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에너지 시스템은 시장 구조변화에서 가능

자생적 민간투자 증대 확산 위해 전면적 규제 개혁 필요
시장·정보개방, 요금자유화에 초점 맞춰 장기적 추진해야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와 신산업 모델

작년 12월 파리협정에 의한 신기후체제로 모든 국가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감축목표를 제시했고 이러한 제약조건 하에 경제성장의 재도약을 실현해야 한다. 비록 경제성장에는 큰 부담이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면서 경제성장 동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 신산업 추진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에너지 효율향상,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 또는 에너지 공급이나 수요관리를 혁신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신산업을 보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그 개념을 정립할 수 있다.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은 대체로 수직 통합적 독점 구조 하에 에너지를 생산 및 소비하는 구조이며 그 구조 하에서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이 운영된다. 전력의 경우 발전, 송배전, 판매에 이르기까지 한 방향으로 정보가 흐르면서 가치가 창출되는 구조이다.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은 공급방식과 기술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화되는데 에너지 구조개편과 설비기술의 발전, 정보통신기술(ICT)의 적용 등이 변화기반의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신기후체제 대응에 따른 저탄소경제로의 이행과정이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은 분산형 설비를 중심으로 자급자족 형태로 변화되고 중앙집중적 공급시스템이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양방향 정보교환을 통해 비전통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고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변화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통해서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특히 ICT의 적용에 따른 공급 및 수요 측의 양방향 정보교환은 수요 측 신규 사업모델의 개발과 시장참여자의 역할 변화에 기여한다. 즉 소비자의 수요패턴과 요금정보에 기초한 소비행동의 변화를 통하여 수익성이 창출되는 신규 사업모델의 개발 및 활용이 가능하다. <그림 참조>

 

에너지 신산업의 이러한 역할이 미래 생활의 변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산업에 대한 스마트그리드 기술적용은 전력산업의 변화는 물론 산업의 변혁을 가져오는 형태로 발전될 것이다. 이에 따라 주거, 전력, 수송, 산업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에너지 신산업이 성장동력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신산업은 8대 에너지 신산업 모델을 제시하고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확산전략을 발표함으로써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중장기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 전력, 수송, 산업 등 4대 분야에서 에너지 신산업 관련 사업모델을 분류하고 제도 및 인프라 강화, 민간투자 촉진, 수출산업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법·제도 정비를 위해서 에너지 신산업 특별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일반법에 규정된 제한적 거래와 겸업금지 규정을 일부 완화하여 일정 구역 내에서 규제완화와 에너지의 통합적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스템은 구조변화의 초기단계에 있으며 전통적 에너지 규제체제에서 비전통 사업모델이 개발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2000년 초반에 전력 및 가스 산업의 구조개편을 추진했지만 중단되었고 산업구조 측면에서 보면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과 유사하다.

즉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의 규제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연적 설비기술과 ICT의 적용만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산업 또는 기술간 융·복합을 통해 신규 산업으로 진화되므로 새로운 시장창출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에너지 시스템의 규제체계에 대한 개혁 없이 본격적인 에너지 신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규제방식은 전통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규제인 가격 및 진입규제와 에너지 정보의 독점화가 대표적이다. 가격 및 진입과 관련된 에너지 시장의 규제는 에너지 공급이나 수요 왜곡을 통하여 비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 운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낮은 에너지 요금과 요금의 경직성, 요금설계의 자율성 미비 등으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수익성이 있는 사업모델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독점적 시장구조는 경쟁을 통한 신규 사업모델 개발에 대한 유인과 수요반응 및 결합 서비스 관련 사업모델 개발의 기회도 없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보의 독점화도 신규 판매사업과 수요관리를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개발 전략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 밖에 에너지원별로 엄격한 법적 구분과 거래제한은 에너지 기술 및 산업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의 규제 하에서 에너지 신산업의 시장창출과 활성화는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적이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 관련 비즈니스 모델도 주로 에너지 설비 중심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으며 수요 측 변화와 관련된 모델은 미흡하다.

즉 에너지 결합 서비스, 에너지 수요관리 관련 컨설팅 사업 등 소비자의 역할 및 후생증대를 위한 신규 사업모델의 창출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도 현행 에너지 시스템의 규제체계와 연관성이 있으며 민간의 자발적 투자증대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시장창출과 활성화 노력이 자생적 민간투자 증대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규제체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에너지 신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변화는 시장의 구조변화와 새로운 기술의 조화 속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에너지 시장개혁과 신산업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기로 하자.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력수급 불안으로 시장경쟁과 가격기능이 작동하는 전력시스템 구현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 그 이전에도 발전부문의 경쟁도입, 소매부문의 일부 자유화 등 시장의 경쟁원리를 도입해 왔으나 소매시장의 독점구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원전사고를 계기로 전력수급 불안에 대한 해결책으로 소매시장의 전면 개방을 포함한 전력시스템에 대한 3단계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스, 열 공급분야의 개혁도 진행하고 있다.

가스소매 부문도 내년에 전면자유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배관부문의 중립화를 강화하는 한편 열공급 관련 요금규제와 공급의무도 철폐하는 것이 계획되어 있다. 에너지 시장의 벽을 허물고 종합적인 에너지 시장을 조성하는 한편, 신규 기술도입과 다른 서비스 융합을 고려한 조치이다. <표 참조>

 

일본 에너지 시장 개혁과 신산업 사례

이와 함께 신전력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송전망 이용의 규제완화와 고객이 신전력사업자와 전력회사와 동시에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송배전망의 연계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소규모 신재생발전을 촉진하고 신전력사업자의 시장참여를 제고하고 있다. 신전력사업자는 전력 소매시장의 전면 개방을 앞두고 다양한 사업전략과 고객확보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 에너지 사업자는 전력, 가스, 석유를 포함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통신, 유통, 주택 등 비에너지 사업자도 기존의 자산을 바탕으로 에너지 결합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에너지 시장개혁은 전기사업법을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정하면서 새로운 사업개발에 주목하도록 하고 있다. 즉 에너지 시장의 경쟁구조, 가격 자유화로 공급 및 요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신산업 성장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제한적으로 에너지 신산업 관련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일정 구역 내의 제한적 거래규정을 완화하고 통합적 관리를 허용하는 형태로 신규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에너지 시장개혁에 대한 양국의 근본적인 시각과 이행과정이 분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 신산업의 이행에도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일본은 전력시스템은 물론 가스, 열부분에 대한 전면적 시장자유화를 추진하여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 개발전략을 다양화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제한적 범위 내의 사업기회 허용은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

에너지 신산업은 에너지 시스템 및 산업구조 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제한적 범위 내의 에너지 거래 및 통합적 관리의 법적 허용은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제도적 개혁차원에서 규제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 하의 에너지 신산업 관련 모델개발은 초기 시장창출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전통적 규제체제의 개혁을 통하여 자생적 민간투자의 기반마련에 중점을 두는 것이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적 정책방향은 시장개방, 요금자유화, 정보개방 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첫째, 에너지 시장개방을 통한 경쟁적 시장구조를 조성함으로써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둘째, 에너지 요금자유화를 통한 다양한 소매요금제 및 에너지 융복합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증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셋째, 에너지 정보의 개방 및 공유를 통한 합리적 에너지 사용을 통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과제로는 우선 시장의 가격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에너지 수급에 의한 가격결정과 적정한 자원배분이 형성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시간대별로 에너지 공급비용이 반영되는 다양한 동태적 요금제를 통해서 사업모델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분산형 에너지 설비의 확산과 지역적 자급자족, 그리고 에너지 서비스 등이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에 대비하는 가격신호 체계를 정비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장의 진입장벽을 철폐하는 것이다. 시장개방을 통해 사업자간 경쟁촉진과 소비자의 역할 증대를 제고해야 한다.

사업자의 다양한 사업영역 확대와 소비자의 공급자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업자의 비용절감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통합적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에너지원별 관리는 다양한 에너지 융복합 사업모델 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정보독점화는 수요반응을 포함한 수요관리 관련 사업모델 개발에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융·복합 서비스를 위한 통합적 관리와 공정경쟁에 중점을 두는 한편 에너지 정보수집 및 활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정보 개방 및 공유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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