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벽등반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홍성렬 지회장

위험상황에 대한 신속 대처능력 배워

구급상황에 처한 등반객 구조활동도

안전장치에 의존한다 해도 암벽등반의 위험 수위는 다른 운동과는 그 수준이 다르다. 한 사람의 목숨을 로프 하나에 의지하기 때문에 자칫 그 장치에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벽등반이나 스포츠 클라이밍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인구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국보일러설비협회 강서동부지회의 홍성렬 지회장(66) 역시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나이 정도는 우습다는 듯 암벽과의 사투를 즐기는 이 중 하나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평범한 일상을 거부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작한 암벽등반이 어느새 11년째를 맞았다. 야외 암벽등반 동호회인 ‘검은돌 산악회’와의 인연으로 긴 세월 거암(巨巖)과 치열하게 싸워온 그는 바위 벽에 스스로를 투영하며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해왔다.

“암벽등반의 진정한 매력은 정상에 올랐을 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성취감과 굳건한 바윗돌을 정복했을 때 얻는 삶의 활력이겠죠. 처음에는 10m만 올라도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정상에서의 짜릿함을 맛본 이후부터 높은 곳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었죠.”

홍 지회장은 암벽등반 입문 초창기 3년 동안 관련 서적을 수없이 뒤적거리며 독학으로 등반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그러나 책으로 배우는 등반은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높은 장소에서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고, 홀로 암벽을 타는 것은 외로웠다. 그가 ‘검은돌 산악회’의 일원이 된 것도 이 때부터라고.

그는 “검은돌 산악회 동호회원들과 서로 의지하며 등반하다 보니 자연스레 높은 암벽에 익숙해졌고 단체 암벽등반은 선등(先登)과 후등(後登)의 역할분담이 확실해 팀워크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며 “담배를 피운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 끊지 못하고 있는데 암벽등반도 이와 같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매주 일요일 흔히 암벽등반의 꽃이라 불리는 북한산 인수봉을 비롯해 여러 암벽코스를 섭렵 중인 그는 동호회에서 위험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선등 역할을 도맡고 있다. 또 장비가 없어 갇힌 다른 등반객도 종종 구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벽등반을 하면서 위기 대처능력을 많이 배웁니다. 나와 우리 팀원의 위기뿐 아니라 다른 등반객들의 어려움도 외면하지 않는 여유가 어느덧 생긴 것 같네요.”

몸이 따라주는 한 평생 암벽등반을 하겠다는 홍 지회장은 머지않아 에베레스트 암벽등반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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