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교수

에너지는 현대문명과 경제활동의 혈액과 같다. 우리 몸에서 혈액이 순환하지 않으면 목숨이 끊어지듯이 에너지 수급이 막히면 우리 생활도 멈춘다.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프레드릭 소디(Frederick Soddy)는, “에너지 공급에 실패하는 즉시 현대문명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7%(2013년 기준)를 수입하면서도 OECD 회원국 가운데 에너지부가 없는 유일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차원의 대통령직속 자원전략 컨트롤 타워도 없다. 그 만큼 에너지는 우리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 어쩌면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제대로 일하니 정부는 전문가의 영역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해외자원개발의 부실에서 보듯이 우리의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제 몫을 다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 책임이 관련기업 임직원의 문제라면 공기업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임명권자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 이런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21세기 천연가스시대의 의미를 짚어 보고자 한다.

현재 세계는 에너지 전환기에 있다. 에너지 기술의 성숙도와 지속가능성을 감안하여,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사회와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사회를 세발자전거 타는 사회와 두발 자전거 타는 사회로 비유해 볼 수 있다. 두발 자전거를 타기 전의 세발자전거가 담당하는 역할처럼 에너지 수급의 안정을 담보하는 역할은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기술수준과 에너지 구성비율을 보면 화석연료자원의 수급확보는 미래 녹색저탄소사회로 가는 기반인 셈이다.

에너지 전환기를 거쳐야 하는 이유는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소비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원자력은 발전과정에서 방사능과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들은 어쨌든 유한하다. 반면에 무한한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나 생산과정에 약점이 있다. 태양은 밤에 뜨지 않고 바람은 고르게 불지 않으므로, 에너지 생산에 시간적 편차가 존재한다. 이러한 에너지원의 불완전성 때문에 에너지문제는 늘 환경부하와 경제적 잇점 간의 가치 우선(trade off)문제로 볼 수 있다.

에너지는 대규모 설비를 통해 생산되고 공급되므로 에너지원의 전환에는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따라서 에너지문제는 환경과 경제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장단기 대책 간의 정책우선 순위간의 문제도 발생한다.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라면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성이 있으며 단기적인 성과를 통해 장기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에너지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지만 현재의 가용자원 전망에 기초하여 그나마 고려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면 천연가스를 들 수 있다.

천연가스는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온실가스배출량이 적고, 셰일가스의 개발생산으로 공급량이 늘어 가격이 싼데다 단기간에 그 비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 수입국가를 다양화하면 에너지 수입의 안정성이나 에너지 구성비율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거의 전국에 걸친 도시가스공급시설을 갖춘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유리하다. 아울러 셰일혁명으로 북미시장에서 건설, 철강, 조선, 금융 등의 다양한 연관산업의 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는 한국가스공사의 세계 2위의 구매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북한을 경유하는 동아시아 천연가스파이프라인 건설을 준비한다든지 북한지역의 막대한 갈탄을 활용한 천연가스 생산공급과 같은 대북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경쟁력있는 산업이 활력을 잃고 있는 지금, 한국가스공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에너지분야 컨트롤 타워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의 수장이 에너지산업의 실질적인 리더다. 현재 정부에서 한국가스공사 사장선임을 코앞에 두고 있는 만큼 이 정부의 에너지정책 지휘부 구성이 마무리단계에 있다 할 수 있다. 그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에너지산업의 활력을 위해 3인의 리더가 서로 기술이나 정책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배경을 갖추기를 소망하며 각 공기업의 산적한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하고 서로 협력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임진왜란 동안 류성룡이 없었다면 이순신이 어찌 나라를 구할 수 있었으며 훌륭한 참모진이 없이 이순신인들 어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겠는가? 공기업의 사장의 경우, 류성룡 형의 경륜가와 이순신 형의 현장 전문가 가운데누가 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자명하지 않은가. 국민의 한사람으로 이 분야 전공자의 한 사람으로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를 통해 21세기 천연가스 시대에 대한민국의 에너지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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