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부회장
분산형 전원으로 성장잠재력 ‘우수’

초기에는 가스가격 등 정책지원 필요


2년여에 걸친 오랜 진통 끝에 연료전지가 공공건물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대상에 포함됐다.
그간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등을 통해 1kW급 연료전지가 공급돼 왔는데 건물에 적합한 10kW(5kW)급과 같은 용량의 제품이 상용화되는 시기가 지연되고 건물에 적용할 보정계수를 검토하는데도 긴 시간이 소요된 탓에 연료전지의 건물용 시장 진출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연료전지는 지열, 태양광, 태양열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분야에 비해 가격이 비싸 상대적으로 보급물량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면서 타 에너지원보다 효율이 가장 우수하고 기후조건에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편리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기존에 주택용이나 발전용에서 대부분의 수요가 있었던 연료전지 업계는 이제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열리면서 새로운 지평을 펼쳐 나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도시가스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서 도시가스업계 또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건물용 연료전지 공급을 계기로 아파트 같은 다세대 주택이나 열과 전기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공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타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분산형 전원으로서 건물에 소요되는 에너지의 상당부문을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그 어느 신재생에너지원보다 우수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나 모나코와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방글라데시 다음으로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이다. 게다가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구 밀집도를 지닌 국가로서 건물용 수요의 60~70% 이상이 수도권에 들어서고 있다.

이 건물용 에너지를 분산전원으로 대체한다면 블랙아웃이 우려되는 전력수급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시가스 배관망에 물려 편리하게 열과 전기를 생산해 내고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설치 면적이 적게 들기 때문에 건축설계 사무소 등에서 공공건물의 신재생에너지 사용계획을 설계할 때 연료전지를 적용하는 것이 간편하고 시공이나 관리하기가 좋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진 설치단가가 비싸다는 점이 일부 단점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그간 연료전지업계는 꾸준한 국산화와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을 소형화하고 제품단가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노력 중이라 향후 건물에 공급하는 연료전지의 kW당 단가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PEMFC 및 MCFC, 건물용 시장 양분 전망

연료전지는 소형 고정밀 부품에서부터 1000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기술파급 효과가 큰 고도의 기술집약형 제품으로서 국산화의 진전에 따라 관련 부품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미래 수소경제를 이끌 선두주자로서 연료전지를 꼽기도 한다.

혹자는 연료전지가 화석연료로부터 개질된 수소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고효율의 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를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는데다 비록 지금은 화석연료로부터 개질한 수소를 원료로 하지만 화석연료 이외의 자원으로부터 수소를 얻어낼 수 있는 기술개발이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신에너지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된다.

주택용, 발전용, 건물용, 자동차용 외에 또 하나의 성장 가능한 분야는 선박분야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해상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부터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 않도록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제품으로 연료전지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같이 다양한 성장 잠재력 속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가장 부합하는 분야는 앞서 언급한 건물용 연료전지이다. 건물용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연료전지가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어 전력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는 우선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가 진출할 것으로 보이며, 이어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도 운영 데이터 수집을 통해 보정계수를 산정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그렇게 되면 중대형 건물에는 PEMFC가, (초)대형 건물에는 MCFC가 시장을 양분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연료전지 보급 활성화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연료전지 보급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우선 LNG 가격이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료전지용 가스요금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료전지산업의 육성을 위해, 그리고 보급 촉진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가스 가격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현재 공공건물에만 적용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일정비율 의무화제도를 민간 건물로 확대해야 한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앞서 초대형 건물에 이미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고, 그 사용량도 6%에서 10%까지 올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 정부도 공공건물용 연료전지 공급 성과에 따라 민간건물에도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건물용 연료전지 공급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우리 업계는 이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말고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가격과 품질 등)를 충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전개해 편리하고 고마운 에너지란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초기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다.끝으로 이번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여는데 있어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보여준 유관기관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참으로 어려운 과정을 통해 제도가 시행된 만큼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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