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기준 제시 판결 의의

도시가스 공급계약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사건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59629 판결-

 

 

1. 사실관계

 乙은 도시가스(주)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인 甲과의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도시가스 공급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계약’)하였다. 乙은 계약 직후 상당한 비용을 들여 아파트 외부 경계까지 도시가스 배관공사를 하였고, 甲에게 아파트 단지 정비사업비용 명목으로 금 4천만 원도 지급하였다. 그로부터 상당기간 동안 甲이 乙로부터 도시가스를 공급받던 중, 甲이 갑자기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당사자간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었다면서 위 공급계약을 해지하자, 이에 乙은 甲이 일방적으로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거절하면서 계약을 부당파기 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가스배관 설치비용 상당의 손해와 이 사건 계약을 이행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 상당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였다. 원심은 乙의 해지 의사표시 전에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한 甲의 해지에 의하여 이미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乙이 주장하는 甲의 채무불이행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乙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판결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2013. 4. 11. 선고 2011다59629 판결에서, “계속적 계약은 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으로서, 당해 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 등으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장래에 향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다 할 것이다. 한편 계속적 계약 중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일정 규모의 설비가 필요하고 비교적 장기간의 거래가 예상되는 계속적 공급계약의 해지에 있어서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관계, 공급계약의 내용, 공급자가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설치한 설비의 정도, 설치된 설비의 원상복구 가능성, 계약이 이행된 정도, 해지에 이르게 된 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고 판시한 후, 위 설시 기준에 의할 때, 甲에게는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를 이유로 하는 계약의 해지가 인정된다고 하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는 계속적 계약의 해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면서, 甲의 도시가스 공급계약 부당파기와 乙의 영업이익 상당 손해 간에는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甲은 乙에게 乙의 영업이익 상당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해설

위 판결은, 대법원이 처음으로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가스배관 설치비용 상당의 손해배상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는데, 지난 칼럼의 대상판결인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27000 판결의 태도에 의하면, ‘가스배관 설치비용 상당’의 손해도 파기환송심에서 당연히 인정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만일 乙이 甲의 계약위반 시 가스배관 설치비용의 2배의 배상을 미리 계약서에서 약정 하였더라도, 그것은 약관규제법에 의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따라서 甲은 乙에게 2배의 설치비용이 아닌 ‘가스배관 설치비용 상당’만을 배상하면 된다는 점은 이미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지난 칼럼과 이번 칼럼의 각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적용법리는 유사한 점이 많으면서도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비교 탐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자세한 비교·대조는 지면관계상 생략하되, 지난 칼럼의 사안에서는 계약위반 시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설치비용의 2배를 미리 약정하였던 관계로 원고가 영업이익 상당 손해에 대한 배상은 별도로 청구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액화석유가스공급의 경우에는 영업이익 상당 손해의 정도가 도시가스공급의 경우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 지난 칼럼에서의 피고는 원고의 청구에 대한 방어 내지 항변으로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주장한 반면 본 칼럼에서의 피고(甲)는 약관규제법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계약해지의 귀책사유가 원고(乙)에게 있고 따라서 적법한 계약해지로 인해 자신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주장하였다는 점, 지난 칼럼의 사안에서는 5년의 약정기간을 정한 반면 이번 칼럼의 사안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약정이라는 점 등에 유념하여 비교 탐독을 해볼 것을 권한다.

 

4. 결어

유사사건의 분쟁 발생 예방 및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의 법률전문가에 의한 계약서 검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것으로 이번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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