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보일러 제조사인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이하 롯데기공)가 3년 동안 추진해왔던 가스보일러 대형마트 입점 프로젝트가 최근 잠정 유보되면서 특급 판매채널을 확보하려 했던 롯데의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롯데기공의 이러한 결정에는 가스보일러 업계의 ‘보이지 않는 룰’이 사실상 크게 작용했다. 전국보일러설비협회와 한국열관리시공협회를 주축으로 하는 보일러 설비업계와 롯데기공 대리점 유통업계에서 시공·유통 권한을 두고 강한 우려를 보인 까닭이다.

보일러 업계는 통상적으로 제조, 유통, 설비의 세 가지 업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동종 업계라 해도 이처럼 분리된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고유 사업 영역을 존중하여 이권 침해를 철저히 견제하는 것이 암묵적 불문율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롯데기공이 꺼내든 대형마트 카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던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가스보일러 제조사들과 한국열관리시공협회는 ‘업계 상생발전 공동선언문 발표’를 통해 제조, 유통, 시공을 서로 명확히 구분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롯데기공의 사업보류 결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시공, 유통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한 제스처라 볼 수 있다.
기존에 다른 여러 제조사들도 대형마트와 사업제휴를 추진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던 사례가 있어 대리점 및 설비업체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관건인데 롯데기공도 이에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분명 보일러 대형마트 입점 판매는 제조사 입장에서 구미 당기는 사업이다.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견인할 수 있는 획기적 루트인건 맞지만 업계의 ‘보이지 않는 룰’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화중지병(畵中之餠)이기도 하다.

향후 롯데에 이어 대형마트 입성에 도전하는 또 다른 후발주자가 등장할지, 있다면 접근방식에 있어 어떠한 변칙 플레이를 시도하는 지도 지켜볼 만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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