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한원희 책임연구원

LNG플랜트 가동시기 지연…수급개선 기대 어려워

지난해 국내외 천연가스 시장은 셰일가스 광풍이 몰아닥친 해였다. 200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 붐은 다양한 기술적·환경적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배럴당 100불이 넘는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풍부하고 값싼 천연가스의 등장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셰일가스 광풍으로 인한 여파는 국제 LNG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함께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급증으로 인한 북미 천연가스 시장 가격의 급락은 구조적으로 국제 LNG 시장의 급변을 초래했는데, 2012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역동적이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2012년 국제 LNG 시장에 관한 평가와 함께 2013년을 전망해본다. 
 

□ 2012년 국제 LNG 시장 동향
○ LNG 수급 동향

2012년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LNG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Poten & Partners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세계 LNG 생산량은 전년대비 0.3% 감소한 2억390만톤을 기록하였다. 2012년 5월 호주의 Pluto LNG(480만톤/년) 플랜트가 신규로 가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공급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알제리, 이집트 등에서는 인근 가스전의 고갈과 함께 국내 가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LNG 원료가스를 국내용으로 공급하면서 LNG 생산량이 감소하였다. 예멘, 나이지리아 등은 정정 불안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면서 역시 LNG 생산량이 감소하였다.

수요 측면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LNG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LNG 수입량의 71%를 차지하였다. 일본은 그동안 발전량의 1/4 정도를 담당해왔던 원전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기 점검을 위해 순차적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현재 2기만이 가동되고 있다. 이러한 원전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서 2012년 일본의 LNG 수입량은 전년대비 9백만톤 증가하여 사상 최대치인 870만톤을 기록하였다. 2000년대 중반 LNG를 수입하기 시작한 중국과 인도는 2012년 각각 1470만톤과 1430만톤을 수입하여 스페인에 이어 세계 4위와 5위의 LNG 수입국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2011년 세계 3위의 LNG 생산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2012년부터 국내 가스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수출을 줄이고 본탕 LNG 플랜트로부터 서부 자바 FSRU(Floating Storage Regasfication Unit) 인수기지에 70만톤의 LNG를 공급하기 시작하였다.

 

 

 

자료 : Poten & Partners, LNGAS
 

반면 최근 셰일가스 생산 급증으로 인해 LNG 수입 수요가 급감한 미국은 2007년 1600만톤의 LNG를 수입하였으나 2012년에는 LNG 순수입량이 330만톤에 그쳐 2000년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2년 연속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LNG 수입량 역시 전년대비 25% 감소하였다. 특히 2011년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었던 영국은 아시아 지역으로의 물량 전환(Diversion)으로 인해 전년대비 750만톤이 감소한 1060만톤을 수입하는데 그쳤다.

이렇게 아시아 지역의 일본과 신흥 LNG 도입국들을 중심으로 LNG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LNG 공급 능력 증설이 정체되면서 국제 LNG 수급 상황은 당분간 악화되는 추세에 있다.

 

○ LNG 가격 동향
과거 동조화되었던 지역간 LNG 도입 가격은 고유가 지속과 함께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유가 연동 장기 LNG 계약이 지배적인 아시아 및 유럽 대륙의 평균 LNG 도입 가격은 최근 국제 유가가 $100/bbl 이상 지속됨에 따라 $14/MMBtu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유럽 지역에는 2010년 이후부터 유럽 가스 허브 시장 가격에 연동된 카타르 LNG 물량이 본격적으로 공급됨에 따라 평균 도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시장 가격 연동 LNG 계약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LNG 도입 가격은 셰일가스 생산 급증에 따른 국내 가스 시장 가격 하락으로 인해 $6/MMBtu 이하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지역간 LNG 수입 가격 격차의 원인 중의 하나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LNG 현물 수요가 급증하였고, 이에 따라 LNG 현물의 지역간 가격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의 현물 가격은 $3/MMBtu대에서 하락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의 현물 가격은 국제 유가 및 계절적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하고 있다. 특히 LNG 대체 공급원이 없는 동아시아 지역의 LNG 현물 가격은 소위 아시아 프리미엄이 가미되어 여타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하절기 계절적 수요 증가에 따라 현물 가격이 치솟는 가격 변동성의 비대칭성도 확대되고 있다.

 

 

 

 

주) 알제리산 LNG 도입국(벨기에, 프랑스, 스페인)과 카타르산 LNG 도입국(벨기에, 프랑스, 영국)의 수입 가격 산출 평균

자료 : Petronet, US EIA, WGI

주) JKM = 1개월 선도, NBP = ICE 1개월 선물, Henry Hub = NYMEX 1개월 선물

자료 : LNG Daily, Petronet

 

○ LNG 시장의 주요 이슈
1) LNG의 밸런싱 역할 : 

LNG 장기 계약의 유연성 확대와 함께 지역간 가격 격차에 따라 LNG 물동량이 변동함으로써 지역간 가스 시장의 수급 및 가격에 있어서 LNG의 밸런싱 역할이 점증하고 있다. 실제로 카타르를 중심으로 차익거래가 가능한 유연한 물량(Flexible LNG)1)을 통한 물량 전환(Diversion)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당초 북미 및 유럽 시장을 겨냥했던 LNG 잉여물량이 수요가 급증한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될 수 있었다. 일본 원전사태 이후 대서양 지역으로부터의 지역간 거래도 급증하여 2012년 세계 LNG 거래량에서 지역간 거래량(2600만톤)이 차지하는 비중이 11%까지 증가하였다. 특히 2012년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잉여 계약 물량 해소와 차익거래를 목적으로 한  LNG 재수출이 전년대비 2배 이상 급증하여 350만톤에 달하였다.

2) 유가 연동 장기 계약 탈피 모색 :
고유가로 인한 유가 연동 장기 계약 가격의 상승이 지속되면서 유가 연동 가격 체제로부터의 탈피 압력이 증대하고 있다. 유럽 지역은 유가 연동 PNG/LNG 장기 계약 가격 대비 주요 가스 허브의 현물 가격이 저렴한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최근 국제 중재나 판매자와의 협상을 통해 LNG 가격의 인하나 시장 가격 연동 비중을 확대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에 따라 유럽 가스 시장에서 시장 가격(허브 또는 현물) 연동 체제가 2013년 50%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역내 수급을 반영한 투명한 가스 시장 가격 지표가 없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시아 프리미엄 해소와 투명한 가격 지표 창출을 위한 LNG 허브 및 선물거래소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2012년부터는 장기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시장 가격(헨리허브)에 연동된 장기 LNG 계약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장기 LNG 계약내 유가 연동 가격 공식과 함께 헨리허브 연동, 현물가격(JKM) 연동 등을 일정 부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추진되기 시작했다.

 

□ 2013년 LNG 시장 전망

2013년에는 당초 2012년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Angola LNG(520만톤/년)과 알제리 Skikda New(450만톤/년)와 Gassi Touil(470만톤/년) 프로젝트가 상반기 이후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Sonatrach이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알제리 LNG 플랜트들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가동 시기 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노후화 플랜트들(총 2천만톤/년)의 대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LNG 시장의 수급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 1] 2013년 LNG 수급 전망

(단위 : 백만톤)

 

2012

2013

% Change

Year

Q1

Q2

Q3

Q4

Year

LNG IMPORT

 

 

 

 

 

 

 

Asia

166.8

45.5

40.0

43.8

46.5

175.8

5.4%

Europe

48.9

12.8

12.1

11.5

14.1

50.4

3.1%

Middle East

3.3

0.8

2.0

1.9

1.0

5.6

69.7%

North America

10.3

2.0

1.7

1.2

2.6

7.5

-27.2%

South America

9.5

1.4

2.3

3.2

2.5

9.4

-1.1%

Global Demand

238.7

62.5

58.0

61.5

66.6

248.7

4.2%

 

 

 

 

 

 

 

 

LNG SUPPLY

 

 

 

 

 

 

 

Asia Pacific

84.4

23.3

22.0

22.0

23.2

90.5

7.3%

Atlantic

57.8

16.5

15.0

14.9

16.5

62.9

8.8%

Middle East

97.3

25.9

22.6

22.6

25.9

97.0

-0.3%

Global Supply

239.5

65.7

59.6

59.5

65.6

250.4

4.6%

자료 : Poten & Partners, Global LNG Outlook, Jan. 2013

세계 LNG 수요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지만,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4.2% 상승한 2억49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원전들은 정부의 안전 강화 대책으로 인해 2013년에도 일부만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세계 경기는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14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신규 LNG 인수기지가 가동될 아시아 지역의 LNG 수요는 전년대비 5.4%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지역의 LNG 수요량은 전년 수준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북미 지역은 LNG 수요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Poten & Partners의 가격 전망에 따르면, 2013년 국제 유가는 전년보다 약간 하락하겠지만 $100/bbl대 이상을 꾸준하게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과 유럽 대륙의 LNG 가격은 $14/MMBtu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시장 가격 지표인 영국 NBP(National Balancing Point)과 헨리 허브(Henry Hub) 가격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2/4분기 하락하였다가 4/4분기까지 $11/MMBtu대와 $4/MMBtu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LNG 시장에서 2013년 주목해야 할 사항은 지난해부터 봇물을 이루었던 북미 LNG 수출 프로젝트들의 정부 승인과 최종투자결정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미 지역에서 LNG 수출을 제안한 프로젝트는 총 25개 정도이며, 그 규모는 2억6000만톤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승인을 획득하여 실제로 건설 중인 프로젝트는 Sabine Pass LNG 1단계(9백만톤/년)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가 LNG 수출의 국내 가격 및 거시경제적 영향 평가 결과를 긍정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LNG 수출 승인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우선적으로 3~5천만톤 규모의 LNG 수출 프로젝트들만을 승인하는 ‘Go-Stop’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양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향후 헨리허브 연동 가격 공식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들의 대규모 현실화는 국제 LNG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기 때문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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