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 공청회

▲ 도시가스협회 정희용 실장이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곧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 사업(일명: 수도권 광역열배관망 구축사업)에 대해 도시가스업계는 물론 학계까지 나서 장치산업의 중복투자는 물론이고 자칫 ‘제2대 4대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오픈한 중간보고서 중 본 사업의 편익비용(BCR)이 1.1이 아닌 0.96에서 0.75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학계의 지적도 쏟아졌다.

한국도시가스협회(회장 이만득)가 2일 리베라호텔에서 소비자단체, 언론기관, 에너지전문가, 학계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권 그린히트의 이해와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사업 향방에 따라 도시가스업계의 난방사업 이탈은 물론 가스기기 수요 잠식 등의 문제가 공존하는 만큼 이날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한국도시가스협회 정희용 실장과 인하대 경제학과 박희천 교수, 패널토론자로 나선 한양대 윤원철 교수, 서강대 정시영 교수, 전국보일러설비협회 문쾌출 회장 등 모두가 하나 같이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과대하게 포장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칫 재검토 없이 추진될 경우 국내 난방산업의 중복투자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물론, 유관산업의 폐해, 실수요자의 난방설비 추가부담이 불가피하며 저가 열공급의 실현 불가로 인해 자칫 공적자금마저 투입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KDI가 광역열배관망 구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규 고용창출(9만명)보다 3배가 많은 유관산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날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국도시가스협회 정희용 실장은 “수도권 광역 열네트워크 구축사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서인천 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잉여열(159만 Gcal/y)에 대한 조사도 신뢰하기 어려운데다 민간사업자간에 이미 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광역 열배관망(서인천~목동~사당~강남)을 구축하여 6만1000원/Gcal의 수열단가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다, 실수요자가 부담해야 할 설비교체 비용마저 배제한 상태에서 사업추진을 검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광역 열배관망이 건설될 구간은 이미 개별난방이 공급되고 있는 지역인 만큼 15만세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중복투자 비용이 2000억원을 넘어선다고 꼬집었다.

또 정 실장은 “강일 1,2지구가 집단에너지 고시지역으로 지정된 후 자체 조사를 해 보니 지역난방 설비투자(공급시설+사용자시설)는 1359억원이 소요되는 반면 개별난방은 142억원에 불가하다”며 “이를 토대로 15만세대를 산정할 경우 무려 1조8169억원으로 개별난방에 비해 8.5배가 많은 투자비용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론적 계산식에 의한 열손실율(2%)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그대로 반영하여 산정한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사업의 BCR(경제성분석)이 1.1라는 수치로 제시한 것은 한마디로 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 박희천 교수가 소비자잉여 수치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인하대 박희천 교수는 ‘사업성 소비자 잉여에 달렸나?’라는 주제를 통해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중간보고는 소비자 잉여를 공급편익에 포함시키는 편법을 동원하여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며 “예비타당성 조사의 과대 포장으로 실패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인 경인운하를 반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KDI의 중간보고서에서 나온 자료 중 “중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소비자잉여비율을 71.4%로 적용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데다 기존의 여러 학자들이 제시하는 수치와 비교해도 터무니 없이 높다”며 “소비자잉여 비율은 소비자가 현재의 가격보다 평균적으로 71.4%를 더 지불해도 사용의사가 있다는 의미인데, 이 근거자료가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학자로서 이해할 수 없고, 이미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도 ‘지역난방의 소비자 사용편익성에 대한 평가’라는 보고서를 참조하면 지역난방 소비자는 기존의 난방요금에서 7.9% 인상될 경우 사용할 의사가 없다는 조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6명의 학계 전문가들은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가 버리는 열을 활용한다는 생각은 좋으나 실상 잉여열에 대한 검증도 되지 않은데다, 실수요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4200억원의 배관투자비용을 투입해 광역망을 구축하는 것은 무모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난방 실수요자가 부담해야할 사용자시설 비용도 고려하지 않은데다 6만1000원이라는 저가열원을 공급하여 수익성과 편익성을 고려한 1.11 수치의 BCR을 제시한 KDI의 예비타당성 중간보고는 ‘과장된 허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날 가스보일러업계는 물론 도시가스업계 노조측에서도 정부가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사업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는 물론 물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KDI 최종 결과보고에 따른 업계의 동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 건국대 강희정 교수가 좌장을 맡아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피력한 패널토론자의 의견들을 요약해서 정리해 본다.

 

 

∎서강대 정시영 교수

추기열을 버려지는 열로 볼수 있나?

159만 Gcal의 잉여열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서인천 내 발전소는 전기 생산을 위해 과거에 건설된 발전소이며, 이미 노후로 인해 발전 효율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발전설비와 지역난방 즉 열을 생산한기 위해 건설된 복합화력발전은 명백히 용도나 설비구조에서도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열병합발전을 치장하기 위해 동원될 열은 잉여열 즉 폐열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 159만Gcal이라는 잉여열에 대한 재검토가 분명 필요하다.

 

                                                                          ∎한양대 윤원철 교수

 

소비자편익과 사업성에 과대평가?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나온 소비자 이익과 편익은 과다하게 포장됐다.

소비자의 잉여율을 71.5%로 반영한 것은 경제학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이를 KDI가 여과 없이 반영한 것도 황당하다. 여기에다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를 통해 건설될 광역 열배관망(서인천~마곡~목동)은 이미 도시가스 배관이 구축된 곳이다. 중복투자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데도 이를 KDI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다 민간사업자간의 열거래도 이미 이뤄지고 있다. 또 실수요 세대의 지역난방 사용여부를 조사하지 않은 채 BCR을 산출한 것은 중대한 오류 중 하나다. 민간사업자의 참여여부 또한 검토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업추진을 위해 과다하게 수치를 부풀린 점도 많다.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한 듯하다.

 

 

∎전국보일러설비협회 문쾌출 회장

신규 인력창출보다 3배 많은 일자리 박탈

정부가 지난해 말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의 중간보고 및 공청회에서 밝힌 내용 중 본 사업을 통해 새롭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 규모는 약 9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순수하게 도시가스업계 종사자를 제외한 가스보일러업계 종사자만 고려해도 신규인력 창출보다 기존의 일자리를 잃는 종사자만 무려 5만2000명이고 이 가족들을 고려할 경우 20만명이 넘는다. 여기에다 서울과 경기지역 내 가스보일러 연간 공급대수는 전국 1350만대 중 46%를 차지하는 650만대에 이른다. 이런 시장이 사라지게 되는데 어떻게 연계산업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본 사업으로 가스기기시장이 사장될 수 있다. 정부가 본사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전국 720만 가스기기 종사자들이 궐기 대회를 열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행동으로 옮기겠다.

                                                                             ∎에너지시민연대 석광훈 위원

 

연구기관의 올바른 분석으로 혈세 낭비 막아야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어떤 것이 옳은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난방연료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부여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열배관망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더구나 여러 학계 교수들이 하나 같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이를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또 다른 제2의 4대강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공적자금과 국민의 혈세가 잘못된 판단에 따라 낭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사업에 앞서 KDI의 면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연구기관이 특정 사업체나 정부기관의 실적 쌓기에 놀아나서도 않된다. 국민의 혈세와 국가경제를 생각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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