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름은 장마가 짧아진 탓에 유난히 무더위가 길어진 느낌이다. 

이런 무더위를 벗어나기 위해 냉면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땀을 흘린 뒤 육수를 얼려 먹는 냉면만큼 더위를 쫓는 음식도 흔치 않다. 하지만 이런 시원함에도 불구하고 냉면은 먹고 난 뒤 돌아서면 배가 고파지는 음식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시원한 육수도 좋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런 선입견이 있다면 인천의 화평동 냉면거리를 찾아 보자. 

1960년대부터 한 두 곳씩 들어서기 시작한 이곳은 부두 노동자들의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 넉넉하게 면을 담아 주다 보니 일반 냉면그릇보다 큰 그릇이 필요했다. 이 때 별도로 제작된 대형 냉면그릇이 등장했고 이를 세수대야 크기만 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세수대야 냉면이다.

부두는 사라졌지만 이곳의 냉면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냉면가게도 30여 곳으로 늘어났고 인천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인기가 식지 않는 것은 저렴한 가격과 함께 넉넉한 인심 덕분이다.

우선,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가격은 5000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다. 또한 추가로 시킬 수 있는 면은 무료이다. 이에 이곳의 메뉴판에는 면 추가 또는 곱배기라는 표현이 없다. 하지만 처음에 나오는 냉면의 양도 제법 많은 탓에 추가로 시키는 경우는 건장한 남성 몇몇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넉넉한 인심이 공존하는 곳이지만 이곳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워낙 냉면의 양이 많다보니 3명이 와서 2그릇을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추가 면은 제공되지 않는다고.

예전에는 냉면의 양이 더 많았지만 이처럼 3명이 2그릇을 시켜서 먹는 탓에 양을 줄이고 추가 면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한편 화평동 냉면거리는 몇 년 전부터 변신이 한창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에서 벗어나 가게별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내놓고 있다.

젊은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수박냉면과 낙지냉면 등 이색적인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이곳은 가깝게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멀리는 일본에서도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가는길 : 동인천역 4번출구로 나와 인천역 방향으로 3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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