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배관 철거 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사건
- 울산지방법원 2014. 7. 8. 선고 2013가단25353 판결 -

 

 
 

1. 사실관계

  • 甲은 A도로에 관하여, 2013. 7. 29. 강제경매로 인한 매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도로는 주위 건물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의 끝 부분에 위치하는 것인데, 1984년 이래로 3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주위 건물의 거주자와 인근 주민, 일반 공중의 통로로 무상으로 사용되어 왔다. 한편, 도시가스회사인 乙은 2006. 12월경 A도로의 지하에 위 주위 건물에 이르는 도시가스배관을 설치하고,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위 건물에 도시가스를 공급해오고 있다. 甲은 乙이 A도로가 사유지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A도로의 전 소유자나 또는 현 소유자인 자신의 토지사용 허가 없이 A도로 지하에 도시가스배관을 불법 매설하여 이를 아무런 권원 없이 점유·관리해오고 있다고 하면서, 乙에게 도시가스배관을 수거하고 A도로를 자신에게 인도하며, 이를 인도할 때까지 사용이익 상당의 부당이득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울산지방법원은 2014. 7. 8. 선고 2013가단25353 판결에서 “어느 사유지가 종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도로예정지로 편입되어 사실상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그 토지의 소유자가 스스로 그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여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거나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의사해석을 함에 있어서는, 그가 당해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나 보유 기간, 나머지 토지들을 분할하여 매도한 경위와 그 규모, 도로로 사용되는 당해 토지의 위치나 성상,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등 여러 가지 사정과 아울러 분할 매도된 나머지 토지들의 효과적인 사용ㆍ수익을 위하여 당해 토지가 기여하고 있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1829 판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7114 판결 등 참조), 토지의 소유자가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의사해석을 할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지하 부분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다25890판결 참조)”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설시 한 다음, A도로가 주위 건물에 이르는 유일한 통행로로 현재까지 30년 이상 사용 되고 있는 점, 甲은 A도로에 관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 경락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A도로는 인근주민 및 일방 공중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제공됨으로써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포기되었고, 甲은 이를 그대로 승계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甲의 A도로에 대한 소유권이 침해되었다거나 또는 그로 인해 甲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한 甲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하며 甲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해설

위 판결은,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판결의 사안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지난 칼럼과의 정밀한 비교탐독을 권한다). 우선, 도시가스회사가 타인 소유 토지의 지하에 무단으로 가스배관을 매설하였다는 점, 전 소유권자 또는 현 소유권자로부터 가스배관 매설에 대한 동의나 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현 소유권자가 도시가스회사에게 이설 요구 내지 수거(철거) 청구를 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점 등은 공통적인 사실관계에 해당한다. 다른 점은, 지난 칼럼에서는 토지의 지목이 ‘대지’(병원의 부지)였으나 본 칼럼에서는 토지의 지목이 ‘도로’라는 점, 또한 A도로는 30년 이상 무상으로 일반 공중에게 통행의 용도로 제공이 되어 왔다는 점. 그리고 A도로가 주위 건물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라는 점 등이다(더욱 상세한 비교·대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위 1심 판결은 위와 같은 차이점에 착안하여, 甲이 A도로에 관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 경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전 소유자 때부터 일반 공중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제공됨으로써 A도로에 대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은 포기되었고, 甲은 이를 그대로 승계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필자는 위 판단에 찬동할 수 없다. 토지를 경락으로 취득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한이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므로 토지의 전소유자가 이를 인근 주민들에게 통행로로 제공하였다면 그가 그 토지를 내왕하는 모든 사람에 대하여 그 토지를 무상 통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어서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그 토지의 경락인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어도 당연히 그리고 무조건 통행인의 무상점유나 무상사용을 수인 하여야 할 의무가 승계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카26317 판결). 토지소유자의 독점적,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는 토지소유자가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재산권 행사를 스스로 제한하는 의사표시이고, 특히 토지의 본래의 용도에 따른 사용가능성을 제한 받거나 포기하는 것에 더 나아가 그 제한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 받는 것까지 포기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전면적인 포기에 다름 아니어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포기 의사가 명확히 인정되는 사정이 있는지, 포기로 인하여 얻는 경제적 이익이 인정되는지 등을 심리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동지의 판결로 제주지방법원 2007. 5. 9. 선고 2006나1305 판결 참조).
1심에서 제대로 주장되지 못한 위와 같은 법리가 2심에서는 잘 주장이 되었는지, 결국 2심에서는 ‘화해’로 결론이 났다(일정 금액의 손해배상을 받거나 또는 언제까지 가스배관을 이설하기로 양 당사자가 합의를 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지난 칼럼 퀴즈의 정답은 ‘적극적 손해’이다. 장래에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실이 아닌, 이미 현실로 발생한 손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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