비도 없이 내려갔다가 질식사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똑같은 방법으로 되풀이 되는 죽음, 생명을 구하기 위한 다짐 속에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2년 전이다. 용산구 남영동에서 상수도관로 위치를 탐사하다가 3m 깊이 맨홀 안에서 3명이 질식하는 사고가 있었다. 먼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최씨가 2분 만에 쓰러지자, 다른 2명이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울산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한 아파트지하 3m 정화조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2명이 질식하자 이를 구하려던 동료가 지하로 들어갔다. 유독가스로 3명이 모두 숨졌다.

2013년 1월 24일 오전 10시 33분경 제주시 감귤가공 공장에서 청소 용역업체 직원 3명이 감귤처리탱크 내부에서 작업을 하였다. 잔류가스로 인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오전 10시 10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통신맨홀 내에서 배관을 점검하던 중 도시가스 누출로 2명이 질식하였다. 맨홀의 직경은 80cm정도로 한사람이 겨우 내려갈 수 있었다. 구조대는 공기호흡기를 쓰고 내려갈 수 없어 마스크에 의존해서 먼저 내려가고 공기호흡기는 나중에 내려 보냈다. 지상으로 구조하여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다. 한 명은 의식이 회복되었지만 나머지 한 명은 사망하였다.

1월 23일 경남 고성군 동해면 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5만 톤급 탱크선 내부 용접작업 중 가스누출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선미부 탱크 내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김 씨가 가스에 중독돼 숨졌다. 숨진 김 씨를 찾기 위해 선미부 탱크 진입을 시도하던 동료도 가스에 질식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2013년 1월 31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동양웨딩홀 앞 맨홀 내부에서 밸브가 파손되면서 도시가스가 누출됐다. 맨홀 내부에서 보수작업 중이던 밸브 전문수리업체 대표인 홍 씨가 사망했으며 작업자는 혼수상태였다.

이처럼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부분 산소와 일산화탄소 농도측정을 하지 않고 기본적인 안전작업수칙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땅 속에는 상수도, 하수도, 도시가스, 통신 케이블, 정화조 같은 매설물이 있다. 재해를 당한 동료 작업자를 구조하기 위해 안전장비도 없이 구조작업에 나서는 행위는 죽음을 부른다. 좁은 공간으로 공기호흡기를 쓰고 들어가지 못할 지하맨홀도 많다. 작업장마다 안전규칙이 다 있는데, 사고가 반복되는 걸 보면 안전의식이 의심된다.

날마다 산업현장에선 하루 평균 6명이 목숨을 잃고 290여명이 부상을 당한다. 우리나라 산재율은 0.65%로, 평균 0.5%대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 안전에 관한 우리의 의식은 아직도 전형적인 후진국 형이다. 언제쯤 의식의 선진화가 이루어 질수 있을까.

그렇다면 맨홀 질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업 전 관리감독자가 근로자를 대상으로 질식재해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작업장으로 출입하기 전에는 항시 산소와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작업 중에도 수시로 환기를 실시해야 한다. 출입 시에는 공기호흡기와 같은 보호 장구를 착용토록 해야 한다. 재해자를 구조할 때는 꼭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장비가 없을 경우에는 상황이 위급해도 성급하게 나서지 말고 구조대원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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