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경동나비엔 김용범 마케팅본부장
가스 중심의 에너지 정책기조 형성돼야

콘덴싱보일러 보급률 아직도 갈 길 멀어

차세대형 기자재 장려책 신속 대응 필요

지금은 가스보일러가 거의 모든 가정에 설치돼 있지만, 우리나라 가스보일러의 역사를 도시가스가 처음으로 수입·보급된 1986년부터 계산하면 27년, 본격적으로 보급이 확대된 90년대 중반부터 계산해도 그 역사가 20여 년 밖에 되지 않으니 우리나라의 현대화 속도만큼이나 가스보일러 보급도 숨 가쁘게 진행됐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보급된 가스보일러의 대부분은 물을 데우며 발생하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그대로 대기 중으로 버려지는 일반보일러와 같은 저효율 제품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고온의 열에너지 및 배기가스 속에 포함된 수증기를 응축시킬 때 발생하는 잠열에너지를 회수해서 물을 데우는데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콘덴싱보일러다. 2008년 에너지관리공단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서 콘덴싱보일러를 사용하면 일반보일러보다 최대 28.4%까지 가스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가정용 가스보일러 1,175만대가 콘덴싱보일러로 대체될 경우 에너지 절감률을 평균 16%만 적용해도 연간 1조7478억원에 달하는 에너지비용 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그래프1> 네덜란드 콘덴싱 보급률
출처: The European Heating Product Markets-Netherland & United Kingdom (BRG Consult)

▲ <그래프2>영국 콘덴싱 보급률
출처: The European Heating Product Markets-Netherland & United Kingdom (BRG Consult)

유럽에서는 이미 이러한 고효율 친환경의 콘덴싱보일러 보급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들이 일찌감치 진행됐다. 콘덴싱 기술을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한 네덜란드의 경우 1983년에 이미 콘덴싱보일러를 구입할 경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금액을 정부가 전액 보조해주기 시작했으며, 1995년부터는 주택 및 일반 상업용 빌딩에 콘덴싱 보일러만을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설치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었다. 이 외에도 영국은 1996년부터, 독일은 1998년부터 콘덴싱보일러 보급을 위해 각각 현금 보조 및 제도규정을 마련했으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2003년부터 일반 소비자가 콘덴싱온수기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미국 역시 콘덴싱보일러 및 콘덴싱온수기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 경동나비엔 스털링엔진 m-CHP(측면)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콘덴싱 기술에 대한 에너지 절감 효과나 친환경성이 인정되기 까지는 대단히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콘덴싱보일러 자체는 비교적 빠르게 개발됐지만, 일반가스보일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쌌던 점, 그리고 소비자들의 낮은 인지도 및 정책부재로 인해 그 보급이 대단히 더디게 진행됐던 것이다. 지난 2009년도에 와서야 ‘친환경 주택의 건설 기준 및 성능 고시’를 통해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신축할 경우 87%이상의 고효율 보일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콘덴싱보일러의 설치를 장려하는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됐다.

경동나비엔이 1988년 아시아 최초로 개발하고, 1998년 하향식 연소방식의 한국형 콘덴싱보일러를 시장에 내놓자,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논쟁을 벌이던 국내 보일러 제조사들이 최근 들어 앞다퉈 콘덴싱보일러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또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고효율 에너지 기기에 대한 인식이 성숙되고 환경부와 서울시를 중심으로 콘덴싱보일러 보급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은 현재 자동차, 전기전자, 가스제품 등 에너지 기기의 효율을 평가하여 효율등급을 표시하는 에너지라벨링(Energy Labeling)제도의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에너지효율 130%(진발열량 기준) 이상을 표시한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경동나비엔의 콘덴싱보일러 열효율 109%의 기록이 무색할 정도다. <그림3 참조>

▲ <그래프3> 에너지 라벨(유럽)

이러한 초고효율 제품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정에서 필요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초소형 열병합발전시스템(이하 m-CHP)을 적용한 제품들이다. m-CHP는 PEM, SOFC 등의 연료전지 및 가스엔진, 오토엔진, 스팀엔진 등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이 제안되고 있으나, 경동나비엔은 다양한 에너지원 적용이 가능하고 소음 진동이 적은 스털링(Stirling) 엔진과 콘덴싱 보일러기술을 통합한 ‘스털링 m-CHP’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기저부하 전력(700W∼1kW)과 함께 온수 및 난방용 열을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획기적인 에너지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가스보일러를 대체하여 곧바로 설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경동나비엔은 2009년 정부의 에너지효율향상 기술 개발 사업인 ‘초소형 가정용 1kW급 스털링 엔진 열병합 발전시스템 개발’ 연구과제의 총괄 주관 기업으로 선정되어 차세대 미래 에너지 기기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2010년부터 네덜란드 등지에서 필드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 판매에 필수적인 CE 인증을 획득하고 2014년 초부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책적인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현재 콘덴싱보일러의 보급률은 6% 정도에 머물고 있다. 과거, 앞선 기술에 대한 시장의 견제와 이로 인한 정책 지연이 현재까지도 막대한 손실과 기술 지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차세대 고효율 에너지 기기에 대한 인식 부족 및 지원 정책의 마련을 지체한다면 콘덴싱보일러의 전철을 다시 또 밟을 수 있다. 가정용 m-CHP 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정책 수립을 서둘러 기업에게는 연구 개발 동기를 고취하고, 빠른 상용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미리 마련해둬야 할 것이다.

세계의 에너지 패권 다툼은 그 양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에너지 개발 주체가 누구냐 또는 에너지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주도 세력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도 한다. 최근의 미국발 셰일가스(Shale Gas) 열풍은 세계의 천연가스 시장이 장기간 안정적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고효율 가정용 기기에 대한 정책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난방 및 온수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7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보일러가 콘덴싱 고효율을 넘어 획기적인 자가 발전 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된다면, 향후 국가에너지의 효율적인 운용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에너지 패권 싸움에서 우리나라의 입지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며 중장기적인 정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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