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성 있는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가스공사 생산기지 전경.

 

값 싼 셰일가스 솔루션 기대…수급계획 현실화 필요
짜맞추기식 효율향상 투자사업 확대, 현실성 미흡

 

지난 10월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시민단체, 산업계, 학계에서 선출된 60여명의 민관 합동 워킹그룹은 5개월간의 논의 끝에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비롯해 석탄화력, LNG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별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고, 에너지 수요전망에 따른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MB정부 초기인 2008년에 그 첫 번째인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됐다. 1차 계획은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와 공급 전망과 함께 에너지원별 비중을 설정했다. 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법,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에 따라 매 5년마다 수립하게 돼 있다.

1차 계획과 2차 계획 초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 비중에 있다. 1차 계획은 2030년까지 원전의 설비비중을 전체 전력설비의 41%까지 늘리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2차 계획 초안에선 이를 2035년까지 22∼29%로 현재 약 26%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원전을 대체할 천연가스 수요를 과소예측하고 향후 수요증가 전망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초안 주요 내용
민간워킹그룹은 우선 2035년 원전 비중(설비용량 기준)을 제1차 계획(2008∼2030년)에서 목표한 41%보다 훨씬 낮은 22∼29%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전체 발전원 가운데 원전 설비비중이 26.4%(석탄 31%, LNG 28%)인 점을 고려하면 2035년까지 현 수준의 비중을 유지하자는 안으로 분석된다. 원전 정책 수정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최근 국내 원전의 비리, 잦은 고장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 수용도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간워킹그룹은 또 전기 의존도를 낮추고자 전기요금은 인상하고, 유류ㆍLNG 등 비(非)전기 가격은 내리는 방식의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전기 대체재 성격이 강한 LNG와 서민 연료인 등유는 세금을 낮추고, 환경오염 우려가 큰 발전용 유연탄에는 새롭게 세금을 붙여 사용량을 떨어뜨리는 세제 개편안도 제안했다.

2035년에는 적극적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의 15% 이상을 감축하는 한편 전체 발전량의 15%를 자가용 발전설비ㆍ집단 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으로 충당하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자원개발률 목표는 1차 계획 수준인 11%로 기본 틀을 잡았다.

워킹그룹은 초안에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 △환경ㆍ안전 등 지속가능성 제고 △에너지 안보 강화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추진 등을 5대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 천연가스 비중 및 중요성 높아질 것
현실적으로 원전을 대체할 만한 가장 효율적인 발전원은 석탄 화력 발전이다. 하지만 석탄 화력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고 원전처럼 대규모의 송전망 건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원전의 자리를 채우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이처럼 정부의 원전 축소 기조가 감지되는 가운데 그 빈 자리는 천연가스 발전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은 떨어져도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도시 인근에 분산형 발전원으로 도입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셰일가스 개발 확대로 추후 국내 저렴한 셰일가스가 도입되면, LNG발전소의 발전단가가 내려가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경제적이면서도 타 발전원대비 친환경적인 LNG발전이 유효한 것으로 손꼽힌다.

천연가스 가격 하향 안정화에 따른 발전단가 하락, 환경보호, 낮은 투자비, 짧은 건설기간, 운영 유연성으로 가스발전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책제안 내용 중 에너지안보강화를 위해 해외자원개발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이중 'LNG 구매력을 활용, 북미 등에서 글로벌 E&P사와 공동개발을 통해 도입과 연계한 내실있는 사업을 추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보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기본계획이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11차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을 주요 골격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수급계획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즉 LNG 구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너무 보수적으로 과소예측돼 자칫 중장기 수급불안까지 우려되는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의 현실화와 적극적인 중장기 도입사업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결 같이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의 비정합성에 대해 지적했다.

조경태(민주당, 부산사하을) 의원은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과 도입실적의 편차가 최대 20%까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물량은 현물 고가시장에서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2년 역시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에 비해 실제 부족한 물량은 400만톤으로 현물시장 구매시에 5100억원의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부는 매번 현물시장에서 수급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조속히 추진해서 수급의 안정과 추가 소요비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최근 11차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이 국내 수요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부좌현 의원(민주당, 경기 안산시단원구을)도 2012년 발전에 쓰인 LNG물량은 2006년에 수립한 제8차 가스수급계획 전망치에 비해 무려 41%가 더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력수급이 불안정할 때 바로 가동할 수 있는 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렇게 늘어난 가스수요량을 맞추기 위해 스팟시장에 의존하게 됐으며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가스공사가 해외 원료 구입비로 더 지불한 금액이 약 5억8천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결국 전력수급기본계획상의 전력 수요예측이 어긋나서 전력을 더 생산해야 하는 상황과 향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 생산시설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이 덧붙여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LNG화력발전에 대한 단기적인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있고 그에 따라 발전을 위해 스팟시장에서 가스를 구매하는 양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을 고려한다면 제11차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 중 향후 수요물량을 현실적으로 수정하고 미래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투자 현실성 부족
또한 정책제안 내용 중ICT활용 에너지 수요관리 시장의 창출을 위한 '에너지공급자의 효율향상 투자' 내용은 실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시된 내용은 한전 효율향상 투자를 위해 2014년 총매출액 대비 효율향상사업 투자비율을 2013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목표를 부과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적용확대를 추진해 한전의 사업추진 결과를 토대로 에너지 효율향상 의무대상을 가스, 지역난방 공급자 등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공급자 수요관리 투자사업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9조에 의해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이 대상기관이다. 현재 한전의 경우 고효율 조명기기 보급, 고효율 인버터 보급, 축냉설비 등 10여가지 효율향상 투자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사별 난방닥터 운영 등에 참여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자가열병합 설치 및 설계장려금 지급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2014년 1~2개 사업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책제안의 내용은 가스 및 지역난방 공급자도 한전처럼 효율향상 투자비율을 2배 수준으로 늘리고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으로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즉 한전 효율향상 투자사업의 경우 기존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예산이 지원됐으며 2014년부터는 한전 자체 예산으로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체 예산으로 시행할 경우 요금에 반영됨은 물론이다. 또한 한전의 투자사업 항목은 최종 소비자와 접촉점이 강한 장치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타당성이 있으나 지역난방 및 가스공사, 특히 가스공사의 경우 도매사업자이어서 최종 소비자와의 접촉점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도매 및 소매간 협업체를 구성해 엔드유저에 대한 효율향상 투자사업을 펼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초안대로 적용대상만을 확대할 경우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시행하게 되고 이는 결국 요금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어 효율향상 투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소비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분산형 발전 시스템 구축 목표, 구색 맞추기
분산형 발전 시스템 구축 목표도 일부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즉 2035년까지 발전양 15% 이상을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제안에서 제시한 분산형 전원은 대규모 집단에너지사업이며 소규모 단위의 분산형 전원과 자가열병합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전원비중을 분산시키려면 고효율에너지시스템인 10㎿급 이하의 자가열병합발전과 중소형 열병합발전의 보급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즉 대규모 집단에너지사업이 분산형 전원으로 둔갑돼서는 안된다는 비판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워킹그룹의 권고 초안을 바탕으로 경제단체ㆍ전문가ㆍ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 일반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한 뒤 11월 중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산업부는 공청회를 통해 재차 의견을 수렴하고, 12월 산업부 에너지위원회 심의와 녹색성장위원회 심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2차 계획의 핵심 쟁점은 원전 비중을 어느정도로 책정할 것인가에 있다. 이를 정책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천연가스, 신재생, 석탄분야도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짜맞추기식으로 에기본이 구성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인 에너지수요 증가분을 계획에 포함시키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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