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지역난방비를 둘러싼 주민들간의 난투극이 정부의 아파트 계량기 설치 의무화를 단행하면서 사후관리에 대한 법령을 만들지 않아 빚어진 사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한국지역난방공사 국정감사에서 전정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전북익산시을)에 따르면 정부가 1991년 아파트 200만호 건설을 추진할 당시 대통령령으로 공동주택의 모든 세대에 산업자원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난방계량기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으나, 정작 사후관리에 대한 입법을 방기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89년 30평대 이상의 아파트 세대에만 도입되었던 난방계량기 설치 의무가 1991년 계량방식만 구분했을 뿐, 모든 세대에 계량기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정부는 난방계량기 설치 의무를 도입하면서, 세대 난방계량기의 관리 주체 및 재검정‧교체 등 사후관리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다만 산업부 고시로 ‘난방계량기 설치 기준’을 만들어 설치 방법, 유지관리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이 같은 산업부의 고시는 법적 효력이 없어 일부 주민들이 난방계량기를 임의로 조작‧훼손하여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정희 의원은 “산업부 고시와 주택관리규약 등에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가 난방계량기의 유지관리 업무를 하도록 하였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사용연한이 10년을 훌쩍 넘긴 노후화된 계량기가 고장을 일으켜도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난방비를 둘러싸고 주민들간의 난투극까지 벌어지는 갈등을 초래한 것은 분배용 계량기에 대한 관리 의무를 입법하지 않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현재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세대에는 난방계량기로 열량계와 유량계 두 종류가 보급되었으며, 현재 열량계 가격은 10만원~14만원 수준이다. 반면 유량계는 3만원~4만원 수준이다.

세대 난방계량기는 열량계와 유량계가 5대5로 설치 운영 중에 있다. 1991년 당시 25년 전 물가를 감안한다고 해도 200만세대에 난방계량기를 설치하게 되면 1천억원대 이상의 계량기 시장이 창출된 것이다.

전정희 의원은 “분배용 계량기까지 계량법에 사후관리 규정을 담을 경우 난방공급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법적 강제성이 없는 산업부 고시로 난방계량기에 대한 설치기준 및 유지관리에 대한 업무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어 “난방계량기를 비롯한 공동주택의 시설관리에 대한 법 규정 없이 이대로 놔둘 경우 주민끼리 싸우는 등의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한 뒤 공동주택 시설관리에 대한 책임주체와 관리업무를 법령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 의원은 산업부가 지역난방사업자의 로비를 받아 아파트 난방계량기의 유지관리업무를 산업부 고시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가 2012년 7월 ‘중앙집중 난방방식 공동주택에 대한 난방계량기 등의 설치기준’을 전면 개정하면서 제9조(유지관리등) 1항 지역난방사업자가 아파트 난방계량기 및 난방온도조절기의 고장현황을 매년 산업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을 완전 삭제했다.

문제는 산업부가 2012년 난방계량기 설치기준에 관한 고시를 전면 개정하면서 공동주택관리주체에게 계량기 배터리를 봉인하게 하고, 계량기 교체 수리시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게 하는 등 아파트 난방계량기에 대한 관리책임을 공동주택관리자에게 우선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반면 유일하게 지역난방사업자에게 부여했던 난방계량기의 고장현황 제출 의무 조항을 삭제해 고객불편을 외면하고, 사업자의 편의만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전정희 의원은 “지역난방공사는 국내 최대의 열공급사업자로 이익을 내면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민간사업자와의 다른 점”이라며 “매년 1천억원대의 흑자를 내면서 십수년간 지역난방소비자들이 난방비 불공정 문제로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산업부 고시에서 난방계량기의 유지관리 업무를 삭제하게 만드는 등 난방공급사업자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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